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환 칼럼] 남북미 코로나 대응 비교
상태바
[문경환 칼럼] 남북미 코로나 대응 비교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12.23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권연구소

2019년 12월 31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최초 보고를 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20년 1월부터 세계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에 대해서는 대체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로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인 경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또한 최초 감염자가 11월 17일이 아닌 훨씬 이전에 발생했다는 주장, 중국이 아닌 인도 혹은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했다는 분석, 지난해 12월에 이탈리아에서 이미 유행했다는 연구 결과, 지난해 3월에 스페인에 바이러스가 존재했다는 조사 결과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월 31일 비상사태를 선언하였고 3월 11일에는 팬데믹(범유행전염병)을 선언하였다. 코로나19는 2009년 팬데믹이 선언된 A형독감(신종플루)보다 널리 전염되고 치사율도 높으며 제2의 흑사병이라 부를 정도로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예측과 대응이 어려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세계 각국은 다양한 위기관리 양태를 보였다. 이 속에서 각국의 제도와 가치관이 어떻게 다른지, 숨겨진 사회 모순이 무엇이었는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남, 북, 미 세 나라의 코로나19 대응과 결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를 비교하는 것은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 양상

​(1) 한국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그는 우한시에 거주하는 중국인으로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고열 증상이 있어 격리되었다가 확진판정을 받고 인천의료원으로 이송, 격리되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자체 대책반을 가동했다.

이틀 후 문재인 대통령은 설 연휴 특별대책을 지시하면서 공항, 항만 검역은 물론 지역사회 대응체계도 주문했다. 23일 외교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여행경보 2단계 ‘여행자제’, 우한시를 제외한 후베이성 전역에 1단계 ‘여행유의’를 발령했다. 같은 날 질병관리본부는 교민 보호와 현황 파악을 위해 중국 현지 공관에 역학조사관을 파견하기로 하였으며 행정안전부는 전 국민에 코로나19 예방 안내문자를 발송했다. 대한항공은 우한시 취항 노선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초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1월 24일 국내 두 번째 감염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즉각 역학조사에 나서 69명의 접촉자가 있었으며 이들을 관할 보건소에서 능동감시(대상자를 격리하지 않는 대신 14일간 하루 2번 연락해 증상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한다고 밝혔다. 다음날 외교부는 후베이성 전역을 여행경보 3단계 ‘철수권고’로 격상하였으며 질병관리본부는 공항 검역 감시 대상 오염지역을 우한시에서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였다.

​26일, 세 번째 감염자가 발생했다. 그는 우한시에서 거주하다 20일 입국한 한국인으로 입국 당시 무증상이어서 능동감시 대상자가 아니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능동감시 범위와 방역기준을 강화하였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로 “정부를 믿고 과도한 불안을 가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국방부는 전국 공항, 항만 등의 검역소에 군의관과 간호장교를 파견하기로 하였다.

​27일, 네 번째 감염자가 발생하자 보건복지부는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책회의를 열고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사람 전원을 조사하며 필요시 군시설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다음날 질병관리본부는 중국 전역을 검역대상 오염지역으로 지정하였다. 한편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8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208억 원의 관련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검사, 격리, 치료 비용 일체를 국가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우한시에 있던 교민 중 약 720명이 귀국을 희망하는 상황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해외에서 위급한 상황에 처한 국민을 국가가 보호한다’는 정신 아래 전세기를 동원해 데려왔다. 이들은 일정 기간 충청남도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과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수용된 후 귀가했다. 2월 18일에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에 있는 우리 국민을 이송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정부 수송기)를 투입했다. 이후에도 이탈리아, 이란, 페루, 에티오피아 등 세계 곳곳의 교민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와 대통령 전용기를 날려 국민에 감동을 주었다.

​정부는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가짜뉴스, 부도덕한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에 대해 특별 단속에 나서는 한편 실내 모임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도 각종 행사를 취소하였다. 이런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로 2월 중순까지 감염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2월 17일까지 누적 확진자는 31명이었다.

​정부가 이처럼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충분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부터 메르스 같은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가지고 여러 가지 가상 시나리오와 대응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또 2019년 12월에는 실제 만들어둔 대응책을 가지고 중국에서 사스, 메르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이 넘어올 경우를 상정하고 이를 진단하는 모의훈련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2월 19일부터 대구경북 지역에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정부는 범정부 특별대책지원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2월 20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38명의 대규모 감염자가 나오면서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21일 소방청은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 각지의 구급차, 구급대원을 동원하였다.

23일 확진자가 602명으로 급증,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을 미루고 정부는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또한 전국의 모든 신천지 시설을 폐쇄하였다. 그러나 신천지의 방해와 대구 지자체의 무능이 겹치면서 26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1,261명, 28일에는 2,337명, 29일에는 3,150명으로 폭발하였다.

​이제 한국 사회는 대구 신천지 발 코로나19 폭증을 막기 위한 ‘전쟁’ 상태에 돌입했다. 전국의 의료진이 대구로 달려갔다. 광주는 대구에 마스크를 제공하고 병상도 지원하였다. 정부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2월 26일부터 마스크 공적판매를 개시했다. 이런 노력의 성과로 3월 중순부터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했다.

​5월 초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2차 사태가 발생했다. 관련 확진자는 102명이었으며 주한미군 원인설까지 나왔다. 이 사태로 그동안 논란은 있었지만 경제논리로 인해 손대지 못하던 유흥시설에 대해 정부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8월 15일 광복절에 진행된 태극기집회를 계기로 코로나19 3차 사태가 발생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져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이로 인해 정부는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식당, 카페 영업시간에 제한이 걸리고 포장주문만 허용하는 등 자영업자들이 직격타를 맞았고 국민도 큰 불편을 겪게 되었다.

