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환 칼럼] 새해를 맞아 암울하게 출발하는 미국 중심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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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칼럼] 새해를 맞아 암울하게 출발하는 미국 중심 자본주의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1.01.0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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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연구소]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으며 사람들은 세상이 더 좋아지길 소망하고 이를 위한 노력을 다짐하기도 한다. 새해에는,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의 존엄성이 더 높아지고 사람들이 서로를 더 귀중히 여기며 모두가 함께 행복을 가꿔가는 그런 세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세계 자본주의는 새해를 맞이해서 전망이 더 암울하다.

​미국 내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모든 분야는 점점 더 혼란과 분열, 대결과 침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월 6일 워싱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날은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통령 당선자를 확정하는 날이다.

트럼프 지지단체들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대규모 집회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며 트럼프 대통령도 항의 시위에 동참해달라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폭력 사태에 대비해 도로 폐쇄 및 주차 제한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날 바이든 지지자와 트럼프 지지자 사이에 대충돌이 발생할지에 다들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미국은 새해를 정치적 격돌과 혼란, 위협 속에서 시작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차 세계대전 전사자를 능가하며 아비규환의 비명이 터져 나오는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가 새해에 더 안정될 거라는 전망은 어디에도 없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낫지 않겠는가 전망하기도 한다. 이는 미국 사회의 혼란이 트럼프의 개인적 특성, 즉 괴팍하고 직설적이고 지나치게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성격 때문에 있었던 것처럼 보는 관점에 기초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등장하기 전부터 미국 자본주의는 이미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었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자.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기 자본주의 진영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소련 등 사회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협력하였다. 이걸 통해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런데 1970년대 1차 석유파동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이것을 다 극복하지 못한 가운데 80년대 자본주의 경제가 한계에 봉착하자 1985년 플라자 합의를 하였다. 환율 조작으로 일본 경제를 희생시켜 미국 경제를 살리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땜질처방에 불과했으며 자본주의 위기의 근본 처방은 아니었다. 흔히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말까지 미국 경제는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리하여 자본주의 경제가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졌을 때 소련, 동구권 사회주의가 먼저 무너졌다. 아마 소련과 동구권이 조금만 더 버텼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가 먼저 무너졌을지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발의 차였다.

​원래 침략과 약탈로 유지, 성장하던 제국주의 경제는 소련과 동구권이 붕괴한 공간을 파고들어 먹잇감을 사냥했고 그걸 통해 어느 정도 양적성장을 하였다. 미국은 90년대 주가가 급등하고 내수시장이 폭발하는 등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이게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90년대 중반 양적 팽창을 이룰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1995년 세계경영을 선언하고 동구권에 적극 진출하였다. 이를 두고 몽골의 동유럽 침입에 비유해 ‘김기즈칸’이란 말까지 나왔다. 지금도 동구권에 가면 대우자동차나 대우전자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시적 호황도 금세 한계에 부닥쳤다. 그리하여 1990년대 후반 세계 곳곳에서 이른바 IMF 사태가 발발, 미국의 ‘양털깎기’가 자행되었다. 양털깎기란 신흥국 경제를 성장시킨 후 선진국 금융자본이 그 나라에 고의로 위기를 발생시켜 자산을 헐값에 강탈해간다는 뜻이다. 양을 키워 털이 풍성해지면 깎아서 가져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양털깎기라고 한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 문턱에 다다를 즈음 양털깎기를 당했다.

​이렇게 미국 독점자본은 하위동맹국, 종속국가들을 약탈하며 생명을 유지했으나 이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2008년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졌다. 미국 발 금융공황은 세계를 휩쓸었으며 아직도 미국 경제는 그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를 맞았다.

