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인사출동(引蛇出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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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인사출동(引蛇出洞)
  • 충청메시지 조성우
  • 승인 2020.10.06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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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을 굴에서 끌어낸다.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적을 유인하여 공고한 진지를 벗어나게 한 다음, 미리 마련해 놓은 전쟁터로 끌어들여 섬멸한다는 계략이다. 이 계략은 ‘포위를 하려면 반드시 구멍을 마련해 놓고 포위하라’는 ‘위사필궐(圍師必闕)‘과 비슷하다. 이것들은 둘 다 호랑이를 산으로 놓아주는 척 거짓으로 살길을 남겨놓고 은밀히 함정을 마련하는 계략이다.

초나라 목왕(穆王)이 정(鄭)을 정벌하려 했다. 정나라 목공(穆公)은 진(晉)에 구원을 요청하는 한편, 초나라 군대를 막기 위해 출전했다. 그는 견고한 성에 의지해 굳게 지키고 나가 싸우지 말라고 장수들에게 당부했다.

초군이 연일 싸움을 걸었으나 정나라 군대는 모른 척했다. 초군의 부장 위가(蔿賈)는 두월초(斗越椒)에게 진의 원군이 오기 전에 성의 군대를 끌어내서 쳐부수어야지 질질 끌면 우리 쪽이 불리하다면서, 적을 끌어내는 ‘유인계’를 제안했다. 두월초는 병사들로 하여 촌락의 양식을 약탈하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은 막사에서 하루종일 먹고 마시며 놀았다.

정은 초가 갑자기 싸움을 걸어오지 않자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자 견(堅)은 사람을 보내 상황을 염탐하도록 했다. 돌아온 염탐꾼의 보고 내용은 이러했다. 초군은 사방을 다니며 양식과 재물을 약탈하고 있고 적장 두월초는 하루 종일토록 막사에서 먹고 마시며 놀고 있다. 그런데 두월초는 술이취하면 정나라 놈들은 모두 밥만 축내는 버러지 같은 놈들이어서 도대체 싸우려 들지 않는다며 욕을 해대고 있다.

공자 견이 이 보고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군이 사방으로 약탈하러 다닌다면 그 진영이 분명 비어 있을 것이고 장군이 하루 종일 술이나 마시며 놀고 있다면 부대의 기강이 필시 흩어져 있을 것이니, 오늘 밤 적진을 기습하면 틀림없이 승리할 것 같았다. 공자 방(龐)과 낙이(樂餌)도 공자 견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날 밤, 세 사람은 군대를 셋으로 나누어 차례로 진영으로 접근했다. 멀리서 바라보니 환한 불빛과 함께 악기와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 군대는 벼락같은 함성을 지르며 초 진영으로 쳐들어갔다. 악사들이 혼비백산 이리저리 흩어지는데, 두월초는 멍하게 앉아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가가 보니 허수아비였다. 아차! 함정임을 직감한 공자 견이 급히 군대를 돌리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두월초와 위가가 앞뒤에서 협공을 가해왔다. 공자 견을 비롯한 세 사람 모두 포로가 되었고, 정 목공은 초에 투항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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