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베이징올림픽 ‘한복 논란’의 진실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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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베이징올림픽 ‘한복 논란’의 진실 바로보기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2.02.1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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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는 한복 논란 
지난 2월 4일,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고 나온 조선족 동포
지난 2월 4일,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고 나온 조선족 동포

[주권연구소] 서울 경복궁, 전주 풍납문 등 전국 곳곳 유명 관광지 인근을 걷다 보면 저마다 아름답고 멋진 한복을 입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와 화사하다, 한복 참 곱고 예쁘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듯하다. 

한복을 입고 멋짐을 뽐내는 한국인, 외국인들을 보며 우리 마음속에서는 ‘한복은 우리의 것’이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른다. 하긴, 우리 겨레의 고유 복장인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직접 마주치고 어찌 자랑스러운 마음이 절로 들지 않을까.

그런데 최근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뜻밖의 ‘한복 논란’이 불거졌다. 올림픽 개막식에서 조선족 동포들이 댕기 머리를 땋고 한복을 입고 나왔는데, 중국이 한복을 중국의 것으로 삼으려 이른바 동북공정·문화공정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올림픽, 그중에서도 개막식은 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지구 규모의 국제행사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족과 조선족을 비롯한 56개 민족 대표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중국 전역에서 모였다. 그런 중요한 무대에서 동포들이 ‘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한복을 입고 주인공으로 나선 것이다. 우리 겨레가 중국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당당히 살고 있음을 선포한 장면이었다.


자랑스러운 봉준호와 방탄소년단… ‘베이징올림픽 한복’도 마찬가지

일부에서는 조선족이 중국이 주최한 올림픽에서 한복을 입은 게 잘못됐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동포들이 민족의 고유 복장인 한복이 아닌 ‘중국식 치파오’를 입고 나와야 했을까? 개막식에 참가한 조선족 동포들이 중국식 복장을 입고 나왔다면 그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논란이 터졌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우리 민족의 문화가 세계에서 인정받으면 크게 환호하고 열광했다.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을 거머쥐었을 때,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미국 빌보드에서 잇달아 1위를 할 때 많은 한국 사람들이 칭송하고 환호했다. 이후 세계 곳곳 외국인들 사이에서 우리말을 공부하고 한복을 입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에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열광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권위가 있는 국제무대에서 우리 문화가 널리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우리는 환호한다. 또한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문화를 내세우고 즐기는 세계인들을 보며 기분 좋은 벅찬 감정도 느낀다.

수십 곳을 훌쩍 넘는 국가와 지역이 참가하는 올림픽은 앞서 살펴본 사례보다 훨씬 더 많은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는 국제행사다. 조선족 동포들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입고 등장한 맵시 있는 한복 역시 올림픽을 즐기는 세계인들에게 널리 각인됐다. 

이런 관점에서 베이징올림픽에 등장한 한복을 바라보면 좋을 듯하다.



‘한복은 한민족의 전통문화’ 중국도 공식 인정했다

지난 2월 8일, 주한중국대사관에서는 “중국 조선족과 한반도 남북 양측은 같은 혈통을 가졌으며 복식을 포함한 공통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다”라면서 “이러한 전통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으로, 이른바 ‘문화공정’, ‘문화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검색 포털 ‘바이두’에서도 예전부터 일관되게 한복을 “조선족의 고유 복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한복을 우리 민족의 고유 복장으로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중국 정부가 한복을 중국의 것으로 삼으려 한다는 주장에는 근거도, 실체도 없다.

한복 논란과 관련해 지난 2월 12일, 이국봉 상해교통대 교수는 유튜브 채널 CEC에서 “어떻게 보면 (중국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일제강점기 때를 생각해보면 일본은 우리를 창씨개명한다고 하고 우리 말을 못 쓰게 하는 문화 말살을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소수민족의 언어를 쓰게 해주는 것”이라고 짚기도 했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인구는 80만여 명으로, 중국 전체 인구 14억 명에 비교하면 무척 적은 숫자다. 그런데도 중국에서 조선족을 사회의 일원으로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는 우리 문화가 ‘대세’다. 요 몇 년 사이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한족의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 이미 한족의 인구(60%대)가 조선족(30%대)의 인구를 한참 앞질렀다. 하지만 연변은 지금도 엄연히 조선족의 자치주로서, 조선족이 자치권을 행사한다. 이는 중국이 조선족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조선족, 민족 자주와 항일의 자랑찬 역사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조선족들은 구한 말과 일제강점기 시기 경상도, 함경도 등지에서 중국으로 건너갔다. 조선족은 일제강점기 당시 중국 주민들과 연대해 항일 무장투쟁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고 부지런한 조선족들은 오랫동안 방치돼 황무지였던 간도 땅을 개척해 논과 밭을 일궜다. 조선족들은 중국인들과 어울리며 농사 비법도 전수했다. 중국에서도 이런 조선족을 향한 감사함을 절절하게 느꼈다. 

