[유영안 칼럼] 칸트도 싫어할 윤석열의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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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칸트도 싫어할 윤석열의 도덕성!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4.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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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나 사람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이용

 

[서울의소리] 고등학교 시절 윤리나 도덕을 배운 사람이라면 칸트의 ‘정언명령(定言命令)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정언이란 무슨 뜻일까? 정언의 뜻을 제대로 알아야 정언 명령의 의미도 알 수 있다.

정언 명령을 좀 더 쉽게 말하면 '조건 없이 확실한 명령'으로 말할 수 있다. 혹은 '확실한 명령’, ‘지상적 명령’, ‘절대적 명령’ 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즉 인간이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덕법칙이다.

칸트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했다. 칸트는 이 도덕법칙을 그 자체로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칸트의 정언명령은 ‘무조건적이며, 어떤 선행적 목적이나 목표에 의존하지 않는다. 즉 주관적 사고를 통한 수단적 접근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목적에 기반한 ’조건 없는 명령‘으로 누구에게나 같은 도덕적 행동을 요구한다.

인간이 생활하면서 지켜야 할 준칙(準則)이나 격률(格率)은 개인이 갖고 있는 실천이성으로 각자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보편성의 원칙과 인격성을 통과해야 도덕법칙으로 간주된다. 이런 도덕법칙을 정언명령이라고 한다.

대선 후보가 칸트의 이 정언명령을 모두 따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말은 마음 깊이 되새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고 자신이 그 수단에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은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 직을 박차고 나와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되어 급기야 대통령이 되었다. 윤석열이 대선 출정식 때 외친 말이 ‘공정과 상식’이다.

윤석열이 외친 ‘공정과 상식’은 대선 출마의 대의명분이자 온 국민이 바라고 후보에게 명령하는 지상명령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 후보의 실제 행위가 그렇지 못할 경우 이 명령은 ‘거짓 맹세’가 되고 만다. 그러니까 윤석열은 스스로 내린 정언명령을 어긴 셈이다.

대선 기간 중 쏟아져 나온 이른바 ‘본부장’ 비리 의혹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본인은 물론 부인 장모까지 수십 가지 비리 의혹을 받고 있었으니 출마 명분으로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 무색해져버린 것이다.

모두 170가지나 되는 ‘본부장’ 비리 의혹은 다 열거하기도 힘들다. 어떤 것은 구체적 증거가 나왔는데도 변명으로 일관하고, 심지어 김건희는 검찰소환에도 불응했다. 반면에 자신을 비판한 서울의 소리는 1억손배소를 제기해 ‘7시간 녹취록’에 나온 말을 실천했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 임금 제도’나 ‘노동 시간 규제’ 같은 사회적 방어 장치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오로지 기업 위주로 생각하고 한 발언이다. 윤석열의 이 공약은 노동자들의 취약한 인권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철폐하겠다는 것으로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지 않고 오로지 수단으로 쓰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즉 칸트의 도덕법칙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다.

칸트는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보편타당하도록 행위하라!”라고 말했는데, 윤석열은 특정 계층만 생각하고 최저임금제 폐지, 주52시간 노동제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의 이 공약엔 선한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칸트는 <도덕 형이상학 정초>에서 "이 세상에서, 아니 이 세상 밖에서까지라도 무제한적으로 선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선의지(善意志)뿐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선의지'란 '도덕 법칙'을 따르려는 의지이다. 도덕 법칙은 우리의 실천 이성이 세운 것으로, 인간이 자연법칙의 지배를 받는 동물적 차원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해 준다.

칸트가 말하는 최상의 도덕 법칙은 "네 의지의 준칙 동시에 언제나 보편적인 입법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행위 하라."는 것과 “너 자신의 인격이나 다른 모든 사람의 인격에 있어서 인간성을 항상 동시에 목적으로서 대하고 결코 단순한 수단으로서 사용하지 않도록 행위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내가 당선되려면”이라는 조건을 붙여 가언명령에 충실했고, 정언명령을 어겼다. 즉 최저임금제 폐지나 주52시간제 폐지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만약 실제로 윤석열이 최저임금제나 주52시간제를 폐지하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는 ‘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이를 슬그머니 수정할 것이다. 공약을 당선의 수단으로만 이용했을 뿐 노동자 보호라는 목적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윤석열은 김태흠 국힘당 의원에게 충남지사 선거에 나가라는 말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당선자 포함)으로서 법을 어긴 것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재직 시 문재인 정부에 탄압을 받았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되자 특정 후보를 특정 지역 선거에 나가게 한 것은 다른 후보들 측면에선 일종의 ‘탄압’으로 여겨질 것이다.

지난 4일 중앙일보는 ‘윤 당선자가 당 원내대표 출마 의지를 나타낸 김 의원과 지난달 31일 독대해 충남지사 출마를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윤 당선자는 김 의원에게 '명색이 내가 충남의 아들인데 충남지사 선거를 져서 되겠느냐'며 설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윤석열은 충남 발전이 목적이 아니라 오직 부친의 고향이 충남이니 충남지사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김태흠을 수단으로 여겨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윤석열은 박근헤를 수사해 구속시켜 놓고도 국힘당에 들어가 대통령이 되었다. 국힘당을 자신의 영달에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새삼스럽게 오래 전에 공부한 칸트의 도덕법칙으로 윤석열의 도덕성을 비판해 보았는데, 만약 칸트가 살아 있다면 윤석열에게 이렇게 명령할 것이다.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 하고 말이다. 윤석열도 언젠가 하나의 도구로 버려질 것이다. 그것이 정치의 냉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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