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민주공화국의 학교는 민주시민을 길러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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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민주공화국의 학교는 민주시민을 길러내고 있을까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1.04.0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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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된지는 102년째다. 1919년 4월 11일 상해임시정부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인민 전체에 재(在)함(제 2조)이라고 선포했다. 해방은 됐으나 나라를 점령한 미군정시대(1945. 9. 9~1945.8.15.)를 거처 1945년 7월 17일 공포한 제헌헌법에도 1972년 12월 27일 박정희의 유신헌법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었다. 학살자 전두환이나 노태우시절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민주공화국’이었고, 6월항쟁의 결실이 만든 현행헌법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사진출처 : 한겨레신문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는 학교도 민주공화교일까?>

오늘날은 공모제로 교장이 된 진보적인 교장이나 진보적인 대안학교에서 학교가 민주적인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지만, 오늘날 부모 세대들만 해도 학교에만 민주주의가 없었다. 학생들은 교문에 들어설 때 기율부원에게 ‘멸공’이나 ‘단결’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례를 붙여야 했다.

‘기율부’나 ‘선도부’라는 완장을 찬 학생들이 보초를 서듯 일렬로 늘어서서 등교하는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을 찾아내 벌을 세우거나 운동장을 돌려 군기를 잡곤 했다. 여학생의 경우 치마나 바지의 길이를 재어 위반 학생을 찾아내고, 두발 길이를 재 가위로 자르는 만행도 불사(?)했다.

 

<일제강점기 노래를 배우면서 자라는 아이들>

수업을 시작하고 마칠 때마다 일제 군사문화의 잔재인 선생님께 “차렷”, “경례”를,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일제 강점기시대 유습인 ‘학교장 훈화’를 들어야 했다. ‘쎄쎄쎄’와 ‘아침 바람 찬바람에’,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학교 종이 땡땡땡’, ‘동동 동대문을 열어아’. ‘퐁당펑당’, ‘꼬리잡기’, ‘대문놀이’, ‘비석치기’, ‘땅따먹기’, ‘사방치기’ 등,...을 배우며 자라는 아이들. ‘황국신민서사’를 모방한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외우고 “일본식 한자, 일본식 땅 이름, 친일사관의 학자들이 쓴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사가 작곡한 애국가를 부르며 자라는 학생들은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을까? 헌법은 민주공화국인데 생활지도규정이라는 학교헌법조차도 학생들이 스스로 만드는 학교는 별로 없다.

 

<교칙의 내용도 모르면서 준수하겠다는 신입생 선서>

“0000학년도 입학을 허가받은 저희 신입생 일동은 재학 중 학칙을 준수하고 학업에 힘쓰며 학생의 본분에 어긋남이 없이 성실히 생활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중등학교 입학생들이 입학식 때 신입생 대표가 교장선생님 앞에서는 손을 들고 하는 선서다.

‘교칙’, 학칙, 혹은 ‘학생생활지도규정’이라는 규범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모든 학생이 지켜야 하는 학교 헌법이다. 신입생들은 학교의 헌법인 교칙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을까? 아니 내가 지켜야 할 교칙을 제정하는데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 되었을까? 학교의 주인이라는 학생들이 내용도 모르는 교칙을 준수한다니 그것도 학생 대표가 교장 앞에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알지도 못하는 규범이다.

교칙만 그럴까?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 구구단을 배운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현재 부모세대들은 구구단은 외우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구구단을 못 외우면 집에 보내주지 않거나 숙제를 내주고 못 외우면 손바닥을 맞기도 했다. 구구단만 그런게 아니다.

민주주의를 배우면서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며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라고 써 주고 외우게 한다.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권력의 본질이 무엇인지 민주주의’니, ‘공화제’의 뜻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아니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을 소개해주지도 않는 학교가 가르치는 민주주의에서 민주적인 삶은 배워 민주시민이 될 수 있을까?

 

<학교자치조례조차 못 만드는 학교>

학교를 민주화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 학생회와 학부모회 그리고 교사회의 법제화다. 2006년 당시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학교자치를 위해 ‘학교자치 법안’을 발의해 10년 후인 199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는 아직도 공립은 심의기구요, 사립은 자문기구다. 그것도 학생대표조차 참여하지 못하는가 하면 학생회도 학부모회도 교사회도 법정기구가 아닌 임의기구다. 진보성향의 지자체에서 학교자치조례로 만들고 있지만 그것조차 전북과 경기도, 광주, 충남 등 일부 지자체 외에는 학교자치조례를 만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헌법 제 1조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민주주의는 주권자들이 주인인 나라요, 공화제는 주권자를 위한 정치를 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주인이 주권자가 아니고 모든 주권자를 위한 정치를 하지 못하는 나라를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시작된지 102년이나 되었지만 민주주의를 배우고 체화하는 학교는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민주학교인가? 학교의 헌법인 교칙조차 학생들이 알지도 못하고 신입생들이 학교장 앞에서 선서를 한다고 민주적인 학교가 되는가? 학교 헌법인 교칙을 학생들 스스로가 만들지 못하는 학교에서 어떻게 민주시민을 길러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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