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역사에 무임 승차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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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역사에 무임 승차하는 사람들....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1.04.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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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사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군사정권의 폭정에 저항해 민주주의에서 살고 싶다는 미얀마시민들의 평화시위에 군인들의 과격진압으로 돌맹이를 던지며 저항하는 시위대를 향해 군인들이 총을 쏘아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 그것도 최루탄을 던지고 어린이나 여성들까지 무차별 학살하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 영상을 통해 보며 우리는 지난 80년 5·18광주를 연살하며 몸서리를 치고 있다.

미얀마시위를 보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할까? “대한민국은 그래도 살기 좋은 나라야!” 이런 생각을 할까? 그런데 그 ‘살기 좋은 나라’는 저절로 만들어진 것일까? 학생들이 시위를 하거나 농민들의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각양각색이다. ‘데모하는 놈들...’, ‘빨갱이 물이 들어서...’ 하거나 아니면 ‘세월이 지나면 다 좋아질 텐데..’라며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국사교과서를 통해 배운 역사 ‘망이·망소이의 난(?)’, 고려 무신집권기 초기인 1176년 망이·망소이의 난(?)은 무신집권기 초기인 1176년부터 이듬해까지 약 1년 반에 걸쳐서 충청도 공주 명학소를 중심으로 일어난 농민과 천민들의 봉기이다. 그들은 “근래 높은 관리들이 우리 같은 천한 신분에서 많이 나왔소. 장수와 재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겠소? 우리도 주인을 죽이고 그놈들 자리를 차지해 봅시다.”라며 계급 세상에 저항했다.

계급사회의 저항은 향소부곡의 망이 망소이와 같은 천민들뿐만 아니라 1198년 고려 무신 집권기에 최충헌의 노비 만적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노비 해방운동을 비롯해 1923년부터 백정(白丁)들의 신분해방운동 등 차별에 대한 저항이 없었다면... 왜놈들의 폭정에 저항한 3·1운동이 없었다면 상해에서 임시정부수립이 가능했을까? 동학혁명, 여순항쟁이 없었다면... 제주 4·3항쟁이 없었다면... 3·15의거, 4·19혁명, 부마항쟁, 5·18광주민중항쟁이 없었다면.... 6월항쟁과 촛불항쟁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정도의 ‘살기 좋은 나라’가 됐을까?

세월이 지나면 양반들이 쓴 역사책을 통해 빨갱이들이 일어킨 ‘과격시위’니 ‘반란’이라고 폄훼한다. 조선 초 약 7퍼센트였던 양반의 비율은 조선 후기에 이르면 70퍼센트까지 차지하게 된다. 납속책(納粟策)이나 족보의 위조, 학생을 사칭하여 양반신분에 오르고, 또는 양반과 혼인을 하여 양반이 되는 경우도 있어 후기에 갈수록 양반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오늘날 명절이 되면 집집마다 양반가문에서 지내던 제사를 지낸다. 양반이 되고 싶은 욕망이 가치관이나 생활양식까지 양반 흉내를 내며 진짜 양반보다 더 양반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책에는 ‘운동’이니 ‘항쟁’, ‘혁명’이라고 배우지만 당시 죽음을 각오하고 앞장섰던 사람들은 자신의 부귀영화나 출세를 위해서... 앞장서서 싸웠을까? 데모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텐데...’라거나 ‘빨갱이’라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은 역사에 무임승차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피흘림이 없었다면 민주주의라는 이만큼 나무가 자랐을까?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들은 불의에 방관하며 권력의 눈치를 보며 ‘내 목숨’, ‘우리 가족’의 안위를 걱정한다.

자기 목숨이,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 사랑하는 가족이 위험에 처하는 걸 좋아할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한 목숨. 사랑하는 가족을 돌보지 못하고 멀리 만주와 간도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면서 나라를 걱정하며 앞장서 싸우지 않았는가? 예날 얘기가 아니다. 김주열, 전태일이 없었다면 박종철, 이한열, 백남기가 없었다면.... 오늘날 내가 누리는 이 작은 자유라도 향유할 수 있겠는가?

불의에 저항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주변에는 권력의 주위를 맴돌면서 남이 해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가지고 덤비는 사람들이 있다. 4·19에, 5·18, 6월항쟁과 촛불항쟁을 구경하던 사람들 중에는 운이 좋아 권력을 차지하면 마치 자신이 똑똑하고 잘나서 그럴 줄 알고 기고만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많이 배우고 잘나서 대통령이 되었을까? 오늘날 국회의원들, 광역·기초단체장들, 교육감들을 자신이 똑똑하고 잘나기만 해서 얻을 자리일까? ‘못배우고, 못난 것들이...’ ‘억울하면 출세 해!’라고 생까할까? 어부들이 태풍과 사워 잡아 온 생선을 먹으면서, 땀흘려 지은 곡식을 따뜻한 방에 앉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먹으면서 노동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우리사회에는 노동자들이,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미군철수운동, 전시작전권을 반대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주권자들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노동운동, 환경운동, 교육운동, 언론운동, 역사 바로세우기운동, 헌법읽기운동...에 땀흘리며 싸우고 있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폼나는 곳에서 휴가를 즐길 줄 몰라서일까? 그들은 피땀흘려 싸우는 동안 ‘못배우고 못난놈들을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면서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개돼지 취급하며...’ 비웃고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문제’라고 ‘데모하는 놈들(?)’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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