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칼럼】 양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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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칼럼】 양심의 눈물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7.12.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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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눈물

【팩트TV-이기명칼럼】 양심은 깊은 산속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샘물 같다. 소나기가 쏟아지면 흙탕물을 덮어써도 비가 끝이면 다시 솟아난다. 양심은 그런 것이다.

 

■ 오래간 만이다 MBC

채널11. MBC 채널이다. 몇 년 만인가. 최승호가 나왔다 사장의 모습으로. 잘렸던 6명의 얼굴이 보인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용마, 정영하, 최승호다. 이용마를 보면서 눈을 감았다. 

끝없이 흐르는 눈물. 닦을 생각도 안 했다. 아무리 눈물을 흘리기로 저 친구들만 하랴. 앵커가 바뀌었다지만 그가 누군지도 모른다. 그동안 MBC는 내 머릿속에서 지워진 존재였다. 20분 뉴스가 끝났다. 뉴스데스크는 사라졌다.

문득 꿈같은 생각을 했다. 저렇게 활짝 웃는 자리에 김장겸이 나타나 눈물을 흘린다면. 아무 말 없이 그냥 가만히 서서 눈물만 흘린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욕이 나왔을까. 끌어냈을까.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할 때 진짜 참회요 속죄라고 생각하는 머리는 비정상인가. 오늘 밤. 김장겸이 고대영이 이불을 쓰고 눈물을 흘리지는 않을까.

(사진출처 - MBC노동조합 홈페이지)

 

■ 고대영은 지금 무슨 생각을

바로 그 시각 고대영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고력의 질서가 무너진 인간처럼 불쌍한 동물이 없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실했던 사고력의 정상적인 회복이다.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영하 7도의 혹한 속에서 고대영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KBS 사원들과 무기한 단식을 하는 노조위원장, 광화문 광장에서 릴레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아나운서들. 그들의 절절한 절규를 들으며 고대영의 머리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 인생을 포기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지금 고대영은 포기했는가.

서기원이 낙하산 사장이던 시절 KBS에 파업이 있었고 경찰이 방송국을 장악했다. 직원들도 신분증을 제시해야 출입할 수 있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찰에게 “내 집 들어가는데 니들이 뭐냐.” 호통을 치던 어린 여자 아나운서. 이제 70이 넘었을 그를 생각하면서 추위에 떠는 지금의 아나운서를 생각한다.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고 이병순 김인규 길환영 조대현 고대영으로 이어지면서 KBS가 엄동설한에 떨고 있다. 왜 떨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웃을까. 그러나 파업에 이르기까지 KBS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국민들은 묻는다.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래도 세상은 좋아지리라고 믿는다.

 

■ 방통위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요즘 많이 듣는 소리가 있다. 방통위는 뭘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왜? 방통위가 놀고 있는가. 감사원은 KBS 이인호 이사장과 이사들을 감사했다. 결과도 발표했다. 책임을 져야 할 비리가 있다. 방통위가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조용하다는 것이다. 대답은 방통위가 해야 할 것이다.

물어야 할 책임은 물어야 한다. 묻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죄를 만들어 묻던 시대도 있었다. 항의도 제대로 못하고 입을 닫고 있었다. 만만하게 봤다. 국정농단을 하면서도 제까짓 것들이 어쩌겠느냐며 느긋했을지 모른다.

댓글이나 달아 선거에 이길 생각이나 하고 국정원 특활비를 맘대로 청와대에 갖다 바치고 그러면서 느긋하게 살아오다가 뜨거운 맛을 보게 됐다.

방통위는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 답답한 가슴이 풀릴 게 아닌가. 국민은 물을 권리가 있고 대답을 안 하면 박근혜·이명박 처럼 큰코다친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의 정상화는 국민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것이다. 김재철 김장겸 같은 천하의 망나니가 개판으로 만들어 놨다. 일 잘하는 기자들과 PD들을 스케이트장이나 관리하고 샌드위치나 만들라고 했다. 그들은 울었다. 이제 그들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정말로 만다고 싶던 친구가 돌아왔는가. 편파방송이나 하는 설익은 짓을 하다가는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와 국민들은 결코 기울어진 운동장을 원하지 않는다.

 

■ 난 누구 들러리냐

전쟁에는 승자에게 전공이 돌아간다. 이기면 공을 가리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이 있으면 상을 주고 능력이 있으면 직책을 준다고 한다.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패한 쪽보다는 승리한 쪽에 말이 많다. 이걸 승리 후유증이라고도 한다.

솔직 하자. 선거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선거는 승리로 끝이 났다.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1순위가 청와대다. 그러나 청와대나 원하는 부처나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또 맘대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무직이 아니면 안 된다. 자리는 뻔하고 도리 없이 경쟁하게 된다. 줄을 찾아 부탁도 하는데 이 역시 좁은 문이다.

‘들러리’가 말썽이다. 사람을 미리 정해 놓으니 다른 지원자들은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골칫거리다. 사람이 결정되면 누구 사람이다. 누구의 빽으로 그 자리에 갔다. 등등. 소문은 순식간에 퍼진다.

이명박근혜 정권의 불법취업으로 지금 야단법석이다. 인사라는 것이 100% 완전무결하게 될 수는 없지만 이미 들통 난 것처럼 엉망진창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사실이든 아니든 자신이 들러리 역할의 주인공이라는 소문이 나면 그 좌절감이 어떻겠는가. 평생 원수 되는 거 아주 간단하다.

12월 9일. 박근혜에겐 악몽의 날이지만 내게는 축복의 날이다.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악몽과 축복. 전자는 자신의 선택이고 후자는 하늘의 뜻인가. 그러나 인생사 자신이 선택하기 마련이다. 김장겸도 고대영도 자신이 선택했다.

지금 지지율 75%를 받는 정권은 만족하고 있는가. 자만하고 있는가. 자만의 순간 이후는 추락이다. 얼음처럼 냉정해야 한다. 어떻게 쟁취한 정권인가. 수천만의 촛불이 탔다. 수천만 국민의 염원이 있다. 방심과 자만은 벌을 받는다. 들러리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경쟁은 공정하게 과정은 투명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결국, 국민이 평가한다. 국민은 무섭다. 모를 줄 알 다 가는 큰코다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양심의 눈물은 국민의 눈물이다.

“경쟁은 공정하게 과정은 투명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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