​가을 들어 잠잠해지나 했던 코로나19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다시 확산되기 시작했다. 11월 22일,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공식 인정하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2단계로 격상했다. 호남 지역도 1.5단계로 격상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에게 동선을 공개하며 전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조사하고 자가격리하도록 하였으며 해당 장소를 폐쇄하고 지역을 봉쇄하는 등 철저한 방역 조치를 취했다. 또한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고 법을 개정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법, 제도도 손질했다. 그러면서도 자가격리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생필품과 식량을 제공하는 등 국민 생활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빛을 발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모두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가 부족하자 직접 만들어 쓰는 정성을 보였다. 중국에서 교민을 데려와 수용한 지역의 주민들은 초기 반발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자기 가족처럼 여기고 환영해주어 찬사를 받았다. 1년 가까이 마스크를 쓰고 여행도 함부로 못 가고, 모임도 제대로 못 하는 등 답답한 생활을 이어갔지만 이로 인한 폭동이 일어나거나 소요 사태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서로 격려하며 힘을 내었고 불편함을 감수하였다.

​이런 노력을 통해 한국은 초기 코로나19 창궐 국가라는 오명을 딛고 11월 30일 기준 누적 확진자 34,201명, 사망자 526명, 완치자 27,653명으로 방역 모범국가로 찬사를 받고 있다. 확진자 수 기준으로 보면 90위권 수준이며 인구비례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130위권,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수) 110위권으로 세계적으로 볼 때 상당히 대응을 잘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하거나 건강을 잃은 국민도 있고 경제적 피해도 컸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2) 북한

​북한 역시 1월부터 국가 차원에서 코로나19 대응에 나섰다. 북한은 1월 22일 즈음 북중 국경을 폐쇄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1월 28일자 노동신문 기사에 따르면 ▲보건성 직원들을 방역 지역에 파견하고 ▲치료 예방 기관들에 위생 관련 강연자료를 내려 보냈으며 ▲국경, 항만, 공항에서 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책을 강도높이 세우고 ▲각 지역 담당 의사들이 주민을 진찰하며 의심자 발생 시 방역기관과 연계 아래 철저한 격리를 선행하며 ▲제약사업소들이 항바이러스 약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하였다. 주로 대중 교양과 예방 위주의 조치로 보인다.

​1월 30일 노동신문은 북한 비상설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가 위생방역체계를 국가비상방역체계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앙과 도, 시, 군에 비상방역지휘부를 꾸리며 외국 출장자와 주민에 대한 검진 등을 강화했다. 이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잠정 중단하였다. 또 다음날 영국, 인도 외교부는 북한이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와 열차 운행을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다고 공개했다.

​2월 들어 북한은 의심 환자를 격리 치료하고 있다고 밝히고 마스크 추가 생산을 본격화하였다. 또한 국토 전역에 대한 소독도 진행하였다. 또한 2월 8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 4월 평양국제마라톤 대회 등 주요 행사도 취소하였다. 2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외국 방문 경력자와 접촉자의 격리 기간을 15일에서 30일로 연장했다.

​2월 2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코로나19 방역이 주요 안건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고 잠복기도 불확정적이며 정확한 전파경로에 대한 과학적 해명이 부족한 조건에서 우리 당과 정부가 초기부터 강력히 시행한 조치들은 가장 확고하고 믿음성이 높은 선제적이며 결정적인 방어 대책들이었다”라면서 “국가적인 비상 방역에 관한 법을 수정·보완하고 국가위기 관리규정들을 정연하게 재정비”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비상 방역사업과 관련한 중앙지휘부의 지휘와 통제에 모든 부문, 단위들이 무조건 절대복종하고 철저히 집행하는 엄격한 규율을 확립하며 이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안일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3월 21일 노동신문은 강원도 천내군 인민위원장이 “초특급 방역조치들에 불응하여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음주불량행위를 조장”했다고 비판하며 당 중앙위 검열위원회 결정에 따라 출당 처벌이 내려졌음을 보도했다. 출당은 노동당 규약 상 가장 높은 수위의 처벌이다.

​4월 11일 김정은 위원장의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는 당 중앙위, 국무위원회, 내각의 공동결정서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에 대처하여 우리 인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더욱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를 채택했다. 북한은 공동결정서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모든 힘을 집중하기 위해 일부 정책적 과업을 조정, 변경하였다. 경제 목표를 낮추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공동결정서 관철을 ‘인민사수전’이라고 표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7월 2일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다시 한 번 방역을 강조했다.

​이처럼 코로나19 방역에 국가 차원에서 큰 힘을 기울이는 와중에 7월 19일 탈북자 김 모씨가 개성시로 들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은 24일에 이 사실을 확인하였고 김정은 위원장은 다음날 곧바로 당 중앙위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했다. 북한은 개성을 완전 봉쇄하고 구역별, 지역별로 격폐시키는 조치를 취했으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였다.

​또한 경계에 실패해 김 모씨가 들어간 지 5일이 지나서야 파악한 개성 지역 전방부대의 근무실태를 문제 삼아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집중조사를 진행한 후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직접 개성시를 찾아가기도 했다. 에드윈 살바도르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 소장은 김씨를 검사한 결과 음성이 나왔으며 1차 접촉자 64명, 2차 접촉자 3,571명을 40일 간 정부 시설에 격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8월 5일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회의를 열어 완전 봉쇄한 개성시에 식량과 생활보장금을 특별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7일 오후 개성에 특별지원물품이 전달됐다.