일제 패망 이후 1953년, 조선족은 중국 내 소수민족 최초로 자치권을 인정받았고 만주와 간도의 일부인 연변에 뿌리를 내렸다. 만약 중국 당국이 조선족을 중국인으로 동화시켜야 할 눈엣가시로 여겼더라면, 조선족의 자치권을 아예 빼앗고 한복도 입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연변은 먼 과거 고구려, 발해의 강토였고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중국 방향에서 갈 수 있는 민족의 성산 백두산도 바로 이 연변에 있다. 문익환 목사와 윤동주 시인의 고향으로 알려진 명동촌도 마찬가지다. 문익환 목사와 윤동주 시인의 일가친척 일부는 오늘날까지 조선족의 일원으로서 연변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중 수교가 이뤄지고 양국관계가 본격 발전한 1990년대부터는, 양국을 잇는 조선족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한반도와 중국을 잇는 조선족이 없었다면 양국의 경제·문화 교류가 결코 지금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해 9월 3일, 연변에서는 조선족 자치주 성립을 기념해 성대한 행사가 열린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덮치기 이전까지는 중국 중앙당국, 몽골 등 곳곳에서 조선족 자치주 성립을 축하하는 행렬이 줄을 잇기도 했다. 이 또한 중국 안팎에서 조선족의 권리가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들은 일제가 패망하고 70년 넘는 세월 동안 일제강점기 버금가는 차별과 모진 탄압을 받고 있다. 조선학교 학생들이 ‘치마 저고리’를 입고 전철을 타면 일본인들이 면도칼로 찢는 등 무차별 테러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상용 사복을 따로 준비해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옷을 갈아입는 학생들도 있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우리 동포들이 한복조차 입지 못하는 차별이 만연하다.

오늘날 중국 동포들, 그러니까 조선족들은 올림픽 무대에 나와 한민족으로서 당당히 한복을 입는다. 이야말로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과 재일동포들이 처한 처지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이 밖에도 다른 나라에서 핍박받는 소수민족과 조선족의 상황을 비교해보자. 예를 들면 미국의 소수민족인 선주민(인디언)은 미국 내 경제,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가장 뒤떨어진 인디언 보호구역 귀퉁이에 내몰려 고립됐다. 하지만 조선족은 고유한 복장도, 거주지도 보장받으며 중국과 한반도를 넘나들고 있다.



극우세력이 악랄하게 부추기는 혐중 정서

조선족 사회에서는 한국에서 한복 논란이 왜 벌어졌는지 의아하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2월 7일,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선족 사회에서는 한복 논란을 바라보며 “그럼 한복을 입지 말고 뭘 입어야 한다는 것일까요?”,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조선족”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사자인 조선족 동포들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하는 점을 주목해봄 직하다.

반면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혐중, 반중 여론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데 이번 한복 논란은 대선과 올림픽이라는 중요 행사와 맞물려 조장된 측면이 강하다. 특히 한복 논란에 불을 지피고 확산시킨 것은 국힘당으로 대표되는 극우 적폐세력이다.

지난 2월 9일, 윤석열 국힘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개막식에 한복뿐 아니라 강강술래, 윷놀이 등이 마치 중국 문화인 듯이 고스란히 방영된 것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크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역사를 중국에 예속,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며 혐중, 반중 몰이에 가세했다.

지난 2월 10일, 이준석 국힘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국 문화를 자국 문화인 양 왜곡하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무너뜨리는 중국에는 한마디로 못하면서 야당에게만 극대노하는 선택적 분노는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혐중, 반중 정서를 선거에 악용하려는 저열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듯 국힘당은 대선 국면에서 혐중, 반중 정서를 극대화해 표를 끌어모으려는 저열한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혐중, 반중 정서 부추기기와 관련해 중국에서 한복을 ‘중국의 한푸’로 왜곡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한푸’는 그저 한복을 중국식 한자 발음으로 읽은 것뿐이다. 표음문자인 한자 표기 체계상 중국에서는 한복을 한푸로 표기하고 발음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중국에서 한복을 중국의 한푸로 왜곡한다는 건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잘못된 사실관계를 끌어들여 우리 민족과 중국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악랄한 수법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혐중, 반중 정서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나 정부·여당에서 중국에 ‘유감’을 표명하는 모습도 문제다. 불필요한 한중 갈등이 인위적으로 조장되고 한복 논란이 커질수록 조선족 동포들에게 피해가 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여당에서는 극우 인사들이 혐중, 반중 여론을 부추기는 행태를 작심하고 비판, 우리 국민에게 한복 논란의 진실을 전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생각해보면, 올림픽 개막식에서 우리 조선족이 입고 나온 한복의 가치가 새삼 더 크게 와 닿게 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선보인 한복은 분명 환하고 눈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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