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통일부 폐지’해야 한다는 ‘MB 닮은꼴’ 이준석 대표에게
상태바
[박명훈 칼럼] ‘통일부 폐지’해야 한다는 ‘MB 닮은꼴’ 이준석 대표에게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1.08.08 22: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북, 이명박, 이준석, 정상회담, 통일, 통일부, 판문점선언, 폐지

[주권연구소] 이준석 국힘당 대표가 지난 7월 9일에 난데없이 꺼내든 “통일부 폐지론”을 아직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을 시작으로 최고위원회의, 페이스북을 가리지 않고 통일부 폐지론을 사방팔방으로 난사했다. 그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번 정부에서 통일부는 혈세 낭비만 했다.”
“통일부는 수명이 다한 부처다.”
“외교의 업무와 통일의 업무가 분리돼 있는 것은 비효율일 수 있다.”
“남북관계는 통일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국정원이나 청와대에서 바로 관리했다.”
“통일부장관은 기억에 안 남는 행보를 했다.”

이 대표의 이런 말들은 남북관계의 엄중함, 통일부의 역할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무식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는 무엇보다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이 점은 과거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 같은 남북교류를 모두 통일부가 관장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통일부가 없으면 남북 간 대화와 협력, 돌발 상황 조정은 불가능하다. 대표 사례로, 최근 다시 연결된 남북 통신선으로 북측과 연락하는 것도 통일부 소속 연락관의 업무다.

이처럼 세세하고 민감한 남북관계, 통일 관련 논의를 이 대표의 주장처럼 수많은 나라와 관계를 맺는 외교부나, 대북 공작을 담당하는 국정원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남북관계발전법에서는 남북을 국가 대 국가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봐도 북한은 결코 외교와 공작의 대상이 아니다. 통일업무만 다루는 통일부가 꼭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통일부 폐지론을 꺼내든 이준석의 모습은 MB, 그러니까 이명박과 무척 닮은꼴이다. 통일부 폐지는 지난 2007년 12월에 이명박이 꺼냈던 말이다. 당시 이명박 인수위는 통일부를 외교부에 합병시키려다 여야를 불문한 여론의 역풍이 불자 취소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이명박은 ‘양아치’, ‘사기꾼’이라는 인식이 자자하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금강산관광을 일방 중단하며 남북관계를 위기의 수렁에 빠트린 점은 두고두고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돌아보면 지난 재보궐선거 이후 이른바 ‘이준석 효과’가 반짝 스치듯 지나가고 국힘당 지지율이 금세 주저앉은 건 이 대표의 공(?)이라고 볼 수 있다. 통일부 폐지 같은 이명박 정권 시절에나 보던 케케묵은 대북적대 논리를 지금 이 시기에 그대로 가져왔으니 말이다.

이 와중에 ‘남초 커뮤니티’에서 이준석에게 통일부 폐지론을 ‘코치’해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7월 7일, ‘에펨코리아’에선 “통일 자체가 나라의 재앙인데, 통일을 추진하는 부서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필요 없는 부서”라는 말을 쏟아냈다고 한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 말이 나오고 나서 이틀 뒤 통일부 폐지론을 공개 언급했다.

혹시라도 이 대표가 ‘일베 정서’가 짙은 남초 커뮤니티의 통일부 폐지 주장을 그대로 읊은 것이라면 이 또한 무척 심각한 문제다. 나라와 민족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통일 문제를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힘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통일부 폐지론을 규탄하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오죽 답답했으면 국힘당 4선 중진인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이 이 대표를 향해 “통일부는 존치되어야 하고 이 대표도 언행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까지 말했을까.

통일부는 남북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갈 것을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의 모든 과정을 상징하는 민족사적인 부처다. 이런 통일부를 ‘헌신짝’마냥 취급하는 이 대표의 철부지 같은 인식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통일부 폐지는 남북관계를 전쟁과 위기로 빠트리려 작정하지 않고서야 꺼낼 수 없는 말이다.

지난 2018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거치며 한반도의 평화, 번영, 통일은 온 국민의 열망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의 이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통일부 폐지론이 아니라 통일부의 책임과 역할을 지금보다 훨씬 높이는 ‘통일부 강화론’이 절실하다. 통일부 강화에 따른 통일 인식 확대는 통일부 폐지를 부르짖는 ‘제2, 제3의 이준석’을 방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6월에 펴낸 자신의 책 <공정한 경쟁>에서 “통일의 방법이 체제 우위를 통한 흡수통일 외에 어떤 방법이 있을까 싶다”라며 “조금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통일 교육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봐도 이 대표의 머릿속에는 북한을 적대하는 반통일 인식이 워낙 뿌리 깊게 깊게 박힌 듯하다.

30대 청년이라는 이 대표는 정작 옛 이승만, 박정희 시절의 대결과 반공 논리에 빠져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이명박 닮은꼴’ 이 대표에게는 섣부르게 통일부 폐지론을 꺼내든 자신의 무지, 어리석음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