​이후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8월 13일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 8월 25일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와 정무국회의, 9월 29일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 11월 15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등 코로나19 방역을 핵심 의제로 한 주요 회의를 여러 차례 직접 주재하였다.

​10월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수십만 명의 국민이 모인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한명의 악성바이러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하였다. 북한이 이날 수많은 국민이 밀집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특히 열병식 때는 마스크도 쓰게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방역에 자신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러 언론은 북한에 코로나19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의혹을 제기한다. 수차례 북한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의심환자를 격리수용한 것을 두고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엉터리 주장도 한다. 일부 통계자료도 북한을 미발병국으로 표기하지 않고 발병의심국으로 표기한다. 다른 그 어떤 나라에도 적용하지 않는 특이한 표기인데 다른 나라 통계는 그 나라 정부의 발표와 세계보건기구의 보고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북한만 특별 취급하는 것이다.

​물론 확진자 0명이라는 수치는 매우 특이하여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초기부터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방역조치를 취했으며, 세계보건기구도 인정한 만큼 북한에 코로나19 환자가 있다고 의심할 근거는 없다.

지난 11월 9일 에드윈 살바도르 세계보건기구 평양사무소장은 북한 보건성이 10월 29일까지 누적 12,072명을 검사했지만 확진자가 없다고 밝혔다. 여러 코로나19 관련 통계자료를 보아도 북한은 확진자 0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 코로나19 미발병국은 오세아니아의 키리바시,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팔라우, 사모아, 통가, 투발루 등 7개 섬나라를 제외하면 북한이 유일하다. 북한의 경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매우 독특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3) 미국

​미국은 코로나19 피해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10월 말부터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현재는 20만 명을 넘는 날도 있는 등 확진자 수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있다. 또한 사망자도 27만 명을 넘겨 태평양전쟁 전사자 수인 16만 명에 1차 세계대전 전사자 11만 명을 더한 수준이다. 전 세계 확진자, 사망자의 4분의 1 정도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코로나19로 초토화된 것은 아니다.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월 중순까지는 나름 방역에 성과를 내는 듯했다. 1월 30일 트럼프 행정부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끄는 대통령 직속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

다음날 국무부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 전역에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선포했다. 동시에 최근 2주 이내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두고 중국인만 막으면 되는 지역 유행 독감 정도로 치부했다.

​3월 들어 감염자가 점점 늘어나자 5일 워싱턴주와 플로리다주, 캘리포니아주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8일에는 뉴욕주 등 6개 주가 추가로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각 주는 확진자가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봉쇄지역을 설정하고 주 방위군을 투입해 소독작업과 구호품 전달을 하는 등 엄격한 방역 관리에 들어갔다.

​3월 13일,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8일에는 캘리포니아주가 주민들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렸다. 3월 19일 미국 내 확진자 1만 명을 넘어서면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더니 3월 26일에는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그제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총괄 통제하는 수장이 되었다. 이때까지 미국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펜스 부통령은 모든 학교의 휴교, 영화관 폐쇄 등 고강도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4월 6일,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 명을 돌파했으며 5월 26일에는 10만 명을 돌파 했다.

​이후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양상은 무정부상태를 방불케 했다.

​가장 심각한 건 대통령이었다.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 사회 혼란을 피하기 위해 축소, 은폐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선을 앞둔 권력욕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트럼프는 처음부터 코로나19가 단순한 독감 수준이라거나, 잘 통제하고 있다거나,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의사나 민주당을 향해서는 자신의 재선을 막으려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또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살균제를 주사해보자, 경제활동을 재개하지 않으면 예산삭감을 하겠다는 식으로 방역조치를 무력화하고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는 주장을 계속했다. 또한 코로나19 검사를 중단하면 확진자도 없을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 매일 천 명이 죽는다는 비판에 ‘별 수 없다’는 망언 등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말들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언론들은 코로나19 관련 트럼프의 브리핑을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보도하면서 동시에 사실확인(팩트체크)을 하거나, 그도 아니면 전문가를 내세워 정정보도를 해야 했다. 정부 관료나 과학자들이 일일이 트럼프 발언을 반박하는 경우도 잦았다.

​트럼프뿐 아니라 정부 인사들도 비슷했다. 마크 매도우즈 백악관 비서실장은 팬데믹을 통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백악관 과학기술처는 트럼프 최고 업적으로 팬데믹 종식을 꼽았다.

9월 14일에는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판사가 펜실베이니아주의 셧다운 조치를 위헌 판결하였다. 사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가로막은 꼴이다. 윌리엄 바 법무부장관은 “시민들에게 집에 있으라고 하는 국가적 봉쇄조치는 미국 역사상 노예제 다음가는 자유의 침해”라고도 하였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은 마스크가 효과가 없다며 사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

​결국 10월 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마저 확진 판정을 받았다.

​11월 30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약 1,338만 명으로 미국 인구의 4%를 차지하며, 전 세계 확진자의 약 21.9%를 차지한다. 사망자는 26만6천 명으로 확진자 100명 중 2명 꼴로 사망했으며 전 세계 사망자의 약 18.6%를 차지한다. 확진자 수, 사망자 수 기준으로 모두 압도적인 세계 1위며 인구비례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바레인, 벨기에, 체코, 카타르, 아르메니아 다음인 6위다. 한 마디로 코로나19 최악 대응국이라 할 만하다.

