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가치혼란의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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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가치혼란의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에게...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1.05.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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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학교를 개미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학생들. 친구의 소중함도 가족이나 역사에 대한 정체성까지 정리할 시간 없이 보내는 청소년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장래 이상적인 사람, 롤모델의 형은 어떤 인간일까? 돈 많은 사람? 힘 있는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

청소년기 내내 경쟁에 내몰려 지내다 보면 정작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정리조차 못하고 ‘일등이 최고’라는 생각 밖에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최고의 권력의 자리에 앉아 남의 부러움을 독차지하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실하게 살아가다 믿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끝내 노숙자가 되어 죽지 못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자기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촛불처럼 자신을 태워 어려운 사람들의 이웃으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욕심이 지나쳐 남의 해코지하다 영어의 신세가 되는 사람도 있고 건강을 잃고 평생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주식투자며 부동산 투기를 하며 수십 채의 집을 가지고 그것도 모자라 끊임없이 부를 축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소음과 경쟁의 도시생활이 싫어 심산유곡 기슭에 토담집을 짓고 칩거해 은둔의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내세를 위해 신을 믿고 그 신에 의지해 내세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생은 허무한 것이니 ‘될대로 돼라‘며 허무주의에 빠져 사는 사람도 있다. 같은 종교를 믿어도 어떤 이는 오늘을 더 보람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웃을 위해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속에 들어가 기도로 세월을 보내는 이도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있게 사는 길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 있게 사는 길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일까? 물론 가치관에 따라 사람들은 천차만별의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겠지만, 원칙이나 기준이 없이 산다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시류에 따라 흔들리며 살 수밖에 없다.

오래 전 양성우 시인이 이명박대통령당선자와 함께 일할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너무 놀라 할말을 잃었던 때가 잇다. 암울한 시절. <겨울공화국>, 〈노예수첩〉, 〈우리는 열번이고 책을 던졌다〉..와 같은 유신에 저항하는 시로 대학생들에게 우상과 같은 존재였던 양성우시인이 훼절(毁節)한 모습을 보고 허탈해했던 일이 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4차산업사회로 바뀌고 있는데 사람들의 생각이나 가치관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다. 물질만능주의, 이익 앞에 무력한 철학, 돈이나 권력 앞에 양심도 의리도 신의도 팽개치는 사회. 아니 권력이나 돈 앞에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자기부정 앞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려웠던 시절, <오적>으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던 김지하는 “지금 곧 죽음의 찬미를 중지하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철새처럼 정당을 오가는 정치인도 있다.

미군정청 경무부장을 지냈고 한국전쟁 때는 내무장관을 지냈던 조병욱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제주도 전역에 휘발유를 뿌리고 거기에 불을 놓아 30만 도민을 한꺼번에 태워 없애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고한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도둑질한 전두환, 노태우는 지금도 반성 한마디도 없이 회고록을 쓰며 골프를 치고 고고하게 살아가고 있다.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고 살면 행복할까? 굳이 종교가 아니더라도 역사는 살아 있다. 물질 앞에 권력 앞에 자신의 신념을 하루아침에 팽개치는 삶. 우리는 역사에 명멸한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살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이 살다 간 사람도 있다.

아름다운 삶이란 어떤 삶일까? ‘사랑하는 가족이나 이웃, 민족 앞에 떳떳하게 사는 것’과 돈과 권력 앞에 자신의 신념을 팽개치고 부끄럽게 사는 배신자, 비록 가난하지만 부끄럽지 않게 산다는 것과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비굴하게 사는 것 중 어떤 삶이 사람답게 사는 길인가?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서 얻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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