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권리행사는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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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남에게 피해를 주는 권리행사는 범죄입니다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0.12.14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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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 범죄로 12년을 복역한 조두순이 어제 13일 아침 6시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이날 서울남부교도소 앞 출입로에는 100여명의 시민이 모여 “조두순 사형·거세”라는 구호를 외치며 “왜 두순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나. 죽여야 한다”며 분노했다. 

조두순은 살인을 포함한 '전과 18범'이다. 그는 평균 2년에 한 번꼴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칠 줄 모르고 범죄를 계속하다 지난 2008년에는 안산에서 등교하던 8살 초등학생에게 잔혹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12년의 형을 받고 만기 출소했다. 법관이 판결한 형을 살고 출소하는 조두순에게 왜 시민들은 분노하는가?  

◈법관의 양심이 법원(法源)이 될 수 있는가?

"재판에 있어 법관이 따라야 할 양심은 건전한 상식과 보편적 정의감에 기초한 법관의 직업적 양심을 뜻한다. 자기 혼자만의 독특한 가치관이나 주관적 신념을 그 양심과 혼동하여서는 안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3년 12월 2일 신임법관 임명식 자리에서 한 말이다. 

또 그는 "얕은 정의감이나 설익은 신조를 양심으로 내세우다가는 오히려 재판의 독립이 저해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깊고도 폭 넓은 사고로 진정한 법의 정신을 탐구하는 자세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런 그런 삶을 살았을까?

우리 현행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의 양심 조항"을 헌법이나 법률에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우리나라 제헌 헌법 제77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립하여 심판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1962년 개정 헌법에서 '양심'이라는 문구가 추가된 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관의 양심이 법원(法源)이 될 수 있는가? ”재벌이나 고관대작 등 힘 있는 자에게는 '양심'이라는 재량권을 적용하여 법률을 자의적으로 폭넓게 해석하여 지나치게 너그럽게 적용시키는 반면,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추상같은 판결,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여전히 우효하다. '전과 18범' 조두순에게 내린 12년 형을 선고한 판결은 공정한 판결이었을까?

1995년 12·12 군사 반란 및 5·17 내란 혐의, 그리고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전두환 ·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섰다. 1995년 7월, 검찰이 전두환의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 혐의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성공한 쿠데타는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이유로 처벌해서 안된다는 논리였다. 그 후에도 법원은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를 헐값으로 매입할 때 '국가가 미래개발수익을 이명박대통령에게 나눠준 걸 처벌할 수 없다'고도 했다.

2014년 3월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0년 당시 광주고등법원 형사1부장판사였던 장병우 판사는 허재호 회장에게 254억원의 벌금에 대해 1일당 5억 원의 환형유치 노역 판결이 내려져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5.18 광주항쟁을 유혈진압해 정권을 탈취한 자들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던 장윤석검사는 그후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 3선 의원을 지냈다.

사진 출처 : 세상이야기 블로그에서
사진 출처 : 세상이야기 블로그에서

◈ 투표권을 잘못 행사해 피해를 주는 유권자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사업을 비롯해 해외자원투자, 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밀어붙여 어림잡아 100조원의 국고 손실을 입혔다. 이명박의 예산낭비는 무죄인가? 박정희와 전두환·노태우일당은 총으로 민주주의를 강탈했지만, 이명박이나 박근혜는 주권자들이 선출한 대통령이다. 그의 실정이나 예산낭비는 주권자들의 권리행사를 잘못해 대통령을 선출했기 때문이다.

판사들이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조항으로... 일부 주권자들이 투표권을 잘못 행사해 다수의 국민에게 불이익을 준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또 주권자가 준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선량한 국민들이 얼마나 가혹한 폭력을 당해 왔는가? ‘쌀 수매가 인상 공약’을 지키라고 시위에 나선 농민을 물대포로 쏴 죽이고, 수많은 양심수를 비롯해 정적을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처형한 사실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는 유권자들이 권리행사를 제대로 해 주권자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양심적인 일꾼을 뽑을 수 있을까? 다음 대선에서는 거짓 공약으로 혹은 화려한 스펙으로, 유려(流麗)한 웅변으로 유권자를 홀려 또 대통령으로 당선되지는 않을까? 배우자를 선택한 결과는 개인에게 돌아가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혹은 지자체 단체장과 같은 선출직은 투표권을 잘못 행사한 사람뿐만 아니라 선량한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지금까지 유권자들은 부정과 비리로 혹은 성추행 등 파렴치한 행위를 한 사람을 선출해 얼마나 많은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가?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힘,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법관이나 판사에게만 필요한게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권리행사가 스스로 법원(法源)이 된 법관이나 법 위에 군림하는 검찰과 같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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