​매일 ‘사상 최다’를 기록하는 신규 확진자 속에서 미국 의료체계는 붕괴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부족에 의료장비도 부족하고 심지어 의사용 마스크마저 부족할 지경이다. 중환자 진료는 사실상 포기하고, 코로나19에 걸린 의료진이 진료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의료진 사이에선 중환자실을 ‘시신 구덩이’라 부를 정도다. 넘쳐나는 시신을 처리 못해 주 방위군은 물론 교도소 수감자들까지 시신관리 작업에 투입되고 있으며 시체안치소가 부족해 냉동 트레일러를 동원하고 있다. 또 무연고 시신을 안치하던 뉴욕시 하트섬에 코로나19 사망자를 집단 매장하며 ‘무덤의 섬’을 만들었다. 한 마디로 생지옥, 아포칼립스다.

2. 몇 가지 주요 지점 비교

(1) 국가 시책에서 차지한 비중

​가. 한국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을 국가 시책의 앞 순위에 두었다. 주요 고비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철저한 방역과 국민 협조를 호소했다. 또한 중앙방역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했다.

9월 29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개정해 마스크 착용 등 방역지침을 ‘권고’가 아닌 ‘의무’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한 방역을 방해한 신천지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여 교인 명부를 확보하고, 확진자가 급증할 때마다 긴급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정부는 방역을 다른 국정사안보다 앞 순위에 두고 우선 적용하였다.

​다만 정부는 일부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경봉쇄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 상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1~3단계로 나눠 적용하였으며 이마저도 나중에는 1.5, 2.5단계를 추가해 세분화하였다.

처음부터 가장 강력한 조치를 적용하지 않고 서서히 단계를 올렸다가 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되면 다시 단계를 낮추는 등 조심스레 적용한 것은 경제 피해를 최소로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수도권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상향하자 일부에서 차라리 3단계로 상향해 빨리 진정시키자고 주장하지만 경제 여파를 우려해 함부로 조정하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한국 정부는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일정한 피해를 감수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방역을 위해 경제적 피해를 일정하게 감수했으며, 또 경제를 위해 방역에서의 피해를 일정하게 감수했다.

나. 북한

​북한은 한국과 달리 방역에 모든 것을 복무시켰다. ‘방역과 경제 병행노선’이 아니라 ‘방역 총집중 노선’인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상 방역사업과 관련한 중앙지휘부의 지휘와 통제에 모든 부문, 단위들이 무조건 절대복종하고 철저히 집행하는 엄격한 규율을 확립하며 이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방역을 절대화하고 최우선시해 국사 중의 제일 국사로 놓은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정치, 외교, 경제, 국방 등 전 영역에서 피해를 감수하며 방역 조치를 앞세웠다. 주요 정치·군사 행사인 2월 8일 건군절 기념 열병식을 취소하였고, 국경을 폐쇄하고 북한 주재 외교관들에게 철수를 권고하는 등 외교적 피해도 감수했으며, 4월 11일 채택한 공동결정서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경제 목표를 조정하였다. 모든 것이 방역의 하위 개념이 되었으며 방역에 저촉되는 것은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방역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만 경제, 외교 등을 허용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방역에 모든 것을 복무시켰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라들만큼 경제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나라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실업자가 나오고 자영업자들이 파산하며 GDP가 급락하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부 나라들은 소요사태까지 발생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적 피해가 있었다는 점을 숨기지는 않지만 치명적인 수준은 아닌 듯하다.

​또한 북한은 내년 1월에 8차 당대회를 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2016년 5월 7차 당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달성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북한은 노동당이 이전 당대회에서 제시한 목표를 일정한 수준으로 달성했을 때 차기 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차 당대회가 36년 만에 열렸던 이유도 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인해 국가 목표를 제때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 미국

​미국은 경제를 앞세우고 방역을 하위개념으로 설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를 정상화하는 것을 방역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 트럼프는 4월 7일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회의에서 “미국의 발병 ‘곡선’이 정점으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라며 “우리는 경제를 빨리 열고 싶다”라고 조바심을 냈다.

그러나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트럼프는 5월 5일 대담에서 추가 사망자가 상당히 발생하더라도 경제활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5월 들어 방역조치를 완화했다가 6월 하순 코로나19가 폭증하는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주들이 대선을 신경 쓰며 경제 재개에 늑장을 부린다며 비난하기 바빴다.

​트럼프는 연방 예산으로 경제 재개를 압박했다. 트럼프의 오른팔 격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연방 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다면서 주정부가 경제 재개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코로나19가 한창 확산되던 7월 초에도 트럼프 정부는 보건당국에 방역지침 완화를 압박하면서 각 학교에 개학을 요구했다. 개학하지 않는 학교에는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위협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 생각에는 학교를 열어야 부모들이 직장에 돌아가 경제를 정상화할 수 있고, 그래야 자신의 경제 성과를 과시할 수 있었다. (「트럼프 경제회복 성과 과시욕에 전쟁터가 된 미국 학교」, 뉴스1, 2020.7.9.)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마저 정쟁의 소재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 심각성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금방 사라진다’, ‘독감 같은 것이다’며 국민을 속였다. 말로는 사회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했지만 누가 봐도 대선을 신경 쓴 결과였다.

백신 개발을 두고서도 트럼프는 6월부터 줄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대선 패배가 뚜렷해진 뒤인 11월 9일 트위터에 “내가 오래 전부터 언급한 것처럼 화이자와 다른 제약사들은 선거 이후에야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발표했다”라며 “그들이 선거 전에 백신을 발표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짜증을 냈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패권 유지용, 중국 공격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 화이자를 비난한 트럼프의 트윗. © 트럼프 트위터
▲ 화이자를 비난한 트럼프의 트윗. © 트럼프 트위터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정식 명칭을 결정하고 ‘우한바이러스’, ‘중국폐렴’ 같은 지역명을 쓰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트럼프는 ‘우한 폐렴’을 고집하며 중국 공격에 활용했다. 또한 효과도 없는 중국인 입국 금지에 매달리며 반중, 혐중 여론을 조장했다. 미국 내에서는 상식에도 맞지 않게 중국이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만약 최초 발병국이 팬데믹에 대한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면 미국도 1918년 스페인 독감 팬데믹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또 중국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중국이 미국의 백신 개발을 지연시키려 한다는 식의 음모론을 공공연히 내돌리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밀린 미국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다시 미중 대결의 우위에 서려는 시도로 보인다.

