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신탁통치 오보사건’의 진실, 지금이라도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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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신탁통치 오보사건’의 진실, 지금이라도 밝혀야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1.01.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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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12월 27일자 1면 기사 "外相會議에 論議된 朝鮮獨立問題

蘇聯은 信託統治主張 蘇聯의 口實은 三八線 分割占領 米國은 卽時 獨立主張“

"소련이 신탁통치를 주장하고 미국은 한국의 즉시 독립을 주장한다” 27일자 석간 동아일보의 이 기사는 25일 AP, UP 통신의 25일자 추측 보도가 오보의 발단이 된다.

‘동아일보가 쓴 ‘합동통신 워싱턴발 25일자 보도’를 근거로 쓴 이 기사는 사실은 1945년 12월27일 아침 <조선일보>에 먼저 실렸다. 석간이던 <동아일보>는 몇 시간 뒤 같은 기사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그대로 1면 톱기사로 실으면서 상술한바와 같이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독립 주장”이라고 제목으로 “미국은 우리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데, 소련은 우리를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고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오보인가 왜곡보도인가?>

이사건을 두고 '남한 우파·미군정 배후설'과 '북한 좌파·소군정 배후설'이 있지만 이 기사의 진원지가 미국발 AP, UP 통신사였고 동아일보가 이날의 오보뿐 아니라 그전에도 집요하게 소련과 좌익을 흠집 내려는 기사를 실어왔으며, 이후에도 반탁운동 정국에서 일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왜곡 및 과장 보도를 거듭해 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오보가 아닌 의도적인 왜곡보도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모스크바삼상회의의 결정문은 동아일보의 보도와는 정반대인 “한국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임시정부를 수립하며 이를 준비하기 위하여 미소 공동위원회를 설치한다. 또 임시정부를 통해 미국, 영국, 소련, 중국의 4개국이 최장 5년간 신탁통치를 하고, 그 후 총선거를 실시하여 완전한 독립국가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 반대로 처음에는 한반도의 신타통치를 처음에는 30년 중아에서 소련의 반대로 10년으로 최종 5년으로 합의한 것이다.

<모스크바삼상회의의 진실>

모스크바삼상회의의 결정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미소 공동위원회 설치 → 미소 공동 위원회와 한국의 정당 및 사회단체가 협의하여 임시정부 수립권고안 작성 → 4개국의 심의 → 임시정부 수립 → 임시정부는 미소 공동위원회 밑에서 구체적인 신탁 통치 협정의 작성에 참가 → 4대국의 신탁 통치 협정 공동 심의 → 4대국이 임시정부를 통해서 최장 5년간의 신탁통치 → 총선거 → 독립국가 설립의 수순이다. 결정문대로 신탁통치가 됐다면 남북한 분단도 동족상잔의 6·25전쟁도 일어났을 리 없다.

<찬탁=애국, 반탁=매국...?>

동아일보 오보사건이 보도된후 한반도 정제를 보면 '남한 우파·미군정 배후설'의 시나리오대로 한반도는 ‘찬탁과 반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상식이 있는 국민이라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미소 공동 위원회와 한국의 정당 및 사회단체가 협의하여 임시정부 수립과정인 찬탁을 부정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일보 오보사건은 이런 모스크바삼상회의의 결정을 뒤집고 ‘좌파는 찬탁’ ‘우파는 반탁’이 다시 ”찬탁=애국, 반탁=매국“이라는 논리에 휘말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비극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해방정국의 정치세력들>

찬탁과 반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해방정국의 정치세력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는 해방 후 두 달도 되지 않아 미군정청에 등록된 정당의 수가 54개에 이르렀고, 그후 1년 이내에 정당 수가 300여 개로 증가하였을 정도이다. 

어제까지 일제의 탄압에서 해방된 하나의 독립국가는 정치세력의 이해관관계로 크게 ‘좌파와 우파’간의 세력다툼으로 비화된다. 동아일보오보사건 후 우파는 '즉시 독립'을 주창하며 대중의 정서를 자극. 신탁통치의 반대를 주장하면서 ‘좌익은 민족을 배반하고 소련에 나라를 팔아먹는 세력’으로 매도되면서 빵갱이 색출작전에 휘말리게 된다.

<좌우익의 대립 그리고 좌우합작운동>

해방공간에서 좌우의 양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은 공산당(후에 남로당)과 한국민주당(약칭 민주당) 그리고 여운형이 이끄는 중도좌파의 조선인민당(후에 근로인민당)과 김구 등 상해 임시정부 계열의 한독당과 같은 중도우파 정당이 있다. 

여운형은 일제의 무조건 항복으로 힘의 진공상태를 이루게 된 한국의 과도적 치안권을 조선총독으로부터 물려받아 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 조선인민공화국을 선포(1945. 9. 6)한다. 한편 보수우파진영은 임시정부 환국준비위원회의 송진우·김성수 그룹, 조선민족당의 김병로·조병옥 그룹, 한국국민당의 백남훈·김도연·윤보선·허정 그룹 등이 참여한 한국민주당을 결성(1945년 9월)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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