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전문가 특집인터뷰3: 마커스 실러] “북한 ICBM, 세계 3·4위 수준…러시아 도움 받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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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전문가 특집인터뷰3: 마커스 실러] “북한 ICBM, 세계 3·4위 수준…러시아 도움 받았을 수도
  • 미국의 소리 방송 (VOA)
  • 승인 2017.12.0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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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9일 새벽에 실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발사 모습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의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소련제일 가능성이 있으며, 외부 전문가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가 밝혔습니다.

실러 박사는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완전히 다른 종류의 미사일을 한 번에 성공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북한의 ICBM 역량은 미국, 러시아,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VOA’가 준비한 북한 ICBM 분석 인터뷰 시리즈,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실러 박사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의 이번 미사일은 과거와 어떤 점에서 달라졌습니까?

실러 박사) 우선 북한에서 이렇게 큰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지난 7월에 발사된 미사일보다 두 배 가까이 컸으니까요. 북한이 지난 7월에 ICBM, 혹은 최소한 북한이 ICBM이라고 주장하는 미사일을 쏜 지 4달 만에 전혀 다른 미사일을 쏜 게 놀랍습니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기자) 완전히 다른 미사일로 보시는 거군요.

실러 박사) 미사일 엔진은 지난 7월에 발사된 미사일과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엔진이 소련식 엔진일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소련식 엔진은 2개의 로켓 연소실, 2개의 노즐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발사된 미사일은 1개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는 북한이 2개를 하나로 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가설은 북한이 소련 것과 비슷한 자신들만의 엔진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화성-15형의) 큰 로켓과 2개의 노즐을 본 결과 소련에서 제작한 ICBM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소련제 미사일의 청사진을 갖고 있다는 건가요?

실러 박사) 확실하게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은 1960년대 소련제 미사일과 똑같습니다. 아직 (화성-15형이) 어디서 만들어졌고 어디에 기초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기자) 알려진 미사일 기술만을 근거로 모방할 수 있는 건가요?

실러 박사)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일반적으로는 북한이 어떤 물건을 보기만 해도 따라 할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1980년대에 스커드 미사일을 만들 때도 그랬습니다. 

스커드는 모두 소련제 미사일이었는데요 (이를 만든 뒤)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시작됐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사진이나 원본을 갖고 있으면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제작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관련 공정에 필요한 기계류를 갖추는 게 필수적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고요. 로켓이나 자동차, 비행기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인 이해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기자) 박사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실러 박사)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저는 청사진만 가지고 이런 걸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어디선가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는 거죠. 북한이 자력으로 이런 미사일을 만들었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기자) 북한의 ICBM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입니까?

실러 박사) 정확한 계산을 해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북한 미사일의 크기나 성능을 봤을 땐 주목할 만한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이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주목할 만한 크기라는 건 500kg에서 1t 정도를 뜻하는데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미사일은 지난 7월 발사한 것보다 성능이 좋아졌습니다. 저는 미국 대부분 지역에 도달할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 이번 미사일 시험 발사에는 작은 탄두가 사용돼 높은 고도를 비행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실러 박사) (미사일의) 최고 고도 수치가 사진보다 먼저 공개가 돼 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를 포함해 일부 사람들은 북한이 지난 7월에 발사한 작은 ICBM인 ‘화성-14형’ 에 작은 탄두를 장착해 시험 발사를 했다고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 사진이 공개됐고 대형 미사일이라는 게 알려졌습니다. 큰 미사일은 제법 무거운 탄두를 싣고 그 정도 고도에 닿을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작은 탄두와 관련된 논쟁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이번 시험 발사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실러 박사) 제가 보고 들은 것에 따르면 이번 실험은 전반적으로 성공이었습니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새로운 로켓의 경우는 처음 시험 발사를 할 때 실패한다는 겁니다. 우주 발사선을 비롯한 로켓 중 처음 시도에 성공한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북한은 지난 7월 ‘화성-14형’도 한 번에 성공하고 11월 ‘화성-15형’도 한 번에 성공했습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로켓을 처음 시도해 모두 성공시킨 겁니다. 게다가 이번 발사는 최적화된 환경에서 이뤄지지도 않았습니다. 

새벽 2시45분에 시험 발사를 했는데, 한 번도 시험해보지 않은 로켓을 이런 식으로 시도하진 않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기자) 새벽에 시험발사 하는 게 훨씬 어렵다는 지적으로 들리네요.

실러 박사) 자동차를 새로 만든다고 가정해봅시다. 공장에서 시제품이 나오면 운전하기 전에 24시간 동안 가동해보는 게 상식이죠. 최적화된 상황에서 작동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을 하는 겁니다. 

새로운 로켓의 경우는 최적화된 상황에서도 폭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어려운 것에 먼저 도전하고 이동식 발사대를 통해 밤에 발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죠.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일입니다.

기자) 북한의 ICBM 기술을 어떤 나라의 역량에 비기시겠습니까?

실러 박사) 미국, 러시아, 중국 그리고 아마 인도 정도일 겁니다. 인도도 개발하는 과정이지만 북한과 비교했을 땐 아직 많이 뒤처져 있습니다. 북한의 ICBM은 전세계에서 3위나 4위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상위권입니다. 지난 7월 시험발사와 비교해 순위가 더 올라갔습니다.

기자) 북한이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실러 박사) 매우 어려운 기술은 아닙니다. 대기권에 안전하게 진입하는 재진입체를 만드는 게 어렵긴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의 ICBM을 만들 수 있다면 재진입체를 만들 역량이 있다는 데 의문이 없습니다. 

문제는 탄두에 실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를 대기권에 재진입시킬 역량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게 어렵지 재진입체 기술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거죠. 그리고 재진입체 기술에 대해 논의할 게 아니라 북한이 얼마나 많은 로켓을 가졌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ICBM 역량을 갖추기 위해 어떤 장벽을 넘어야 합니까?

실러 박사) 북한이 무엇을 원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과의 전쟁을 원한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위험한 국가라는 인상을 주고 또 억제력을 갖추려고 했다면 이미 목적을 달성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동식 발사차량을 직접 만들 수 있다고 보시나요?

실러 박사) 커다란 ICBM과 운송 차량을 같이 논의한다는 게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핵을 탑재한 ICBM을 만들 수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합니다. 트럭을 만드는 건 핵을 탑재한 ICBM을 만드는 것보다 쉬울 겁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의 ICBM을 요격할 수 있을까요?

실러 박사) ICBM 한 발이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러 실험 결과가 있는데 알래스카에 있는 미사일 요격체계의 성공률은 50% 정도입니다. 제 생각엔 (미국에 배치된) 44기의 요격체계가 북한 ICBM 1~3발은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ICBM 3발 이상을 발사하면 어떻게 될까요?

실러 박사) 북한이 10발정도를 쏜다면 위험해질 겁니다. 북한 미사일이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가 관건인데, 통상적으로 이 정도 급의 미사일의 성공률은 100%가 안 됩니다. 

북한 미사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고 미국이 요격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확률과 통계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발생하기 전까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마커스 실러 박사로부터 북한의 ICBM 역량에 대한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내일은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와의 인터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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