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정의 달 오월, 코로나19로 지친 '당신께 쓰는 편지'
상태바
[기고] 가정의 달 오월, 코로나19로 지친 '당신께 쓰는 편지'
  • 오명규 언론인(전 공주시 공무원)
  • 승인 2021.05.18 2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도 안드는 '아직도 하지 못한 말' "미안하오, 고마워요, 사랑해요!"

사랑하는 로빈 엄마에게 !

벌써 우리가, 당신도 환갑이 다가오고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구료.

오명규 기자
오명규 언론인(전 공주시 공무원)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정말 빠르오. 우리가 1983년 12월 11일에 결혼식을 올렸으니 벌써 40여년 가까운 세월 함께 지낸 셈이네.

2021년 햐얀소의 해 시작도 엊 그제 같은데 벌써 가정의 달 5월을 맞이 했고 21일은 부부의 날이 다가와요. 잠시 우리의 첫 아이, 로빈이가 생기던 날 그날을 생각해 봅니다.

몹시 긴장된 날, 걱정됐고 당신은 고통이었지만 지금 말하지만 나에겐 짜릿한 행복한 시간이었다오. ‘수고했소, 고생했소, 고마워! 사랑해요’ 말 한마디 못한 내가 지금 생각해보니 더 미안하고 그렇소.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용서를 바라지만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소. 그날은 아직도 내 기억엔 생생하오.

1985년 10월19일 백제문화제행사가 한창이고, 가장행렬이 중동사거리에서 시작되는 오후 5시반경이었소. 당신은 산통을 시작 한지 하루가 더 지났음에도 아직 출산을 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고 있는 상황에 당신이나 아이 둘 중 하나는 위험할 지도 모른다고 의사가 말하는 걸 듣고는 하늘이 노랬소. 

행운인가, 천운인가, 천만다행으로 아이는 내게 주어졌고, 나는 의사가 건네주는 사내아이의 두 다리를 두 손으로 잡고 거꾸로 번쩍 들어 올려 툭, 툭 치니 처음엔 아무반응이 없더이다.

순간 불안한 생각에 다시한번 번쩍 들어 한번 더 툭, 툭, 툭, 치니 그때서야 아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번쩍 떴소. 밖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굉음소리, 백제문화제 가장행렬 풍악소리에 놀랐는지 이내, 아이는 으앙, 으앙, 으아 앙하고 첫 울음의 포효를 힘차게 시작했소.

그날, 걱정된 마음에 당신이 누워 있는 변변치 못한 산부인과 병실에 가보았을 때 당신이 얼마나 지쳐 했는지 한눈에 봐도 잘 알 것 같았소. 그땐 그냥 바라다 만 보았을 뿐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못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 생각하면 ‘미안할 뿐’, 핑계 같지만 내가 너무 어렸었다는 생각뿐이오. 자연분만의 산통 아니 고통 속에서 얻어진 값진 신이 내려 보내주신 그 아이는 지금 벌써 36살이 되었구료. 장가를 가야 하는 데...

당신 덕에 청소년기를 방황하지 않고 잘 넘기고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육군 보병장교로서 근무하며 잘 자라 주었소. 모두가 당신의 사랑과 현명한 양육 덕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오. 모두가 고마울 뿐이오.

지금은 전공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즐겁게 쓰고 현재는 웹툰 작가로서 나름 명성을 떨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니 또 고마울 뿐이오.

나는 아오, 어렵게 얻은 아들 놈 덕분에 당신의 몸은 흐린날이나 비가 오거나 찌푸린 날에는 쑤시고 결린다는 걸... 나는 처음엔 잘 몰랐소. 참 무심도 했었지.

평소 무자식 상팔자를 주장하며 살아온 젊은 날의 나로서는 하나의 아들로 만족하고 싶었소. 그러나 어느 순간 내 이기심이 발동했었소. 당신의 몸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평생 사는 동안 아픈 아내는 골칫거리, 고민거리가 된다는 생각이 내심 들었소.

그러다 어느 날 둘째 딸아이가 생기고 당신의 건강도 나아지고 했으니 딸아이는 보배지요. 이제 지금은 친구처럼 잘 지내는 걸 보니 정말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오.

둘째 딸 아이는 산성동 터미널에 위치한 산부인과에서 1987년 6월12일 오전9시 20분경 자연분만으로 순산했지요. 그때, 아이를 보는 순간 ‘행복’했었지요.

지금 둘째 딸아이는 당신의 진로 지도 덕분에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여 졸업하고 연상의 좋은 신랑을 만났고 2014년 봄 결혼해 외손자 둘을 낳아 잘 키우고 있잖소. 물론 당신이 있어 나는 덤으로 자식걱정 없는 농사 잘 지은 팔자 좋은 아버지 소리를 듣고 있다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당신 덕분에 모든 걸 안심하고 내 직장 일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 같소. 내 인생에서는 맨 처음으로 내 이름의 집을 장만하라고 했을 때 이기적이지만 한없이 고마웠소.

나는 당신의 추억이 서린 이 자그만 나의 아파트에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검소하면서도 타인에게 루가 되지 않는 생활, 늙어가며 추하지 않는 삶을 살았노라고 쓰고 ‘당신을 사랑하오’라고 읽으며 살고 싶으오.

당신은 살면서 내가 미워도 심하게 내 몰지도 않았소. 그런 당신이 고맙소. 그런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았소이다. 미안하오.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제일 잘 한일 중 하나는 당신을 만나고 아이들과의 만나 아버지가 된일이오.

“우린 호칭하나도 없어!” 하고 슬피 말하던 당신이 가끔씩 떠오른다오. “여보 !” 처음 불러봅니다. “그동안 미안했소. 용서해 주구료.” 오직 하나 뿐인 당신, 당신을 사랑했오. 그리고 지금도 그 맘, 변함은 없소 진정으로 사랑하오.

언제 어디서나 건강과 행복과 행운의 여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빌며...


그럼 이만 안녕히.  2021. 5. 어느날 로빈의 아버지가.

환감을 맞는 로빈엄마, 당신께 마음의 선물 장미 60송이를 바칩니다.
환갑을 맞는 로빈엄마, 당신께 마음의 선물 장미 60송이를 바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