(2) 각국의 종합 대응 양태

​가. 한국

​문재인 정부와 다수 국민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노력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정쟁 수단으로 삼으며 정부 공격에 열을 올리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적폐세력도 존재하였다.

​‘국민의힘’ 당(이하 국힘당)은 시종일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비판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사태 초기 국힘당(당시는 미래통합당)은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는다며 공세를 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주장이었다. 일단 국내에서 중국 국적 감염자의 확산 사례는 거의 없는 실정이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다른 나라들도 감염자가 확산되기는 매한가지였다. 또한 정부는 이미 외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철저한 격리, 방역 조치를 했기 때문에 굳이 전면 입국 금지를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중국인만 입국 금지할지, 중국에서 넘어오는 우리 국민까지 못 오게 막을지에 대해서도 국힘당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였다.

​사실 국힘당이 중국인 입국 금지에 매달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끈질기게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른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정부의 난처한 처지를 이용해 국민 속에 ‘혐중정서’를 불러일으키고 문재인 정부를 ‘친중정권’으로 매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힘당은 코로나19 퇴치에 초당적 협조를 하기보다는 정부 공격에 더 관심이 있었다.

​이후에도 국힘당은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광화문 태극기집회를 막으려고 하자 ‘독재’라며 규탄했다. 이들에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는 태극기부대의 문재인 정권 규탄 목소리가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태극기부대가 집회를 강행해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되자 국힘당은 정부가 제대로 관리, 통제를 못해서 그렇게 됐다며 정부를 또 공격했다.

국힘당과 한 배를 탄 적폐언론도 문재인 정부의 방역이 실패해 코로나19가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적폐언론들은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는데 온 힘을 쏟다가 자기 말을 자기가 뒤집는 낯 뜨거운 모습을 연달아 보였다. 대만의 공적 마스크 판매를 극찬하던 적폐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공적 마스크 판매에 돌입하자 하루만에 ‘구입 불편’ 운운하며 날을 세웠다.

(「“대만 부럽다”던 보수언론…마스크 5부제에 ‘돌변’」, 노컷뉴스, 2020.3.11.) 한국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황당한 기사를 올렸고, 조선일보는 정부의 마스크 배포를 낭비라고 비판하면서 같은 날 “本紙 구독료 자동이체 하세요, 마스크세트를 드립니다”라는 공지를 해 비판을 받았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각국의 칭찬이 이어지자 더 이상 정부를 비난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적폐언론들은 ‘외국은 국내 사정을 잘 모른다’, ‘국민의 시민의식이 뛰어난 것이지 문재인 정부가 잘 한 게 아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잘했지 청와대는 못했다’는 식의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한국기자협회는 「선 넘은 조선일보의 코로나 보도」(2020.3.4.)를 통해 “조선일보가 바라는 것은 진정 이 정부의 방역실패인가”라고 질타했다.

태극기부대를 위시한 극우적폐세력들도 코로나19를 무기로 정권 공격에 여념이 없다.

​전부터 ‘문재인 퇴진’을 주장하던 극우적폐세력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를 퍼뜨리려는 기이한 행동을 하였다. 8.15 태극기집회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질서유지를 위해 출동한 경찰, 길가는 행인,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의료진 등에게 침을 뱉으며 어떻게든 코로나19를 전파하기 위해 기를 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정부의 음모라는 온갖 가짜뉴스와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방역에 혼선을 주었다. 태극기부대의 일부인 극우개신교 역시 집단예배를 강행하며 정부 방침 어기기에 앞장섰다.

이처럼 다수의 분위기와 달리 적폐세력들은 방역을 무력화하고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관심 대상이 아니었으며 정권을 공격할 수만 있다면 악마에 영혼이라도 팔 기세였다.

​지금도 이들은 민주노총이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 아래 합법적 집회를 하는 것을 두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난하면서 ‘태극기부대와의 형평성’을 운운하며 정부 공격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나. 북한

​북한은 모든 것에 앞서서 방역 조치를 절대화하는 파격적이며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였다. 여기에는 당, 정부, 단체, 국민 그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평소처럼 안일한 대응을 하거나 방역과 관련해 실수라도 하면 단호한 책벌이 가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북한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거나, 분열적인 모습이 나온 것은 없다. 북한에 야당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약 사회에 불만이 내재되어 있다면 국민이 정부 방침을 잘 따르지 않게 된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태풍 피해를 입은 함경도의 복구 작업에 평양의 노동당원이 동참해달라고 호소하는 친필서한을 공개하자 하루만에 30만 명에 달하는 당원들이 파견을 자원하였다. 10월 10일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듣는 군인과 민간인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정부에 대한 굳은 신뢰 없이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마스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하나같이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있다. 그런데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기 위해 쓰는 것이다. 확진자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있느냐, 확진자가 나오면 그때부터 써도 되지 않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마스크를 두고 싸움이 벌어졌다거나 처벌을 받았다거나 하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정작 확진자가 넘쳐나는 미국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며 총질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만큼 북한 국민들이 정부 방침을 신뢰하며 철저히 따르고 있는 것 아닌가 짐작해볼 수 있다.

