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푸드플랜, 전환시대 엄중한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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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푸드플랜, 전환시대 엄중한 과업이다
  • 오명규 객원기자
  • 승인 2021.12.0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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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주참여자치시민연대 이사장 조성일
조성일 이사장.
조성일 이사장.

공주에 이런 청년들이 살고 있다. 그들 나이가 60~70세이니 70~80년대가 그들의 청년시절이었다. 그들은 지금 청년시절의 열정을 오롯이 소환하여 공주에서 푸드플랜이라는 농산물 지역순환 운동에 마음을 다하고 있다.

그들의 청년시절인 70~80년대는 한국사회가 산업사회로 재편된 후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도농간, 지역간, 계층간 차별과 불평등이 여실하게 드러난 시기였다. 당시 나라는 가난하였고 국가는 억압적이었다. 국제적으로는 패권주의 미국이 제3세계 나라들에게 신자유주의, 즉 큰 것은 더 커지고 작은 것은 더 작아지는 원리를 강요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 시절 그들은 자유, 평등, 다양성 등 책에는 있고 현실에는 없는 현실모순과 애초 경쟁의 조건이 다름에도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잔혹한 조건모순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으며, 또 우리는 어떤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지 술에 취해서도 고민을 했고 싸울 때까지 토론을 했으며 나름 실천도 했고 아픔도 겪었다.

세월이 흘러 2021년 12월 그들의 자식들이 청년이 되었다. 그들은 귀천 없고 모순 없는 세상을 염원했던 청년시절의 소망을 사느라 잊은 적은 있지만 버린 적은 없었다. 삶의 중심 가치이기에 버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한 심상이 농촌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했고 3년 전부터 뜻을 세우고 매주 한 번씩 모여 토론하고 활동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힘이자 원천이다. 공명심도 의협심도 아니다. 농민으로 시민으로 나서지 않으며, 불편해지는 마음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을 공주시는 혹여 잇속으로 모인 소부류쯤으로 보고 있지는 않나 하는 느낌이 든다. 안타깝다. 그 안타까움이 이 글을 쓴 이유다. 푸드플랜은 자각된 시민들의 자발성과 헌신성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과업이다.

대저 푸드플랜이 무엇인가? 지역에서 필요한 농산물은 모두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고 종래는 지역순환농법을 이루자는 것이 아닌가? 이는 단지 애향심이나 소지역주의 발로가 아니다. 농촌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식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행방안이다.

그 방안은 구체적이다. 우선 과제로는 공주시가 창구를 일원화하여 통제가능한 모든 학교급식과 공공급식을 반드시 공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가문 땅에 물들 듯 시골 곳곳 소농들에게 생기가 흘러든다. 현재 우리나라 농가는 대부분 가격경쟁과 판로문제로 작목반 중심의 단품종 생산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급식에 소용되는 농산물 중 80여 가지가 공주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각지에서 가락동 농산물 시장으로 올라갔다 내려온 것이거나 공주 외 생산지에서 구입하여 납품할 수밖에 없다. 80여 가지 품목을 소농들에게 주문생산을 하게 되면 농가소득이 오르고 오른 만큼 농촌은 건강해진다.

더하여 납품하고 남은 농산물은 로컬매장으로 보내면 시민들은 단순 소비가 아닌 지구환경운동과 지역순환경제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요, 공동체적 연대감으로 연결된 서로가 따뜻한 이웃이요, 뜻을 나누는 동료가 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푸드플랜은 유통이 아니다. 누가 누구에게 주문받아 구색을 갖추어 납품하고 마진을 남기는 단순유통이 아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왜 어떻게 등이 순환고리를 이루어 투명하게 보여지는 유기체적 활동이다.

그 투명성이 담보되고 시민들이 그것을 신뢰할 때 비로소 자발적 소비가 촉진되어 시장이 더 커진다. 그 순환고리 안에서 같이 사는 것이 푸드플랜의 요체다. 푸드플랜은 농협을 필두로 한 몇몇 납품업자들의 이권다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푸드플랜은 식량주권의 문제요, 우리의 생존문제이기도 하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한 곳이 막히면 천리 만리 밖에서 대란이 일어난다. 근자 요소수 현상이 말해주고 있다. 지역순환농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당면과제다. 손 안에 든 알처럼 지극정성으로 다루어야 할 일이다. 허공의 풍선처럼 이리저리 토스할 일이 아니다.

전문가가 따로 있지 않다. 지역의 실정을 알고 오래 오래 고민한 사람들이 전문가 집단이다. 바라건대 공주시 유통과는 공익적 가치를 실현해 보고자 자발적으로 모여 헌신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더 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에 공무원들의 소명의식만 결합한다면 능히 이룰 수 있다. 푸드플랜은 전대미문의 최우선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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