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 칼럼] 전 장갑차 조종수에게 듣는 포천 장갑차 추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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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칼럼] 전 장갑차 조종수에게 듣는 포천 장갑차 추돌 사건
  •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9.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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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 야간도섭훈련 장면 ⓒ육군제11기계화보병사단
▲국군의 야간도섭훈련 장면 ⓒ육군제11기계화보병사단

[ 주권연구소] 지난 8월 30일 밤 9시 30분께 포천에서 국민 4명이 탄 차량과 주한미군 장갑차가 충돌해 국민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면 주한미군이 2003년에 합의한 한미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2003년 한미 안전조치 합의는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이후 한미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훈련안전조치 합의서’에는 주한미군이 장갑차를 운행할 때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눈에 잘 띄는 경고등과 빨간색 노란색 반사판을 부착한 호위차량을 장갑차 앞뒤로 각각 50m 떨어져 동반운행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주한미군은 궤도차량을 1대라도 이동시킬 경우 72시간 전에 한국군과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이동계획을 전달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주한미군은 우리 군과 지역 주민들에게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으며 후미등도 없었고 호위차량도 운행하지 않았다.

​이 ‘한미 안전조치 합의’는 장갑차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무척 중요하다. 장갑차를 직접 운용해본 전직 장갑차 조종수들은 하나 같이 주한미군이 한 야간 장갑차 운행이 언제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1. 한국군은 어떻게 하는가?

​장갑차 조종수 출신 ㄱ씨는 “국군에서도 부대에 있던 장갑차는 훈련장으로 가기 위해 국도를 이용할 땐 72시간 전에 알리고 가야 한다. 또한 헌병 차가 인솔한다”라고 말했다. 한미 안전조치 합의는 주한미군에게만 특별히 적용하는 규칙이 아니라 통상 군에서 취하는 조치인 것이다.

​장갑차의 야간운행에 대해서 ㄱ씨는 “오후 4시, 5시만 되도 어두워서 위험하다고 (부대에서 장갑차를) 못 나가게 한다. (밤에 장갑차는) 아예 안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 다른 장갑차 조종수 출신 ㄴ씨 또한 “장갑차는 밤에 특히 안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전쟁이 아니고선 밤에 장갑차가 움직일 일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밤에는 장갑차에 직접 조명을 비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상향등을 켜지 않고 하향등만 켤 경우엔 차량이 매우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진 장갑차를 발견할 수 없는 것이다.

2 장갑차의 호송차 없는 야간 국도 이동이 위험한 이유

ㄴ씨는 장갑차가 국도로 나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장갑차 시속이 높아야 40k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일반 차량이 장갑차에 비해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어두운 밤에) 장갑차를 발견하면 이미 브레이크를 잡기 늦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부딪히면 장갑차가 무조건 이길 게 뻔하다. (장갑차가 튼튼하기 때문에) 덤프트럭이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장갑차가 사고가 나면 반드시 민간인에게 큰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군에서는 장갑차가 사고가 나면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낮에 국도를 이용할 때도 72시간 전에 통보하고 호송차량을 동반한다. 야간 이동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한미군은 장갑차를 야간에 국도로 이동시키면서도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호송차량도 동반하지 않았다. 이번 주한미군의 장갑차 운행은 그 자체로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3. 주한미군의 ‘한미 안전조치 합의’ 위반에 책임 물어야

​주한미군은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이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맺은 ‘안전조치 합의’를 위반했다.

​주한미군이 특별히 이번 한 번만 ‘안전조치 합의’를 위반했는데 하필 그때 사고가 난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주한미군은 줄곧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중 이번에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번 포천 장갑차 사건은 언젠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주한미군은 우리나라 국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주한미군 지휘부가 조금이라도 한미 안전조치 합의를 지킬 의지가 있었다면 상명하복이 철저한 군대에서 호송차량 없는 장갑차 야간 운행은 있을 수 없다. 주한미군은 사고가 나든 말든, 우리 국민이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마땅히 주한미군에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위를 밝히고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누가 야간에 장갑차를 운행하라고 지시했는지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 안전조치 이행을 하지 않은 주한미군 자체에 대한 제재도 가해야 한다. 한미 안전조치 합의를 또다시 어길 경우 강도 높게 처벌할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남의 나라 군대에 의해 우리나라 국민이 죽어도 아무런 항의도 못하는 나라가 되어선 안 되지 않은가.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나 그 어떤 정치인도 주한미군에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국민은 주한미군 아래 2등 국민인가? 주한미군보다야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소중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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