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칼럼] 억울하고 불쌍한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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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칼럼] 억울하고 불쌍한 이재용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8.03.0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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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만 잘 만났으면 무죄인데

【팩트TV-이기명칼럼】

 

■ 솔로몬의 명 판결

피고가 받는 혐의는 모두 대통령의 겁박으로 생긴 결과다. 따라서 무죄다. 1년 동안 구치소 생활은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 판사의 방망이가 땅땅 울리자 재판정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잠시 후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명판결이다.’ ‘솔로몬의 재림이다’

이재용 재판에 대해 하도 말이 많기에 한 번 상상해 본 것인데 문득 이런 판결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겁이 더럭 난다. 나도 정상이 아니다. 이런 상상을 어떻게 정상이라 할 수가 있는가.

사진출처 - 삼성 홈페이지

 

■ 법과 양심 그리고 정의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은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을 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인들 뭘 어떻게 하실 수 있는가. 죄도 없이 법이란 이름으로 사형을 당한 그 많은 사람. 수십 년 동안 감방에서 썩은 무고한 사람들. 사형당한 후 재심으로 무죄가 되어 보상을 받으면 하느님의 뜻인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신들의 잘못을 하느님께 돌리는 인간들. 하느님도 참 답답하시겠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오래된 상식이다. 배가 고파 구멍가게에서 빵 한 조각을 훔치면 장발장이 되고 수십억 수백억 탈세를 하고 36억(이재용의 경우, 이건 돈도 아니다)을 해외 도피시킨 재벌은 집행을 유예한다. 36억 정도로 감옥에 보낼 수 있냐는 것이다. 하느님이 혹시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것은 아닐까. ‘재용아. 니가 운이 없었다. 판사만 잘 만났으면 넌 무죄였을 텐데 말이다.’

하느님을 원망하면 뭘 하랴. 하느님의 말씀도 전혀 안 먹힌다. 옆에 앉은 새까만 후배 여검사의 허리와 엉덩이를 주무른 고위검사님은 하느님한테 어쩌고저쩌고 간증을 했다. 그걸 듣고 계셨을 하느님이 얼마나 가슴을 치셨을까. “하느님 참으세요.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고 했습니다”

이재용은 석방이 되면서 바로 병석에 누워있는 아버지 이건희를 뵈러 갔다.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겠지. 이건희는 요즘 4천여억 차명계좌로 조사를 받는다.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던 약속은 사라졌다. 들불처럼 번지는 성추문 사건과 무관치도 않다. 식물인간이나 다름없기에 추문에 대한 고통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이재용이 이건희에게 뭐라고 했을까. ‘아버님. 제가 운이 없었습니다. 판사만 잘 만났으면 무죄 석방인데요.’

 

■ 이정렬 전 판사

아무리 떠들어도 속은 풀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법원 판결 가운데 ‘역대급’ 2개를 꼽는데 한명숙 전 총리 판결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판결이다. 그런데 이번 (이재용 집행유예) 판결은 이를 능가한다.”

이정렬 전 판사(동안 법률사무소 사무장)의 말이다. 정형식 판사의 판결을 왈가왈부할 기운이 없다. 법은 정의와 양심에 따라 판결했다고 했으니 말이다. 법 해석은 판사의 재량이고 정의는 판사의 몫이나 양심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으로 끝인가.

돈이 많다고 국민이 재벌을 미워하는가. 재벌이 국가경제에 공헌하는 것도 국민은 안다. 그러나 법을 위반해서 돈을 벌고 그로 인해서 국민이 고통을 받으니 그 때문에 재벌이 국민에게 욕을 먹는다. 죄를 지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 

국민은 합당한 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3년 형을 받았으나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는 것이다. 징역 3년 이상이면 집행유예가 안 되니 3이라는 숫자는 행운의 숫자다. 모두 기록하기 피곤하니 이름만 전한다. 재벌들이다.

손길승, 박용성, 박용만, 박용오, 정몽구, 이건희, 김승연, 최태원, 이재현, 이재용(항소심 대기).

이들 재벌에게는 어김없이 적용되는 3.5의 법칙. 헌법에라도 넣어야 할 조항이다. 공평한 법의 적용을 어디서 찾는가.