​미국을 위시로 한 세계 자본주의 진영은 위기의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동북아 지역을 생각해왔다. 한반도와 만주, 시베리아를 잇는 동북아 경제권은 무궁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전 세계 자본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지하자원과 넓은 땅, 우수한 인력이 있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유럽이 모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014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동북아 경제권, 유럽 경제권, 북미 경제권의 GDP는 각각 15조2750억, 16조4685억, 18조4768억 달러지만 한반도 통일을 전제로 2040년이 되면 각각 47조3980억, 26조3170억, 37조3500억 달러로 동북아 경제권이 압도적인 선두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대통령 정책자문기구인 동북아시대위원회 등은 2040년에 동북아 경제권이 세계 경제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의 여러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동북아 경제권이 향후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미국 독점자본이 동북아 경제권에 파고들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북한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자본주의 진영은 북한을 무너뜨리고 동북아 경제권을 차지하기 위해 1990년대 국제연합전선을 펼쳐 총공세를 폈다. 그러나 북한은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반등, 전략패권국가로 강화되었다. 현재 상태로 봐서는 북한을 붕괴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은 지금 중국과 전방위로 대격돌을 벌이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 과정이라 해석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미국은 미중 대결을 북미 대결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를 부정할 것이다. 그들은 ‘강대한 아메리카 제국이 지도에서 찾기도 힘든 북한을 상대하느라 국력을 쏟아 붓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당국자들이 아무리 현실을 부정해도 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후 인수위 시절이었던 2017년 1월 9일,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처음부터 북핵이 최우선순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이전인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이미 미국의 최대 외교안보 상대국은 북한이었던 것이다.

​2017년 2월 27일 양제츠 중국 국무위원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은 북한”이라며 중국의 협조를 촉구했다. 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도 4월 17일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28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무역 분야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지만 나는 중국에 대해 관대했다. 내게 무역보다 더 중요한 유일한 것은 전쟁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전쟁은 북한과의 전쟁을 말한다. 또한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나를 돕는다면 무역 문제를 약간 다르게 봐줄 수 있다”라고 하여 미중 무역전쟁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함을 공개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대와 달리 2018년 북미정상회담 합의 발표 직후 북한과 중국은 북중정상회담을 먼저 진행해 돈독한 유대관계를 보여주었다. 미국의 대북고립압살 연합전선의 가장 중요한 축이 붕괴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자본주의의 제1출로는 점점 막히고 있다.

​물론 여기서 미국이 북한,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공존, 공리, 공영을 하려는 노선으로 돌아선다면 그들과 함께 동북아 경제권 개발에 동참할 수 있으며 공동번영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국은 오로지 독점에만 매달리는 본성을 가지고 있어 공존, 공리, 공영의 길을 택할 가능성은 없다.

​이런 속에서 미국 경제는 계속 무너지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여 미국 내 사회주의적 요구가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지난 2016년 대선 경선에 이어 지난해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도 민주적 사회주의를 내건 버니 샌더스가 돌풍을 일으키는가 하면 민주사회주의당(DSA)은 불과 3년 만에 당원이 6500명에서 55,000명으로 아홉 배 가까이 불어났다.

2019년 5월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갤럽 여론조사 결과 무려 43%의 국민이 사회주의가 미국에 좋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2018년에도 갤럽 여론조사(중복허용)에서 18~29세 미국인 중 “나는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답변이 51%로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본다” 45%를 넘어섰다.

​독점자본가들도 동요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심각한 수준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였던 빌 게이츠는 지난해 초 “부자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1억 달러를 냈다. 세계적 투자가 워런 버핏도 한때 부자증세를 주장해 이른바 ‘버핏세’ 논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 자본주의에 반하는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속에서 트럼프가 등장했다. 미국 내 자본주의 문제의 근본책임이 탐욕적 독점자본가에게 있는데 그걸 떠넘길 희생양으로 트럼프 같은 미치광이를 내세운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트럼프 특유의 ‘미치광이 전략’을 통해 미국 독점자본의 이익을 마구잡이로, 배타적으로 관철하게 하였다. 우리도 주한미군 지원금(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이라는 미치광이 같은 강도적 요구를 받았는데 그것도 마치 트럼프의 개인적 특성 때문인 것처럼 치부한다. 한 마디로 트럼프는 방패막이다. 결코 우연히 등장한 게 아니다.

​이번에 트럼프가 교체될지는 지켜봐야겠는데 교체돼서 괴짜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일만 남았다. 실물경제와 동떨어져 극대화된 금융거품은 이미 통제 불능 상황으로 제2의 금융공황을 예고하고 있다. 사상 최저 실업률이라는 자랑 이면에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이 건당 알바로 가는 고용의 질 악화가 숨어있다.

