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미국의 백신 패악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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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미국의 백신 패악질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1.04.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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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권연구소]

“지금은 백신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백신을 보내도 (미국이) 안전한지 확실히 해야 한다.”

-지난 4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성과를 설명하는 백악관 연설에서 한 말.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에 맞닥뜨린 지 2년째다. 바이러스 확산 기세는 아직도 멈추지 않았고 여전히 우리의 목숨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바이러스 확산에 책임이 큰 미국은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를 앞장세우고 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정권 시절 미국은 독일과 프랑스로 갈 예정이던 마스크를 빼돌리는 ‘해적 짓’을 벌여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미국 내에서는 메릴랜드 주정부가 어렵게 구한 방역 물자를 연방정부에 뺏길까 두려운 나머지, 군경을 동원해 물자 운송 차량을 철통 경호하는 황당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의 이런 이기주의 속성은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서 줄어들기는커녕 훨씬 심해졌다. 바이든 정권 들어 미국은 자국 인구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6억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이미 미국의 18세 이상 인구 53.9%가 이미 한 차례 백신을 접종받았고, 각 주에선 백신이 남아돌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가진 백신 물량이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쓰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평균 백신 접종률은 고작 2%대에 머무르고 있다. 백신 독점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의 이기주의와 탐욕이 끝을 모를 지경이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시절 트럼프의 백신 독점을 비판하던 바이든의 약속이 거짓으로 드러난 가운데, 미국의 백신 패악질은 갈수록 꼴불견이다.

1. 쿼드 동참이 조건…내 편 들면 백신 줄 수도 있다?

​지난 4월 20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미국 측과 백신 스와프(맞교환)를 진지하게 협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정의용 장관은 ‘쿼드에 참가해야 미국이 백신을 주지 않겠냐’라는 물음에 “(백신 분야 협력이) 미중 간 갈등이나 쿼드 참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맞교환’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정부가 아무런 조건 없이 미국 측에 백신을 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다. 정부는 미국 측에 대량으로 생산한 백신 일부를 일단 빌려 쓰고, 올해 하반기에 우리 정부가 확보하기로 한 백신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극히 합리적인 제안이다.

​하지만 미국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말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한국의 백신 맞교환 제안을 정면으로 공개 거부했다.

​“(한국이 미국에 제안한 백신 스와프와 관련해) 이 사안에 관해 한국이나 다른 나라 간 비공개 외교적 대화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언급하진 않겠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미국) 국내에서의 백신 접종 노력이다. 우리는 미국인의 접종에 초점을 맞춰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

-4월 21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이 한 말.

​그런데 미국은 ‘말 잘 듣는 내 편’이라면 특별히 백신을 줄 수 있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듯하다.

​지난 4월 18일, 일본 정부는 화이자에게서 백신 1억 회분이 넘는 백신 제공을 약속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민 접종이 우선이라며 화이자 같은 자국산 백신을 내놓을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온 점을 볼 때, 미국 정부의 승인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한국의 백신 맞교환 논의를 단칼에 거부한 태도와 매우 대조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20일,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트위터를 통해 “쿼드는 2022년 말까지 전 세계에서 최소 10억 회분의 코로나 백신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지원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접종을 강화하는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미국의 방침은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는 나라에 백신을 주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실제로 미국은 쿼드 내부에 ‘공평한 코로나 백신공급에 협력한다’는 취지로 백신 전문가 협의체를 만들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태평양에서 남중국해, 인도양에 이르는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미국의 주요 국방 전략이다. 북한과 중국을 겨눈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동하기 위한 안보협의체가 바로 미국, 인도, 호주, 일본으로 구성된 쿼드(Quad)다. 지난 1월 29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쿼드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실질적인 미국의 정책을 구축할 근본적인 토대”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만큼 쿼드가 미국으로선 중요한 안보협의체라는 얘기다.

​지난 4월 21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인 접종에 초점을 맞추겠다면서도 “캐나다, 멕시코를 비롯해 쿼드와 백신 수급 관련 협의를 했다”라고 밝혔다. 쿼드 핵심 국가인 일본이 화이자 백신을 제공 받은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쿼드에 참가하면 백신을 줄 수도 있다는 미국의 안하무인은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백신 접종은, 미국 패권을 위한 안보협의체와 절대로 흥정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막 대하는 바이든 정권도 전임 트럼프 정권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분명한 건 예나 지금이나 제 잇속만 챙기는데 급급한 미국의 속성은 한결같다는 점이다.