 

■ 판사님 판사님 우리 판사님

‘소니 리스톤’이나 ‘무하마드 알리’ 같은 핵주먹도 이토록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정형식 판사가 점잖게 두드린 방방이 한 방은 국민들을 그로기로 만들었다. 언제 쯤 그로기 상태에서 깨어날 수가 있을까.

‘은인자중하던 군부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궐기했다.’ 박정희가 썩은 ‘정치를 뿌리 뽑겠다’고 한 명언이다. 국민은 세계사법사에 유례가 없는 사법살인을 보고도 숨죽여 떨기만 했다. 정형식 판사는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말이다. 천만 국민이 엄동설한에 꽁꽁 언 손을 불어가며 촛불을 들고 쟁취해 낸 박근혜 탄핵과 구속을 한 방에 날려버린 용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는 한 마디로 끝나는 것인가. 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있다. 상식이고 양심이다.

 

■ 집행유예 방해는 모두 제거. 국민은 화만 내면 돼

권력이 쥔 칼은 양날이다. 부정부패라는 환부를 도려내는 칼이 되기도 하지만 멀쩡한 몸에 상처를 입히는 비수도 된다. 국민은 지금까지 검찰의 칼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잘 알 것이다.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적폐청산은 개혁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검찰이 적폐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 같으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인물들이 줄줄이 불려간다.

여성검사들의 성추행 폭로에 검찰 간부들이 떨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이것이 개혁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또한 촛불이 가져 온 결과에 감사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출발로 한 남성들의 성 추문은 어느 한구석 그냥 스쳐 가지를 않는다. 급기야 노벨상 후보에 오른 문단 원로의 껍데기는 가차 없이 벗겨진다. 그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구차한가.

이재용 재판의 경우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징역 5년 이상의 형량을 유지할 핵심 혐의가 사라진 셈이다. 원인 자체를 제거해 버린 것이다. 얼마나 똑똑한가.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이 정경유착이 아니라 정치 권력의 강요로 불가피하게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근혜에게 덮어씌운 것이다.

뇌물액은 기소 금액(433억 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36억만 인정하며 집행유예의 길을 터줬다. 1심에서 증거가 되었던 안종범의 수첩은 휴지가 되었다.

형이 무거운 재산국외도피는 ‘전부 무죄’다. 즉 5가지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특경가법)가 전부 무죄 선고된 것도 이재용이 실형을 피하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 이를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재용 집행유예 비공감 58.9% vs 공감 35.7%

이재용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부장판사와 그 판결을 감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청와대가 답변해야 하는 기준인 청원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형식은 법대로 했다고 당당하다. 하긴 정형식이 있어서 대한민국은 행복하다며 대법원장을 시키라는 주장도 있다.

여기서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 종편과 잘난 정치평론가들의 주장은 소개하지 않는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정형식 판사의 이재용 판결을 보고 실망한 국민들 무슨 생각을 할까.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라 할지라도 판사의 방망이 하나면 끝난다. 그러나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알고 있는 ‘석궁 사건’이란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미 지적했듯이 영장판사를 역임했던 이정렬 전 판사는 이재용 판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다시 한번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법원 판결 가운데 ‘역대급’ 2개를 꼽는데 한명숙 전 총리 판결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판결이다. 그런데 이번 (이재용 집행유예) 판결은 이를 능가한다.”

사람마다 모두 생각은 다를 수가 있다. 이재용 판결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를 수가 있다. 문제는 국민의 합리적, 상식적 판단과 얼마나 괴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많은 논객이 이재용 재판에 대한 나름대로 모순을 지적하며 수많은 평가를 했다. 아마 학위논문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재용 재판은 그냥 재판이 아니다. 언론은 ‘세기의 재판’이라고 했다. 그만큼 국민과 세계적 관심이 쏠린 재판이다. 결과는 나타난 대로다. 국민이 법을 신뢰하지 않으면 야만의 암흑시대가 된다.

“집행유예 사유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집행유예로 석방하고 다른 뇌물공여 사건 양형과도 맞지 않는 부당하게 가벼운 양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법원 상고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검찰도 그렇지만 대법원은 국민에게 얼마나 신뢰를 받아 왔는가.

대법원도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손안에서 놀았다는 창피한 소리를 들었다. 대법원장도 교체되고 국민은 이제 다시 대법원을 쳐다보고 있다. 정형식 판사가 날려버린 법원의 신뢰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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