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안 칼럼] 이재명의 아쉬운 패배가 남긴 교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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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안 칼럼] 이재명의 아쉬운 패배가 남긴 교훈들!
  • 유영안 서울의소리 논설위원
  • 승인 2022.03.1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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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 위로나 후회는 우리의 적!

[서울의소리] 꼬박 날을 새고 잠깐 잠이든 후 일어나도 ‘이게 꾼인가 생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밤새 가슴 조아리며 개표 방송을 보던 모든 민주 진영의 지지자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한참 동안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제 막 싹을 틔우려 하는 버드나무가 왠지 외롭게 보인다. 세상이 허무해지고 산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 지기도 한다. 이런 생각, 이른바 ‘집단 우울증’이 전국을 휩쓸고 있을 것이다. 그 무서운 침묵이...

전화를 걸어온 친구는 한참 동안 말을 못하다가 계속 흐느꼈다. 같은 심정이니 위로도 못하고 같이 울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 돈 써가며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이재명 후보 지지를 했던 친구이고 보면 서러움이 더 북받쳐 올랐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졌다. 선거에서 이기면 승자는 모두 자기 때문에 이겼다 생각할 것이고, 패자는 모두 자기 때문에 졌다고 생각할 터, 그 자만과 자책을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패자는 자신보다 지금쯤 낙망해 있을 지지자들을 생각하고 가슴이 미어질 것이다. 유세장을 따라다니며 중계방송을 했던 유튜버들도 떠오를 것이고, 편지를 써 전달해준 시민들의 모습도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감성적 위로나 후회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자세, 그것이 정치가의 숙명이다. 6월이면 지방선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낙담해 있는 지지자들에게 다시 투쟁의 동기와 동력을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가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윤석열의 탄생’에 관한 것이다.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까지야 누구를 탓할 생각이 없다. 처음엔 모두 윤석열이 매우 정의로운 검사라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본모습이 서서히 드러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좀더 강력하게 윤석열을 제어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한이 될 것이다. 정치에서 지나칠 정도의 순결성은 미덕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수구들은 그 순결성을 역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정치가는 상인과 선비의 마음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 금과옥조처럼 들린다. 정치는 상인의 계산력과 선비의 올곧음이 화학작용을 일으킬 때 그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선비의 마음, 즉 지나친 도덕성을 강조한 나머지 상인의 계산력을 무시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윤석열이라는 ‘괴’물이다. 대통령이 주어진 권력을 다 사용하지 않은 것은 미덕이 아니라 수구들에게 공격의 실마리를 주게 하는 어리석음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윤석열을 좀더 강하게 제어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것이다.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라 그랬겠지만 결과적으로 윤석열의 탄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헌정사상 정부가 추하는 정책에 대해 검찰과 감사원이 반발하며 수사를 하고 심지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일이 있었던가. 지금 생각해 보면 윤석열은 철저한 계산하에 검찰총장이 되었고, 수구들과 결탁하여 ‘대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그 증거는 차고 넘친다. 거기에 언론 재벌이 개입해 기득권 카르텔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재명은 지고도 이겼다. 국회의원 0선, 계파 하나 없는 홀홀단신인 그가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가 된 것 자체가 기적이고, 온 언론이 윤석열 편만 드는 상황에서 0.7%차이로 졌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

170가지 넘은 본부장 비리 의혹이 쇠고기 몇 근, 초밥과 비교가 될 것인가? 김건희의 박사학위 표절과 각종 학력 및 경력 위조가 어찌 10년 전 자녀가 낸 표창장과 비교가 된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도배를 하고 한쪽은 축소하거나 덮어버리는 신공은 우리나라 언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수구들은 말은 못하지만 속으론 깜짝 놀랐을 것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55%가 넘고, 온 언론이 윤석열 편을 든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그토롯 선전할 줄 몰랐을 것이다. 윤석열이 압도적 차로 이길 거라 떠들던 사이비 여론조사 기관들도 낯이 뜨거워질 것이다. 이참에 여론조사법도 발의해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혹자는 윤석열이 예고한 대로 정치보복을 할 거라 말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국회는 아직도 민주 진보 진영이 190석이고, 대선 지지율 차이도 불과 0.7% 차이이므로 윤석열은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만약 윤석열이 본부장 비리를 덮고 정적들에게 정치 보복을 가한다면 그날부터 탄핵 여론이 일 것이고, 광화문엔 다시 촛불이 켜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5년 내내 갈등과 분열로 날을 새 경제는 폭락하고 안보도 불안해져 문재인 정부가 이루어낸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대선은 대선이고 법은 법이다. 따라서 그동안 공개된 본부장 비리 의혹 수사는 계속되어야 하고 위법이 확인되면 누구든 처벌받아야 한다.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내외란에만 개입하지 않으면 형사소추되지 않지만 그 가족은 일반인과 똑같이 처벌이 가능하다.

본부장 비리를 덮고 공정이 이루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어떤 정책도 공감을 받지 못할 것이다. 국민통합을 내세우며 구색을 맞춘답시고 민주당 인사 한두 명을 장관으로 임명한다고 해서 국민통합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본인에 관한 비리 의혹은 퇴임 후 단죄받더라도 처와 장모의 비리 의혹은 철저하게 수사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검찰을 이용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미봉책으로 덮어버린다면 출범 초기부터 윤석열 정부는 레임덕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대남이나 뭐니 하면서 갈라치기에 열중한 이준석도 이참에 정계 은퇴해야 한다. 단일화도 역풍만 불었을 뿐,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안철수 역시 정계를 떠나야 한다. 안철수가 만약 국무총리로 지명되면 국회 동의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순간 협치는 물건너 간다.

장제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한동훈을 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순간 다시 전쟁이 시작되고 대한민국은 암흑의 긴 터널 속에 갇히고 말 것이다.

민주 진영도 절망과 낙담의 시간을 박차고 일어나 다음을 준비하자.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  패배하면 그 다음에 있을 총선도 패배한다. 감성적 위로보다 다음을 준비하는 결전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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