2. 국제 공공재여야 할 백신…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백신 독점을 놓지 않으려는 미국 때문에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 인류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화이자, 모더나 등 코로나19용 백신을 개발한 미국은 백신의 생산·공급을 틀어쥐고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백신의 특허·저작권을 움켜쥐고 어떻게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 대국의 민낯이 너무나 뻔뻔하다.

​코로나19 백신 제작에 필수적인 관련 기술 특허권은 주로 미국 제약회사가 가지고 있다. 이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100여 개 회원국이 백신 지적 재산권 적용 중단을 ‘한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지만 미국은 단칼에 거부했다.

​이뿐만 아니라 백신 제조와 공급에 쓰이는 물품마저 틀어쥐려는 미국의 작태도 심각하다. 미국은 지난 3월 2일부터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플라스틱관, 필터를 비롯해 백신 생산·접종에 꼭 필요한 37개 물품, 원료, 설비의 해외 수출을 차단했다. 본래 국방물자생산법은 물자가 부족한 전쟁 때나 발동하는 법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백신을 ‘무기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결과 전 세계 백신 물량 가운데 60%를 생산해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불리던 인도의 백신 생산은 막대한 차질을 빚었다. 미국의 국방물자생산법 발동 이전, 인도가 생산해온 백신은 한 달 기준 1억 6천만 회분이었다고 한다. 최근 인도에서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만 30만, 사망자만 3,000 명을 훌쩍 넘어서며 감염세가 폭증하고 있다. 세계의 백신 공장 인도가 방역에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나락에 빠진 것이다.

​인도에서 백신 생산이 중단되면서 백신을 자국에 들이려 품을 들이던 많은 나라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무엇보다 백신 수급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접종이 중단되면서 그 피해는 날로 확산 중이다.

​이처럼 백신 빗장을 꽁꽁 걸어 잠근 미국의 이기주의는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전 세계에 백신을 팔아 돈을 왕창 벌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거세다. 미국이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오직 자신만을 위한 탐욕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인데, 최근 미국의 이런 인식을 보여주는 백악관의 공식 입장이 나왔다.

​“미국은 이미 식품의약국(FDA) 절차를 통과한 제조 시설을 갖고 있고 가장 많은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백신을 미국에서 생산하고 세계에 공급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아니면 지적재산권 포기를 선택해야 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지난 4월 27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한 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로 잘 알려진 빌 게이츠도 한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은 많지만 제조사들의 전문성이 배제된 채 무분별하게 백신이 만들어진다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후 빌 게이츠는 “역겹다” 같은 수위 높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덮친 지구촌은 전쟁과 맞먹는 비상 국면이다. 4월 29일 기준 공식 집계로 누적 확진자만 자그마치 1억 5천만 명, 사망자는 316만 명을 넘어섰다. 많은 사람이 고통에 빠졌고, 죽어가고 있다. 이 사태를 하루빨리 끝내고 일상을 되돌리려면 미국의 국방물자산업법 해제와 백신 특허권 해제가 절실하다. 그러나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기주의와 탐욕으로 똘똘 뭉친 셈법을 궁리하는 통에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쯤 되면 전 세계인의 목숨을 미국이 앗아가는 것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3. 끝없이 번지는 조롱…세계를 적으로 돌리려는 미국

​최근 인접국인 멕시코, 캐나다를 콕 짚어 백신을 보내겠다는 바이든 정권의 결정은 결국, 자국의 방역을 위한 조치로 읽힌다. 이밖에 쿼드 핵심국가인 일본과 인도를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에는 백신을 통 크게 내주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백신 특허권과 원료 공급을 막아대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 '저질 양아치’라는 표현이 제법 적당할 듯하다.

​지난 4월 28일, 미국은 ‘백신 이기주의’라는 규탄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마지못해 백신 2천만 회분을 인도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국답지 않게 인색하기 짝이 없는 구두쇠 미국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이들이 ‘정말이지 속이 좁고 쩨쩨하다’라는 생각을 하실 듯하다.

​사전 정의에 따르면 패악질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에 어그러지고 흉악한 짓”이라고 한다. 지금 미국이 코로나 퇴치에 앞장서기는커녕 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겨눠 벌이고 있는 만행을 어찌 패악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백신 패악질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미국은 결국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완전히 적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지금도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여론은 ‘나쁜 미국’을 마주하며 분노를 삭이고 있다. 백신 이기주의와 탐욕에 집착한 나머지 조롱거리가 된 미국이 무척 꼴사납게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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