​미국은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전부터 중국 등 해외에 있는 공장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리쇼어링’ 정책을 펴왔다. 대표적인 게 법인세 인하다. 미국이 리쇼어링 정책에 본격 나선 건 2010년이다. 오바마 정부는 공장 이전 비용의 일부를 보조해주면서 법인세를 38%에서 28%로 내렸다. 트럼프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법인세율을 최고 21%까지 내렸다.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정책이다.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보자. 2019년 삼성전자는 법인세로 10조5404억 원을 냈다. 법인세율은 25%다. 만약 법인세율을 21%로 내린다면 법인세는 대략 8조8539억 원이 되고 가만히 앉아서 1조6865억 원의 순이익을 더 차지하는 셈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 무척 구미가 당기는 정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 기업이 쉽게 기업을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애플이 중국 공장을 미국으로 철수하면 중국 소비자를 포기해야 한다. 중국 내 스마트폰 연간 판매량은 2019년 기준 약 3억9080만 대다. 여기서 애플의 아이폰은 대략 10% 안팎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1년에 4천만 대 정도를 중국에서 팔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 연간 출시량이 2억 대 정도 되므로 전체 아이폰의 20% 정도를 중국에서 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애플이 중국 공장을 철수하면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이 날지, 10%로 떨어질지 알 수 없다. 반토막만 나도 연 매출의 10%가 줄어드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나머지 시장은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등 고급 스마트폰, 저가형 스마트폰들이 쉽게 차지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으며 아무리 법인세를 인하해줘도 쉽게 공장 이전을 할 수 없다.

​중국 시장은 양도 양이지만 질도 다르다. 저가상품만 소비하는 게 아니라 명품 소비층도 어마어마하다. 2015년 기준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해외 명품 소비 규모는 약 142조 원 규모로 전 세계 명품 시장의 46%를 차지하였다. 시진핑 정부 들어 반부패 정책 때문에 명품 소비가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요우커는 세계 명품 시장의 ‘큰 손’이다. 미국이 이 고급 시장을 포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보면 지금 미국이 보호무역을 내걸고 중국 공장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건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 이것만 살펴봐도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는 가면 갈수록 출로가 사라진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부익부빈익빈, 양극화와 인종차별을 더욱 부추기는 등 사회 모순이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미국의 몰락은 한국에도 직격탄이 된다. 문재인 정권은 몰락하는 미국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대미추종정책을 자신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건 흡사 몰락하는 명나라를 섬기다 못해 이미 망해버린 명나라를 ‘소중화’라는 논리까지 만들어 끝까지 섬긴 조선과 비슷하다. 이런 정부에서 희망이 있을 수 없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권의 한계가 갈수록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했고 촛불혁명의 요구를 수행할 임무를 부여받은 문재인 민주당세력 안에서 촛불혁명을 배신하는 이명박근혜 사면 얘기가 튀어나오고, 민의를 거스르며 의대생 국가고시 재응시 기회를 주고,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면서 검찰개혁을 무너뜨리려 하는 등 반개혁적 행태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민심 이반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금 한국의 정치상황을 보면 국민이 총선에서 국힘당을 심판하고 만들어준 적폐청산 전선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약화와 내분 심화, 국힘당과 적폐세력의 기세 상승 형국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대미추종정책과, 촛불국민에 의거하지 않고 기존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는 정책에 기인한다.

이런 속에서 우리 국민은 참으로 암담한 심정을 안고 새해를 맞고 있다.

그러면 우리 국민의 앞날에는 좌절과 패배만이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 운명은 우리가 개척해야 한다. 그 누구에 기대지 말고 국민이 ‘내가 주인이다’라는 인식을 뚜렷이 하면서 촛불개혁의 의지를 불태우고 내가 직접 개혁의 전선에 나서겠다는 자세로 실천에 나서야 한다. 그러면 문재인 정권의 불철저함, 또 정권에 맹종하는 저급함을 충분히 극복하고 올 한해도 자주, 민주, 통일의 장쾌한 승리를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국민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 진보당을 위시로 개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육성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가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새로운 밝은 희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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