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외모지상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상태바
[김용택 칼럼] 외모지상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0.12.17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 또는 이와 동등한 학력을 소지 한 자. 만 18 세 미만 고등학교 재학 이하 또는 이에 준하는 신분인 청소년은 지원할 수 없음. 단 외국 소재 고교 졸업자의 경우 본선 대회 일 (2020년 6월) 이전까지 졸업 예정임을 증명 함.” 학력제한? 사원선발같은 이 기준은 놀랍게도 2020년 대한민국 미스코리아 선발기준이다.

“너는 커서 미스코리아 해도 되겠다!” 불과 10년 전까지 우리나라 여자아이에게 최고의 칭찬이었던 이 말은 지금은 듣기 어렵다. 그런데 아직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무관중으로 치뤄진 2020년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무관중으로 치뤄진 2020년 미스코리아선발대회

‘다리선이 곧고 탄력성이 있는가’, ‘히프의 사이즈, 선모양’, ‘유방의 바른 크기, 위치 와 선’, ‘히프의 크기, 선과 모양, 벌어지지 않고 가지런한 허벅지, 곧고 탄력성 있는 다리의 선 등이다. 

전체 체격의 균형은 상반신이 전체 신장의 3.5/8, 하반신이 전체 신장의 4.5/8, 상반신 : 하반신 = 7 : 9 비율....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중파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던 미스코리아선발대회 미스코리아 선발기준이다. 

여성을 마치 쇠고기 등급 매기듯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는 이런 행사는 ’성의 상품화‘라는 논란으로 공중파에서는 사라졌지만 2020년 코로나정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에게 ’섹시하다‘는 말은 욕일까 칭찬일까?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미혼남녀 278명을 대상으로 ‘섹시함의 기준’에 관해 설문 조사한 결과, 미혼남녀 대부분이 ‘섹시하다’는 표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얼짱이니 몸짱, 키와 얼굴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목소리는 대중매체인 공중파에서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하기도 한다. 텔레비전의 오염된 언어 전달은 이제 섹시한 여성이 미인으로 인식될 정도다. 도대체 섹시하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여성들이 칭찬으로 알고 있는 ‘섹시하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성적 매력이 있다. 선정적(煽情的)이다’라고 풀이해 놓았다. ‘선정적(煽情的)’이라는 말은 ‘정욕을 자극하여 일으키는. 또는 그런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욕(情慾)’이란 ‘이성의 육체에 대하여 느끼는 성적 욕망.’이다. 영어로 섹시하다란 ‘hot girl’이라고 한다는 데 그 뜻은 ‘성적으로 흥분한, 음란한, 호색한....’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니 이런 소릴 듣고도 기분 좋아하는 여성들이라니...

섹시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기 때문이어서 그럴까? 요즈음 여성들의 옷차림을 보면 팬티인지 내복인지 구별이 안된다. 각선미를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탓하자는 말이 아니다. 

배꼽을 내놓고 속옷이 드러나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또 척추전방위증이나 허리디스크의 원인이 되는 하이힐을 선호하는 이유도 남성들에게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서라면, 아직도 여성은 독립된 인격체로서가 아닌 남성의 눈을 의식하는 성의 대상으로서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성이 상품화된 사회, 성차별이 공공연하게 묵인되는 세상에 남녀평이 가능할까? '화장품 경제학'에 따르면 여자가 평생 화장하는데 바치는 시간은 1년3개월, 하루에 한 시간이상을 화장을하는데 또는 지우는데 소요한다고 볼때 1년엔 3백65시간으로 20세부터 시작해 50세까지를 화장연령으로 보면 3백65시간×30년=1만9백50시간으로 4백56일에 이른다고 한다. 

영국 Harley Street 미용 클리닉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평균 1주일 중 3시간 19분을 메이크업 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평일은 대체로 하루 15분, 주말 24분, 일주일에 한번 시간을 쏟아 붓는 데이트나 파티 때는 76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사진설명:1986년 10월 2일자 경향신문>

여성이 외모로 서열을 매긴다는 것은 남성들을 경제력으로 한 줄로 세우는 또 다른 불평등이다. 힘 있는 남성들에게 헤프게 웃음을 날리는 모습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거나 강자의 눈에 잘 보이려는 비굴한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실제로 2008년 필자가 금강산과 평양을 거쳐 백두산을 다녀오면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북한의 여성들의 인상은 ‘살살맞다’는 느낌이었다. 아니 ‘콧대가 높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 노동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노동의 소중함...? 그런 것이 아닐까?

당당함이 아니라 보호받아야할 대상, 남성에게 성적으로 돋보이기 위해 색시하게 보이고 싶은... 그래서 의존적이고 동정의 대상이 되어 신델렐라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것은 진정한 남녀평등이 아니다. 얼짱, 몸짱문화가 지배하고 외모지상주의 사회, 그 틈바구니에서 출세하고 성공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섹시한 경쟁이 계속되는한, 여성은 스스로 남성에게 예속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얼굴만 잘생기면 신델렐라가 되는 그래서 그런 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여성이 있는 한 성평등이란 어쩌면 영원한 꿈인지도 모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