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칼럼] 우크라이나 중립화론, 우리에게 시사하는 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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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칼럼] 우크라이나 중립화론, 우리에게 시사하는 건 없을까?
  • 이흥노 재미동포(자주시보)
  • 승인 2022.03.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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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이흥노 재미동포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이 다 돼도 그치질 않고 양측의 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가 속출되고 있다. 4번이나 러-우 평화회담이 진행됐지만, 핵심 쟁점인 러시아의 안전보장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지만, 해결 방도를 찾을 수 있다는 징조가 나타난 것에 희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이미 지난해 12월 15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나토에 러시아의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2월 24일 전쟁 개시일까지도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반응이 없었다. 예상대로 러시아군은 침략을 개시했다. 러시아군의 진격 직전 돈바스 지역에 있는 두 분리 독립국들 (러시아어 사용 소수민족)을 정부군이 무차별 공격한 것이 러시아군의 진격을 앞당긴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8년간 돈바스의 두 자치공화국이 분리 독립운동을 펼치다가 정부군 공격으로 수만 명이 사망했지만,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두 분리공화국을 정부군이 먼저 공격한 건 러시아의 침략을 유인하기 위한 작전의 일환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바이든, 그리고 나토가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전쟁 예방에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건 놀랍기도 하지만, 말 못 할 석연치 않은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가 중재 역할을 일정하게 했지만, 바이든은 전쟁을 부채질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br>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나라와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지도자라면 우선 전쟁을 막고 백성들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일 이상 중요한 게 없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말이 있다. 젤렌스키가 마크롱처럼 모스크바로 날아가 푸틴과 전쟁 방지 담판을 왜 하지 않았을까? 전쟁 직전 불-러 모스크바 회담에서 마크롱이 핀랜드식 우크라이나 중립화를 제의하자 푸틴이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중립화가 아니라 전쟁에 더 관심이 있는 바이든과 젤렌스키가 이를 거부했을 것이라는 건 상식이다. 하지만 네 번에 걸친 러-우 평화회담에서 중립화론이 심각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아무튼 마크롱의 노력이 재평가를 받게 될 게 분명하고 젤렌스키와 바이든은 나토와 견해와 달리 확전에 더 관심을 보여 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당사자인 젤렌스키야 실권도 없는 미국의 수족에 지나지 않으니 뭘 기대할 수는 없지만, 세계 평화와 번영에 가장 책임이 큰 바이든이 평화를 위해서 모스크바도 마다치 않고 달려가 푸틴과 직접 담판을 벌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다는 게 백악관에 앉아서 주특기인 고강도 제재 위협을 해대면서 경제와 첨단무기 지원으로 전쟁을 부추기는 게 고작이다. 최근 젤렌스키는 미 의회를 상대로 화상 연설 특혜를 받았다. 그는 미국의 지지와 지원을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원조에 대한 의회의 반대를 최소화하고 무마하려는 바이든의 속셈이 엿보인다.

러-우 평화회담 와중인 지난 3월 16일, 바이든은 드론을 비롯해 대전차 미사일 등 무려 8억 달러 규모의 무기 추가 지원을 밝혔다. 지금까지 모두 20억 달러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셈이다.

이건 전쟁을 끝장내고 평화를 구축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전쟁을 더 부추기는 명백한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바이든은 원조를 보낸다고 하면서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속셈이 깔린 발언이다. 바이든의 희망은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기진맥진해서 쓸어질 때까지 진을 빼자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으로 누가 재미를 보고 누가 울까를 밝혀내면 흑백이 가려진다. 인적 물적 대 피해자는 우크라이나다. 러시아도 큰 피해를 본 당사자이지만 안보를 지켜낸다는 점에서는 성과다. 나토의 동진에 제동이 걸린 건 미국의 괴로움이지만, 러시아를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심한 고통을 안겼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다.

아프간 전쟁 특수가 사라진 이후 미국 군수산업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쾌지나’를 부르게 됐다. 옛 속담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피를 흘린 대가로 전쟁 상인은 돈방석에 앉게 됐다. 

