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헌법 교육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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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헌법 교육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왜?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1.09.0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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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천하의 수레가 바퀴의 폭이 같고 문서는 같은 문자를 쓰는 때를 당하여 '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조정에 알린 지 3달여 만에 최만리를 중심으로 집현전 원로 학사들이 연명으로 이런 여섯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 상소문을 올린다. ▲첫째, 대대로 중국의 문물을 본받고 섬기며 사는 처지에 한자와는 이질적인 소리글자를 만드는 것은 중국에 대해서 부끄러운 일이다. ▲둘째, 한자와 다른 글자를 가진 몽고, 서하, 여진, 일본, 서번(티베트) 등은 하나 같이 오랑캐들뿐이니,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것은 스스로 오랑캐가 되는 일이다. ▲셋째, 새 글자는 이두보다도 더 비속하고 그저 쉽기만 한 것이라 어려운 한자로 된 중국의 높은 학문과 멀어 지게 만들어 우리네 문화수준을 떨어지게 할 것이다.

▲넷째, 송사에 억울한 경우가 생기는 것은 한자를 잘 알고 쓰는 중국사회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며, 한자나 이두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관리의 자질에 따른 것이니 새 글자를 만들 이유가 되지 못한다. ▲다섯째, 새 글자를 만드는 것은 풍속을 크게 바꾸는 일인 만큼, 온 국민과 선조와 중국에 묻고 훗날 고침이 없도록 심사숙고를 거듭해야 마땅한데, 그런 신중함이 전혀 없이 적은 수의 사람들만으로 졸속하게 추진하고 있고, 상감은 몸을 헤쳐 가며 지나친 정성을 쏟고 있다. ▲여섯째, 학문과 수도에 정진해야 할 동궁(문종)이 인격 성장과 무관한 글자 만들기에 정력을 소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최만리를 비롯한 집현전학자들의 상소문을 읽으면 미국을 섬기는 미국화된 우리나라 학자들 생각이 난다. 중국을 섬길 때는 존화주의 세계관으로, 일본을 섬길 때는 친일 사관으로 미국을 섬길 때(?)는 친미주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본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거 뭐 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정치인과 언론, 재벌들과 정치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배신과 음모를 다루는 영화 ‘내부자들’이 극 중에 하는 대사다. 최만리와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 상소문이 업그레이드한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얘기다.

최만리를 비롯한 기득권 세력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무엇일까? ‘민중이 깨어나면 안된다. 가난하게 만들어 ‘제 코가 석자’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눈을 팔지 않을 것이다’는 신념이 노골적으로 드러낸 기득권세력들의 자기방어기제(自己防禦機制)가 아닐까?

무식하고 용감한(?) 기득권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골적으로 ‘연좌제’니 ‘반공’, ‘빨갱이’ ‘금서’, ‘금지곡’을 만든다. 애국이라는 가면의 이데올로기로 민중의 눈을 감기고 잠재웠지만, 영원한 거짓말이 가능하겠는가?

‘모든 국민은 존엄’하며, ‘모든 국민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고, ‘모든 국민은 평등’하며,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주거의 자유, 통신의 자유, 재산권의 보장, 정신적 자유. 종교의 자유, 양심(신념)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표현의 자유, 생존권적 기본권, 교육을 받을 권리, 취업의 권리, 단결권·단체 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과 같은 노동 3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혼인과 가족생활, 보건을 보호받을 권리, 청구권적 기본권, 재판 청구권, 형사 보상 청구권, 국가 배상 청구권, 참정권, 선거권, 피선거권과 공무 담임권...과 같은 권리가 모든 국민에게 있다고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헌법을 알면 자신이 존엄하며, 자유를 누릴 권리와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데.... 제도권 교육기관에서는 왜 헌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을까? ’존화주의자와 친일세력, 친미세력은 연좌제, 빨갱이, 금서, 금지곡...‘으로 나라의 주인인 민중의 눈을 감기고 입과 귀를 막아 왔다.

자신의 재산이 얼마인지 모른다면 부자와 가난한 자의 차이가 무엇이겠는가? 학교폭력이니 성추행이 우연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과 평등의식, 시민의식을 제대로 가르친다면 가난이 운명이라며 체념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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