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태양은 서쪽에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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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태양은 서쪽에서 뜬다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위원장
  • 승인 2020.12.02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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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믿으며 살겠느냐

‘해는 서쪽에서 뜬다.’ 언론에 난 기사다. 누가 믿으랴. 또 났다. 미친놈이라고 했다. 한데 또 났다. 그다음 또, 또 났다.

그 후 해는 서쪽에서 뜨는 것이 됐다. 그때 다시 기사가 났다.

‘해는 동쪽에서 뜨는 것이다. 서쪽에서 뜬다는 것은 언론이 만들어 낸 새빨간 거짓말이다.’

장난질 좋아하는 작가 친구 놈이 소설에서 만들어 낸 얘기다. 그러나 여기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은 소위 언론이 작심하면 인간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는 사실이다.

세 놈이 떠들어대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나고 처녀도 아기를 낳는다. 화내지 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수 없는 거짓을 진실로 알고 살아가고 있다.

▲(이미지 출처 -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이미지 출처 - TV조선 방송화면 캡처)

■ 믿고 살면 더없이 편한데

거울을 한동안 보다가 힘없이 내려놓는다. 왜 인간은 거짓말을 하면서 살까. 금방 누가 묻는다. 누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느냐. 할 말이 없다. 결국 자신이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과의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다. ‘사람을 보는 눈’이라 함은 거짓과 진실을 판별해 내는 능력이라고 할까. 애매하지만 그런 것이다. 진실은 무엇인가.


■ 장발장과 자베르

소년 시절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장발장)’은 거의 읽었을 것이다. ‘장발장’의 운명에 눈물짓고 ‘자베르’의 비인간성의 분노한다. 자베르의 최후는 자살이다. 잘 죽었다고 생각했다. 죗값이라고 했다. 긴 얘기는 접자.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모두 다르다. 검찰개혁은 선인가. 윤석열은 무엇인가. 선인가. 악인가.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있다. 보편적 타당성이라는 것이다. 역시 복잡한 논쟁은 접자. 난 상식의 편에 선다.

얼마 전에야 알았다. 언론사에서 법조 출입 기자들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출입처 배치할 때도 이를 감안해서 어깨에 힘도 들어간다고 한다. 때문에 그런지 법조 출입 기자들이 날린다. 자랑인가. 대단하시다.

오마이뉴스가 기자실 출입금지를 먹었다. 알고 보니 윤석열의 사찰 관련 전문을 터트린 덕이다. 법조기자단은 오마이뉴스를 표창해야 할 텐데 출입금지다. 엿 잡숴라.

인간의 가슴속에서 편치 않는 것이 있다. 선과 악에 대한 판단이다. 아무리 악당이라 할지라도 그것만은 확실하다. ‘내가 죽일 놈이야’ 하면서 자살하는 흉악범의 마지막 고백은 진실이다. 설사 고백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진실이다. 나는 어떨까. 흉악범까진 아니더라도 다 고백했고 속이 편하다.

자베르가 투신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편하다’는 것일까. 선배들의 학대와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젊은 검사는 마음이 편안했을까. 학대한 검찰 선배들은 어떨까. 속 편안했을까.



■ 권력의 개들에게 고하노니

‘새꺄. 넌 그렇다고 대답만 하면 된다. 괜히 매 맞을 필요 있냐’

해공 신익희 선생이 서거하신 대학 1년, 나는 특무대 감방에 있었다. 선생의 서거를 암살이라 생각한 대학생들이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로 쳐들어갔다. 발포가 있었고 도망치던 나는 치안국 무기고 앞(지금의 정부종합청사)에서 검은 지프차 태워졌다. 권총 구멍이 어찌나 크게 보이던지.

찍 사게 얻어터지고 조재천 한테 얼마, 엄상섭한테 얼마 받고 ‘네. 네’ 허위자백. 그나마 빽 덕택에 만에 석방됐다. 나를 패던 형사. 밖에서 만나면 죽인다고 벼르던 그 자를 만난 건 단성사 극장 앞. 앞에 딱 서서 노려보니 누구냐고 묻는다. 하도 많이 학생들을 팼으니 누군지 알 수가 있으랴. 알고 난 다음에 색이 변하는 얼굴.

“이봐 내가 자네와 무슨 감정이 있었겠나. 먹고 살려니 그 짓을 했네. 용서하게. 자네 같은 동생이 있다네. 우리 맥주나 한잔 하세”

드런 놈과 헤어졌다. 그렇다. 나하고 무슨 감정이 있으랴. 그들은 그냥 먹이를 받아먹는 개였을 뿐이다.

그땐 그랬다. 그럼 넌 어떠냐. 자유당과 박정희, 그리고 전두환 때 KBS에서 밥 얻어먹고 지내면서 넌 뭘 어떻게 하고 살았느냐. 너나 개는 뭐가 다르냐. 만장일치 당선된 박정희를 찬양하는 중계방송 시나리오를 쓰다가 ‘너도 사람이냐’ 자책 하면서도 돈 몇 푼에 양심을 찢어버린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느냐. 맞다. 너도 개들의 합창단원이었다.



■ 또다시 고하노니

서쪽에서 해가 뜬다면 그런 줄 아는 국민이다. 언론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아는 국민이다. 그래서 어리석은 우민(愚民)이란 소리도 듣는다. 그러나 정말 우민이냐. 전 국민이 촛불 들고 일어나 독재자를 감옥에 가둔 정의로운 국민은 누구냐. 그때 촛불 든 청년 중에는 오늘의 검사도 있을 것이다.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검사도 있을 것이다.

2,300명 검사 중 검찰개혁에 반대 서명한 검사가 23명이라고 보도됐다. 검찰 출입기자들이 보도했는가. 대검 사찰문건을 원문 그래도 보도했다는 이유로 오마이뉴스를 1년간 출입금지 시킨 ‘법조 출입기자단’이다. 이럴 때 한마디 하자. 꼭 그렇게 개처럼 살아야 하느냐. 회사에서 인정받는 법조 출입기자냐.

검찰개혁을 찬성하는 국민도 반대하는 국민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다. 오늘 검찰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국민은 정의를 망친 장본인으로 검찰을 기록할 것이고 자존심으로 살아간다는 기자라는 인간들도 추악한 오늘을 살았다는 부끄러움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떠냐. 해는 동쪽에서 뜨느냐 서쪽에서 뜨느냐. 기자들이 증언해 보라.

마음대로 기사 한 줄 못 쓰던 시절이 편했다는 역설적 고백도 있다. 만세만 부르면 되었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 취재 갔다가 두둑한 촌지 받아 느긋해 하며 회사문 들어서던 시절. 지금 그 시절은 사라졌다. 그러나 왜 가슴은 왜 이렇게 아픈가.

윤석열에 묻고 싶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을 읽으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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