전쟁은 절대 악이다. 어떤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쟁을 막고 봐야 한다. 더구나 민간인의 회생은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다. 지구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벌인 나라는 미국이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침략을 무조건 찬성하기는 힘들다.

침략은 전쟁이고, 전쟁은 악이기 때문이다. 3월 17일, 미국 상원은 푸틴을 “전범”이라고 결의했다. 진짜 전범인 미국이 이런 소리를 할 자격이 정말 있기나 할까? 미국은 64년, 통킹만 자작극을 구실로 월남 침략 공세를 강화 확대하기 시작했다. 68년, 미군 소위가 이끌었던 부대가 월남 미라이촌 마을에서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 있다. 이것은 국제적인 뉴스로 돼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미국은 십여 년간 월남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패전의 고배를 마시고 철수했다. 

그뿐만 아니라 2003년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가짜 정보를 들이대고 이라크를 전격 침략했다. 이라크를 침략할 때 미군은 거의 4주나 폭격을 한 다음 지상군이 진격했다. 막대한 민간인의 희생이 뒤따랐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세상에 널리 알려진 노근리 민간인 대량학살 사건 말고도 남녘 곳곳에서 미군은 끔찍한 민간인 학살을 자행했다. 한편, 북녘땅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종청소 만행을 미군이 저질렀다. 지구상 가장 잔인한 융단폭격으로 평양에는 풀 한 포기도 살아있는 게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과거 일제 731 할빈 생체실험부대의 지원을 받은 미군이 북녘 여러 곳에 생물무기를 살포해서 국제적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또한 1950년 황해도 신천군에서 3만5천 명을 7주간 점령했던 미군이 무차별 학살한 건 전대미문의 끔찍한 사건이다. 

3월 15일,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포기 암시를 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또 러-우 평화회담 러시아 측 대표가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식의 비무장 영구중립화가 심각하게 논의 중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토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에 난색을 보여 온 게 사실이다. 이런 것을 고려해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살길을 모색했어야 옳았으나 그의 무능이 결국 전쟁을 막는 데 실패했다.

젤렌스키는 한국의 ‘서북청년단’과 같은 신나치 세력과 함께 나라를 요리했을 뿐 아니라 유럽서 가장 부패하고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게 했다. 한국과 같이 금지된 미군 생물무기 실험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다. 자주성 없는 예속 정권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중러 봉쇄정책이 바이든 정권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다. 따라서 신냉전을 부활해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낡은 수법으로 갈라치기 줄 세우기를 교묘하게 해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대중봉쇄를 위해 쿼드와 한미일 3각동맹에 한국의 가입을 다그치고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대러 봉쇄 전초기지화를 추진했다. 희망 사항에 머물고 있던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추진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한 것은 바이든의 중러 봉쇄정책에 따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젤렌스키는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엄숙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의 뜻을 받들어 거의 불가능한 나토 가입을 계속 밀고 나가면 또 다른 전쟁은 불가피하다. 1963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의 미소 핵전쟁 불사 천명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가까운 예로 성주 사드 배치로 중국이 무역보복을 감행했던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국들은 자국 안보를 위해 전쟁도 불사한다는 걸 몰라선 안 된다. 유럽 열강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을 책임질 수 있다면 영구중립화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

중립국이 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이 하늘이 내린 절호의 기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유럽 중간에 있어 지정학적으로 요충지대다. 우크라이나가 중립국이 되면 이런 천혜의 입지 조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노다지가 쏟아지고 대박이 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중립화 논의는 남의 일로 보이질 않는다. 원래 하나였던 한반도를 둘로 갈라놓은 외세는 하나가 되는 걸 한사코 훼방 놓고 있다. 국방 주권도 없이 외세의 장단에 춤추면서 휴전 69년이 되도록 전쟁을 끝내지도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정 우리도 이걸 곱씹어 볼 가치가 충분히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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