다. 미국

​미국은 사회 전체가 분열과 갈등, 대립으로 폭발하는 양상이다. 큰 흐름이 있고 여기에 일부 반발하는 세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백악관부터 정치권, 주정부, 국민까지 모두가 서로를 불신하며 싸우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사회가 얼마나 썩고 병들었는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먼저 백악관과 연방정부 등 미국을 이끌어야 하는 ‘컨트롤타워’부터 분열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들어 백악관 코로나 대책본부(TF)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대책본부가 방역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마비시킨다는 이유였다. 급기야 5월 5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한 달 안에 대책본부를 해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부담이 됐는지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했다. 그렇다고 대책본부를 인정한 것도 아니다. 8월에는 데버라 버크스 대책본부 조정관을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대책본부에서 수석 팀원으로 일했던 올리비아 트루아는 9월 17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트럼프의 “인간 생명에 대한 완전한 경시”를 이유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정도로 백악관 대책본부는 아수라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로 통하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게도 수차례 비난을 들이댔다. 10월 19일에는 대선 캠프 참모들과 전화회의에서 “사람들은 파우치와 이 모든 멍청이들의 얘기를 듣는데 진절머리를 낸다”, “파우치가 TV에 나올 때마다 항상 폭탄이 있다”, “내가 그를 해고하면 더 큰 폭탄이 있다. 그러나 파우치는 재앙이다”라고 비난했다. 또 파우치 소장의 말을 따랐다면 미국에 70만~80만 명의 사망자가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이런 분열하는 모습은 미국 국민에게 불안과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도 심각했다.

​지난 5월 위스콘신주에서는 민주당 소속 에버스 주지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민에게 자택대기 명령을 내리자 공화당 소속 주의원들이 소송을 제기, 봉쇄 명령을 뒤집어버렸다. 에버스 주지사는 “바이러스는 정치인들이 이견을 해소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계속 집에서 대기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대체로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주는 자택대기 명령을 풀고 경제를 조기 재가동했고,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주는 최대한 재가동을 미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트럼프가 마스크 무용론을 제기하며 맨얼굴로 다니자 공화당 의원들도 마스크를 거부했다. 미 의회는 마스크를 쓴 민주당 의원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공화당 의원으로 나뉘었다. 미국 내에서는 공화당, 민주당이 아니라 마스크당, 노(No)마스크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을 두고도 대립했다. 지난 11월 민주당은 2조2천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지만 상원에서 공화당이 거부하였다. 연방 자금으로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지방정부를 도울 수 없다는 이유였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에도 대립이 이어졌다.

​지난 5월 3일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입해 비밀장소에 숨겨두었다고 밝혔다. 연방정부가 화물을 가로채거나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래리 호건 주지사는 진단키트를 실은 비행기를 호위하기 위해 공항에 주방위군과 경찰까지 배치했다.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불만을 가진 주들이 연합해 공동대응을 하는 경우도 생겼다. 동부의 뉴욕·뉴저지·코네티컷·펜실베이니아주와 서부의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는 코로나19 초기에 자택 대피령을 공동으로 시행하였다. 메릴랜드·매사추세츠·오하이오·루이지애나·미시간·버지니아주 등 6개 주는 공동으로 코로나19 검사 협약을 체결하였다. 전례 없이 주정부가 연방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립, 충돌은 국민 내부에도 분열을 불러왔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에 대한 “통일된 대응”을 주장했지만 허공 속의 메아리였다. 대통령과 보건당국의 엇갈린 주장, 주정부마다 천차만별인 대응은 국민 불안과 불신, 혼란을 부추겼다.

​일부 미국인은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며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시민을 폭행하거나 총까지 쏘는 만행을 저질렀다. 봉쇄를 반대한다며 총을 든 시위대가 주 의회를 점거하기도 했다. 국민 분열은 대선을 계기로 폭발했다. 트럼프와 바이든 지지자들은 수시로 폭력사태를 일으키며 거리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이것이 현재 미국의 모습이다.

3. 배경

​남·북·미 세 나라의 코로나 대응 양태와 정책적 우선순위, 국가 전체 차원의 총력 대응 태세에서 차이가 많이 나타난다. 그 배경을 살펴보자.

(1) 국가 시책의 차이

​가. 한국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퇴진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다.

​박근혜 정권은 국정운영 과정에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데 특히 전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를 빼놓을 수 없다.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을 포함해 수백 명의 승객이 죽어 가는데 구조는커녕 민간 구조 노력까지 가로막은 천인공노할 장면을 모두가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은 결정적으로 박근혜에게서 등을 돌렸고 끝내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 침몰하는 세월호 ©자주시보
▲ 침몰하는 세월호 ©자주시보

국민의 생명을 존중할 정권을 바라는 염원 아래 탄생했기에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권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리고 적폐청산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듯 촛불국민의 요구도 꺼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면서 방역을 우선시한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하지만 방역을 우선한다고 해서 경제를 뒷전에 둘 수도 없었다. 방역을 우선하되 경제도 살리는 게 한국 정부의 국가 시책이었다. 그러다보니 경제를 고려해 방역 조치의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서둘러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3단계 적용 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를 우려해 이미 기준을 초과했음에도 3단계 격상을 머뭇거리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의 시책은 방역을 우선하면서도 경제를 병행하는 것,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방역을 우선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바이러스 피해를 최소화하고 관리하는 개념이지 0으로 만드는 개념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명박근혜 정권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경제논리를 앞세운다거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형식적 대응만 해 피해를 키웠을 것이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가 그러하였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다 피해를 입는데 우리라고 별 수 있냐는 하소연이나 늘어놓았을 것이다. 만약 코로나19가 이명박근혜 정권 시기에 발생했다면 우리도 미국 수준의 피해를 입었을지 모른다. 현재 미국은 대략 인구의 5.5%가 확진자, 0.1%가 사망자인데 한국으로 따지면 280만 명의 확진자와 5천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나. 북한

​북한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 국가 시책이다. 북한은 올해를 ‘인민사수전의 해’로 묘사하는데 이는 올해 국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경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복무시키는 관점으로 대한다.

