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권력, 바르게 쓰면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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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권력, 바르게 쓰면 보약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21.03.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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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면 독약

【팩트TV-이기명칼럼】어느 조직에나 왕초는 있다.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주먹이 제일 쎈 놈이 왕초다. 왕초를 따라다니는 똘마니들도 있다. 서로 똘마니가 되려고 경쟁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권력자 주위에는 따르는 졸개들이 있다.

왕초는 좋은 것이 많다. 과자를 사면 가져다 바친다. 자기 용돈도 왕초 쓰라고 준다. 뇌물이다. 그들이 자라면 뭐가 될까. 좋던 시절이 그리울 것이다. 인간의 앞날을 그 누가 알겠는가.

고등학교 때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의용군 포로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중에 낮 익은 얼굴. 초등학교 동창이다. 왕초로 폼 잡던 녀석이다. 덩치가 좋아서 의용군이 되었는가. 택시를 탔다. 얼굴이 익다. 어! 초등학교 동창이다. 일찍이 직업전선에 나선 것이다. 앞일은 누구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 꿈이 축구 대표선수였던 나는 수십 년째 글만 쓰고 있다.

■국회의원, 자랑스러운가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국민 모두가 정치를 할 수는 없다. 대표를 뽑아 국회라는 곳으로 보낸다. 나 대신 정치 좀 잘해 주십시오. 이런 국민들의 염원을 안고 국회의원 배지를 단다. 법은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고 엄청난 권한까지 보장해 준다.

현행범이 아니면 잡아가지도 않고 월급도 많이 주고 비서도 여러 명 주고 차도 주고 그야말로 팔자 중에서는 상팔자다. 입이 험한 친구는 ‘오뉴월 댑싸리 밑에 개 팔자’라고도 하지만 의원이란 직업이 만만한 게 아니다.

국민의 대표이니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가. 품위 있는 사생활과 청렴. 그야말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범이 되어야 한다. 국민 모두가 감시의 눈이다. 따지고 보면 불편한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결사적으로 의원이 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분골쇄신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일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국민들은 뭐라고 할 것인가.

국회의원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국회의 존재 이유조차 부정하려는 국민이 적지 않으니 딱한 일이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300여 명이나 되는 식구니 그중에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과거를 묻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한이 없다. 의원 배지 달고 잘하면 된다. 국민들이 의원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서 밖에 알 수가 없고 미안하지만, 우리 언론의 신뢰 역시 믿을만한 것이 못되니 의원들은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양심껏 국민에게 헌신적인 봉사를 하면 된다. 국민들은 모르는 것 같아도 어떤 의원이 어떤 수준인지 다 안다.

(자료사진 - 신혁 기자)
(자료사진 - 신혁 기자)

■정치는 전쟁인가. 선거는 생사불문인가.

철들어서 목격한 정치는 무엇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해방 후 첫 번째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수류탄이 터졌다. 경쟁 정적에서 보낸 선물이다. 그야말로 죽기 살기 아닌가. 정치가 뭐기에 목숨을 거는가. 그건 당사자들이 대답해야 한다.

김구·여운형·송진우·장덕수 등 정치지도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치투쟁은 바로 권력과 직결된다. 정치투쟁에서 패하면 목숨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많을 것이다. 그 때문에 죽기 살기다. 요즘 정치를 보면서 국민이 생각하는 정치는 어떤 것일까.

동물의 세계에서도 살기 위한 투쟁은 치열하다. 그것을 보면서 인간 세상의 정치투쟁과 비교하게 된다. 어떤가. 인간의 투쟁은 어떤가.

요즘 정치싸움을 보는 국민의 평가는 어떨까. 한마디로 이전투구라고 한다. ‘진흙탕 개싸움’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모욕적인가. 개와 비교가 되다니.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야 사람이다. 화가 나면 싸움도 하게 된다. 그럼 묻자. 오늘의 정치싸움이 싸워야 할 정당한 싸움인가. 운동경기에서 최고의 반칙은 퇴장이다.

정치에서 반칙은 어떤 처벌인가. 정가에서 추방이다. 의원직 상실이다. 지금까지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들이 꽤 된다. 국민들은 어떤 생각일까. 아마 국민들에게 처벌하라면 의원 배지를 한 바가지는 거둘 것이다. 그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섭섭해도 할 수 없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칼만 안 들었다. 여·야간 싸움이라면 그래도 이해를 해 줄 수 있지만 이건 아군끼리의 싸움이다. 아닌 것처럼 위장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치사한 모략이 횡횡한다. 얼굴이 뜨거워진다. 참혹한 음해 글을 보면 화가 난다. 험한 글로 대응한다. 그런 대응이 오고 가면 원수가 된다. 험악한 댓글은 안 쓰기로 했지만 나도 자신이 없다.

간곡하게 제안한다. 비판은 좋지만, 고약한 욕설로 감정을 상하게는 하지 말자. 결국은 이적행위가 되고 반민주세력이 권력을 차지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힘을 주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 고약한 비난 욕설을 한 녀석을 찾아내 따끔한 충고와 함께 사과를 받았다.

“선생님 조직의 명령이니 도리가 없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조직은 무섭다. 어느 조직이든 조직을 관장하는 분께 호소한다. 순리를 지키자. 이적행위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권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라와 민족이 우선이다. 이 나라를 떠나 어디서 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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