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경지무지(輕地無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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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경지무지(輕地無止)
  • 이정랑의 고전소통
  • 승인 2021.03.2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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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지에서는 멈추지 않는다.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손자병법’ ‘구지편’에 나오는 말이다. ‘경지(輕地)’란 군대가 적지에 그다지 깊숙하게 들어가지 않은 지역을 말하는데, 본토와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위급하면 가볍게 얼른 돌아갈 수 있기에 ‘경지’라 한다. 일찍이 손자는 오왕의 질문에 대해 “군대가 적의 땅에 진입했는데 적이 굳게 지키며 싸우지 않으면 병사들이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물러나고 싶어 하기에 쉬이 싸우려 하지 않는 곳을 경지라 합니다.”고 대답한 바 있다.

대대적으로 적국을 침입한 군대는 군사상의 우세를 믿고 적의 허점을 틈타려고 한다. 따라서 일단 전투가 시작되면 적극적인 공격력을 발휘하여 신속하게 적지 깊숙이 들어가 상대가 새로이 방어망을 구축하기 전에 섬멸함으로써 전략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 뻔하다.

1939년 9월, 독일군은 폴란드를 습격하여 빠른 속도로 폴란드 전역을 점령했다. 1941년 6월 22일 독일 군은 소련에 대한 공세 작전을 펼처, 7월 9일에는 이미 소련 경내 3백~6백 킬로미터 지점까지 깊숙이 침투하여 ‘경지무지’의 작전 책략을 체현했다.

‘경지’에서의 전략에 관해 오왕과 손자의 대화를 들어보자.

오왕 : 아군이 적의 경계인 ‘경지’에 들어섰는데, 병사들이 돌아가고 싶어하여 전진하기는 어려워도 후퇴하기는 쉽소. 그렇다고 뒤쪽에 험준한 방패막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삼군이 모두 겁을 먹고 있소 대장은 전진하고자 하는데 병사들이 후퇴하고 싶어 해서 상하가 일치하지 못하오. 적은 성루를 지키며 전열을 가다듬어 아군의 앞을 막거나 등 뒤를 공격해올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좋겠소?

손자 : 군대가 경지에 있으면 병사들은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 전투도 잘 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적의 땅에 가까워지더라도 성이 있다고 알리지 말고 거쳐 온 통로를 모르게 해야 합니다. 마치 몰려가는 것처럼 꾸밉니다. 그런 다음 훈련이 잘된 기병을 뽑아서 재갈을 물려 조용히 침투시켜 소‧말 등 가축을 약탈합니다. 3군이 그것을 보면 전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좋은 병사들을 가려서 몰래 매복시켜놓고 적이 오면 가차 없이 공격하고, 오지 않으면 즉시 떠납니다.

‘경지’에서의 작전은 불리한 점이 많다. 손자는 ‘경지’에서의 작전에 따른 각종 요소를 인식해야 할 뿐 아니라, 작전의 특징에 맞추어서 계책과 전법을 택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냉병기 시대에 대단히 중요한 의의를, 갖고 있으며 현대 전쟁에서도 여전히 본받을 만한 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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