​이는 최근에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상당히 오래된 전통이다. 대표적으로 1947년 성진제강소 원철로를 폭파시킨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원철로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 만든 것으로 3,300볼트의 고압전기로 철광석을 녹이는 전기로였다.

그런데 일제는 여기에 아무런 절연장치도 하지 않아 수많은 노동자들이 감전사한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이었다. 해방 직후 경제건설이 시급하다보니 이 원철로를 그대로 가동했는데 1947년 9월 26일 성진제강소를 방문한 김일성 주석이 “강철을 적게 생산해도 좋으니 우리 노동자들의 원한이 서린 원철직장을 없애버려야 하겠습니다”라고 하여 결국 5개 원철로 전체를 폭파해버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복무하는 경제라고 하면 그것은 민생에 복무하는 경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부익부빈익빈을 허용하지 않는 경제다. 사회적 부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되면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이 생기며 이들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게 된다. 빈부격차가 큰 나라에서 빈곤층은 항시적 위기에 내몰리게 마련이다. 북한은 이런 현상을 막고 사회적 부를 국민 전체에 골고루 돌리는 듯하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부정부패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 경제다. 2013년 12월 북한은 장성택을 사형에 처했다. 북한 법원이 공개한 죄상에는 반역죄에 해당하는 것도 있었지만 부정부패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당시 한국의 정보기관이나 전문가들은 장성택을 ‘2인자’라고 분석했다. 이 분석대로라면 북한은 ‘2인자’라도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단호하게 처벌한 것이다.

​이렇게 부익부빈익빈을 금지하고, 부정부패와 독점을 배격해야 민생에 복무하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 북한은 이런 경제를 추구하는 듯하다.

​북한은 군대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복무시키는 관점으로 대한다.

​북한 군대는 이름부터 ‘인민군’이다. 국민을 위한 군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10일 열병식에서도 북한은 군대의 목적을 침략이 아닌 국민 보위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지난 2월 8일 건군절에는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인민군대가 “인민의 존엄과 안전”을 지키는 것과 함께 “인민의 행복의 창조자, 문명의 개척자”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군대를 국민에 복무시키는 국가 시책은 국민 중심의 철학에서 나오는 듯하다.

​북한은 간부 문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복무시키는 관점으로 대한다.

​북한은 지난 3월 강원도 천내군 인민위원장이 “초특급 방역조치들에 불응하여 많은 사람을 모아놓고 음주불량행위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출당 처벌을 하였다. 출당은 노동당 규약 상 가장 높은 수위의 처벌이다. 강원도 천내군은 수도 평양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이다. 우리로 치면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군수를 방역조치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고 수위로 처벌한 것이다. 이런 모습은 정부의 방역지침에도 아랑곳 않고 유흥업소를 들락거렸던 의원과 시장, 고위 관료들이 여론의 지탄만 받고 아무런 처벌 없이 조용히 넘어간 것과 비교된다.

다. 미국

​미국은 경제를 최우선 국가 시책으로 삼는 나라다.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를 모든 판단의 기준에 두고 정책을 결정한다는 점이 이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확연히 드러났다. 미국은 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3월 24일 백악관 인터뷰에서 “경제적 폐쇄가 계속되도록 허용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하였다. 경제적 피해가 계속되면 빈곤층 사망자가 크게 늘어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도 미국은 결식인구, 노숙자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뿐 아니라 국민 의식도 그렇다.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 응답자의 35%가 후보 선택에 가장 영향을 준 쟁점은 ‘경제’였다고 답했으며 코로나19는 17%에 그쳤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한 보건의료 영역에서도 경제논리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백신 개발 과정에도 제약회사들은 제대로 된 실험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성공적이라는 말만 서둘러 경쟁적으로 발표한다. 사람들의 기대를 부풀게 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이다. 전문가들은 제약회사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으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90% 넘는 코로나19 백신 효능 수치, 믿어도 되나」, 바이오타임즈, 2020.11.25.)

심지어 백신 개발사인 화이자는 11월 9일 중간 임상 결과 발표로 주가를 15% 이상 끌어올렸는데 이때 맞춰 화이자 최고경영자가 약 62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팔아 논란이 되었다. 자기 주식을 비싼 값에 팔려고 일부러 주식 매각 시점과 임상 결과 발표일을 맞춘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백신 개발사인 모더나의 주요 경영진 역시 지난 5월 임상 1단계 성공 사실을 밝혀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주식을 대거 매도해 비난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백신이 성공한다면 주가가 더 오를 텐데 왜 굳이 주식을 미리 팔아버리는가, 결국 백신 개발에 실패할 것을 경영진은 알고 있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한다.

(2) 경제 체제의 차이

​가. 한국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경제다. 한국은행이 밝힌 2018년 대외의존도(국민총소득 대비 수출입 비율)는 무려 86.8%에 달한다. 주요 20개국 가운데 4위다. 이런 이유로 국경폐쇄를 할 수가 없다.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인 입국 금지 주장이 나왔지만 정부가 끝내 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국경폐쇄를 했다면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또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로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 모든 것을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물론 나라에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기는 했지만 근본 해결을 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저 위로해주는 효과 정도였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개인과 기업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신청된 개인 파산은 총 3만300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52건이나 증가했고, 법인 파산은 711건으로 작년에 비해 85건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 10월 기준 실업률은 3.7%로 2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떠안고 책임져야 한다.

