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칼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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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칼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17.11.0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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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촉하시옵소서

【팩트TV-이기명칼럼】 정치는 땅속을 흐르는 맑은 물과 같아야 한다. 국민이 목이 마를 때 솟아나 목을 축여 주어야 한다.

 

■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사극에서 임금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라면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와 “통촉하시옵소서” 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는 요새 말로 말하면 ‘지당합니다’ 와 다를 바가 없고 ‘통촉하시옵소서’ 는 재고하라는 의미의 만류다. 생사를 한 손에 쥐고 있는 왕에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마를 조아려야 100% 목숨을 부지할 수 있고 ‘통촉하시옵소서’ 했다가는 언제 목이 날라 갈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떤가. ‘성은’ 을 찬양하는 신하가 많은 세상보다는 ‘통촉’ 을 진언하는 신하가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아부·아첨의 최고 고전은 조고란 자의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것이다. 현대의 지록위마는 없을까. 아마 쥐를 고양이라고 하고 싶은 지서위묘(指鼠爲猫)의 인간도 있을 것이다.

부마사건이 또 터지면 자신이 직접 발포 명령을 내리겠다고 한 박정희에게 차지철이 당당하게 격려한다. 캄보디아에서 300만 명을 학살한 킬링필드를 들먹이며 우리도 끄떡없을 거라고 했다. 이승만의 곽영주. 박정희의 차지철. 전두환의 장세동은 충신인가 간신인가.

이승만이 방귀를 뀌었을 때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라고 했다던 내무장관 이익흥의 아첨은 애교가 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자에게는 아첨배가 있다. 지금 줄줄이 굴비처럼 엮여 구속되는 이명박근혜 시대의 주인공들은 차치하고 나머지들도 ‘나 지금 떨고 있니’ 를 뇌이고 있을 것이다.

죽을 때까지 끄떡없을 것 같았던 김기춘도 구속됐다. 우병우는 대기조다.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이들은 좁은 구치소 감방에서 매달 1억씩 전달받은 007가방을 열어보던 감동을 회상하고 있을 것이다. 원세훈이 아니라 성충과 같은 충신이 있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정말 아쉽다.

▲ 청와대

 

■ 문고리 권력

문고리 실세라고 한다. 대통령실 문고리를 쥐고 있다는 의미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대통령의 코빼기도 볼 수 없다. ‘지금은 안 돼’ 한 마디면 누구도 용빼는 재주가 없다. 얼마나 대단한 힘인가. 어느 대통령 시절에 문 한 번 열어주는데 1억을 챙겼다는 말이 있다. 이번 박근혜의 문고리 3인방이 챙긴 돈만 봐도 가히 짐작이 간다.

‘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는 예로부터 전해 오는 말이고 권력은 쥐면 쓰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나라가 잘 되기도 기울기도 하니 잘 쓰면 충신이요 잘못 쓰면 역적이다.

지금까지 문고리를 잡고 있던 측근들은 실세라는 부러움을 받았지만, 말년이 개털이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역시 같은 길을 가는 것을 보면 권력이란 도리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를 망각한 최고 권력자의 어리석음이 안타깝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안봉근·정호성은 박근혜의 실세인가. 최순실의 실세인가. 이들을 면접 채용한 것이 최순실이라고 한다. 최순실은 이들을 종 부리듯 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인가. 최순실이 대통령인가. 이재만이 박근혜에게 등을 돌렸다. 배신이라고 한다. 놀랍지도 않다. 권력의 행방을 따라 면종복배하는 인간들에게 무슨 의리를 찾는가.

홍준표가 박근혜를 제명했다. 대단한 용기다. 사람들은 뭐라 하는가. 박근혜가 죽을죄를 지었어도 홍준표가 목을 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에게 머리 조아려 대선후보가 됐던 홍준표의 행동이 이재만의 배신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문고리 3인방의 천박함과 홍준표는 도토리 키 재기요 오십보 백보다.

다시 문고리 실세를 말 해 보자. 어느 정권이든 측근이라는 것은 있다. 문재인 정권에도 이른바 3철이라고 해서 실세가 존재한다고 했다. 3철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세상이 다 안다. 3철 중에 하나는 부산에 있고 하나는 뉴질랜드에 있다. 한 명은 현역의원이다. 3철을 들먹이든 언론은 실망했을 것이다. 기삿거리가 사라졌으니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에 뜻이 없었듯이 부산의 ‘철’ 은 애초 정치할 생각은 없었고 오직 민주화를 염원하는 대학생이었다. 부림 사건을 잘 알 것이다. 또 한 명의 ‘철’은 비주류 언론의 기자였다.

그 역시 언론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 또 하나의 ‘철’은 노무현 대통령과 변호사 업무를 함께 했다. 과연 이들이 실세인가. 문고리 3인방이 웃을 것이다. 그런데도 떠도는 말들이 많다. ‘3철’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 문고리는 절벽 위에 서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 했고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문고리 실세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들을 용인하는 권력자의 무능 때문이다. 참여정부에 문고리 3인방이 있었던가. 깨끗한 물에는 세균이 자라지 않는다. 논두렁 시계를 말하는가. 이인규는 일찌감치 튀었다. 잡아 와야 한다. 봉하 아방궁타령을 하던 홍준표는 사과했다. 문고리 3인방도 최순실도 속죄해야 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와 ‘통촉하시옵소서’ 가 어떻게 다른가. 대통령이 마음에 둔 인물이 있었다. 검증을 지시했다. 얼마 후 올라온 보고는 ‘통촉하시옵소서’ 다. 재차 지시했다. 여전히 ‘통촉하시옵소서’ 다. 이번에는 부탁했다. 여전히 ‘통촉’ 이다. 사의도 표시했다. 대통령이 포기했다. 참여정부 때 일화다.

벼슬하고 싶고 출세하고 싶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권이 탄생하면 저마다 정권창출의 공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자신에게 감투 한 자리 오리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세상사가 어디 마음대로 되는가. 엿장수가 가위로 뚝 뚝 잘라 줄 수 있는 벼슬자리인가. 

로비라는 것이 등장한다. 이리저리 연줄 찾아 뛴다. 저건 내가 침 발라 놓은 자리라고 자가발전 한다. 모략이 등장한다. 그러나 현명한 권력자는 저 높은 곳에서 모두 내려다보고 있다. 현군이다.

이제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6개월. 5년 임기로 따지자면 걸음마를 면한 시기다. 믿든 아니든 국민 지지율은 73%다. 정권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다행이다. 하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좋은 정치는 땅속을 흐르는 물과 같다. 국민이 목마를 때 솟아나 목을 축여주는 것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누구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는지 국민은 다 안다. 최순실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이들은 바로 나쁜 의미에서 스승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절대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통하는 세상이 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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