나. 북한

​북한은 자립경제를 표방한다. 물론 대외 경제교류도 한다. 하지만 국가 기간산업과 경제의 명맥을 외부에 의존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한다. 자립이 기본이다. 그래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경봉쇄를 했지만 경제에서 기본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10월 중국의 대북 수출은 전달보다 99% 감소했고 대북 수입은 74% 감소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1월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사실상 교역이 거의 중단된 셈이다. 중국 외 다른 나라와의 교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북한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는다. 10월 10일 행사 영상이나 수해복구 사진을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경제목표를 하향조정한 것을 보면 경제피해가 없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마이너스 경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립경제의 효과다. 마찬가지 이유로 미국의 경제제재 역시 북한 경제에 치명상을 안기지 못하고 있다.

​또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를 가지고 있다. 사회주의 경제의 특징은 집단주의 경제와 계획경제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집단주의 경제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집단주의 경제는 국가가 모든 책임을 지며 사회 전체가 이익, 손해를 고루 나누는 경제다. 따라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지만 그 피해를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집중하지 않고 모두가 감수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따라서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해서 개인이나 법인이 파산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추측된다.

다. 미국

​미국은 침략과 약탈로 유지, 성장하는 제국주의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때문에 국경봉쇄를 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3월 24일 백악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나라는 폐쇄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대외 공격을 중단하는 것을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미국은 다른 나라를 음해, 공격하여 우위에 서려는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전 세계가 함께 고통을 겪고 있으므로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야 하는데도 미국은 정반대의 길을 갔다.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선언해 국제 공조를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였고, 다른 나라로 가야 할 마스크를 중간에 가로채는 해적질도 서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중국 책임이라며 코로나19를 대중국 공격에 활용하였다.

​미국의 행태는 백신 경쟁에서도 나타났다. 러시아가 가장 먼저 백신 개발에 성공하자 믿을 수 없다며 음해하였고 중국 백신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뒤늦게 등장한 미국 백신이라고 해서 더 믿을 만하다는 근거는 없었다. 미국 백신 부작용 사례가 더 많이 보고되고 있음에도 미국은 다른 나라 백신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며 자국 백신이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국제적 백신 협력은 없으며 오로지 무한 경쟁만 있을 뿐이다.

​미국의 이런 모습은 독점을 생명으로 하는 제국주의 경제 체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경제 체제는 패권적, 공격적, 대립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국은 극단적 자유주의 경제를 가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원조 국가답게 미국은 원래 양극화, 부익부빈익빈이 극심했다. 그러다 코로나19로 인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 국가가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3) 사상인식의 차이

​한국은 기본적으로 개인주의를 기초로 한 사회이지만 아직 공동체 의식이 남아 있는 사회다. 한 핏줄이라는 민족의식, 전통적인 상부상조 정신, 촛불혁명을 하면서 쌓인 동지적 유대감, 이런 것들이 개인주의와 함께 공존한다. 그래서 공동체를 위한 방역을 우선시하면서도 개인이 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북한은 철저한 집단주의 사회다. 북한이 내세우는 구호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는 집단주의를 가장 잘 묘사하는 표현이다. 북한은 집단과 개인의 이익을 모두 존중한다고 하면서 이 모든 것은 집단을 중심으로 보장된다고 본다. 즉, 집단이 없이는 개인의 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 대응에서도 개개인이 알아서 대처하고 책임지는 것보다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에 집중할 수 있다.

​미국은 극단적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나라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개인의 무한대한 욕망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한 나라다. 유럽에서 건너간 이주민들은 미국 땅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하면서 각자 알아서 땅을 차지하였다. 드넓은 땅을 마음껏 차지하고 뿔뿔이 흩어져 살려다보니 공공의 치안이란 거의 의미가 없고 오로지 각자 자기 자신과 가족을 자기 힘으로 지켜야했다.

미국인의 개인주의는 자기 외의 모든 사람을 적으로 대하는 가장 극단적인 개인주의다. 코로나19가 창궐하자 총기 사재기가 일어난 이유도 자기 이웃이 언제 약탈자로 돌변해 자신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도 결국 개인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악착같이 돈을 벌면 그게 성공이라는 것이다. 돈에 기초한, 돈이 최고인, 돈을 숭배하는 개인주의가 미국의 개인주의다. 코로나19 대응을 보면 정부의 지침 때문에 자신이 경제적 타격을 받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국민 때문에 국가적 총력 대응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드러났다. 주정부의 외출금지 명령에 불복해 총을 들고 의회 건물을 점거하는 일이 벌어지는 배경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애국심이라는 것도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해 미국의 부를 늘릴 때나 발휘되지 그게 아니면 기본은 사분오열된 사회가 미국이다. 만인이 만인과 싸우는 아수라장, 약육강식의 밀림, 이것이 미국의 실체다.

▲ 미국 내 계층상승 신화의 허상을 표현한 만화.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듯하지만 높이는 그대로다. © 이코노미스트
▲ 미국 내 계층상승 신화의 허상을 표현한 만화.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듯하지만 높이는 그대로다. © 이코노미스트

4. 결론

​이번 코로나19 대응 과정, 특히 국민의 생명을 대하는 데서 각 나라의 사상과 사회 체제, 능력의 장단점이 종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 유의 깊게 살펴보고 잘 분석해놓는 것은 이후 인류가 지향하고 발전해야 할 사회가 무엇인지 모색하는 차원에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볼 때 올 한 해는 중요한 소재가 무수히 쏟아진 해였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