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전교조 합법지위 회복 축하합니다
상태바
[김용택 칼럼] 전교조 합법지위 회복 축하합니다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0.09.04 0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외노조 통보는 적법한 노조에 결격 사유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으로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조합은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단체가 된다. 이는 사실상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실질적인 노동 3권 보장도 어렵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관 10대 2 의견으로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국민의 권리나 자유를 제한할 때는 국회가 법률로 스스로 규율해야 하고 시행령은 법률에 위임이 없는 새로운 사항을 규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 시행령은 법률이 정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명시적 위임이 없음에도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했기에 법률유보원칙에 의해서 무효”라고 판시했다.

 

◈ 다시 합법노조 지위를 되찾은 전교조

박근혜대통령은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합법노조가 된 지 17년 만에 법적 인정을 못 받는 '임의단체'로 전락했다. 전교조는 이를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지만 1,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 아님’을 통보한지 7년만인 2020년 9월 3일 비합 전교조는 마침내 한법노조의 지위를 회복하게 된 것이다. 박근혜대통령이 전교조를 극단적으로 싫어한 가장 큰 이유는 전교조의 역사 바로 세우기의 국정교과서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박정희의 쿠데타와 유신을 비판하는 전교조가 박근혜의 눈에 곱게 보일리 있겠는가?

사랑과 미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지내온 41년의 세월. 악법도 법이 아니라 악법은 싸워 깨부수어야 하는 게 진리다. 다만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가 문제다. 전교조는 그런 악역을 자칭했고 마침내 악법을 깨부수고 우리 교육사에 참교육의 큰 족적을 남기며 우뚝 섰다. 

세상에 수많은 단체들이 있지만 전교조만큼 사랑과 탄압을 한 몸에 받으면 살아온 단체가 또 있을까? 그만큼 전교조는 자신을 던져 불의에 저항한 상징적인 존재이기도 했지만 기득권 세력들에게는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전교조 합법지위 회복 판결이 나온 후 정의당은 “얼마나 고대했던 판결인가?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인 망신이었던 단결권 부정의 상징.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9명의 해고자 가입을 이유로 6만 조합원 노조의 법적 지위를 부정했던 행정부의 노동조합 아님 통보처분! 드디어 그 치욕을 뒤집었다. 대법원이 전교조 합법지위판결 후 성명서는 이렇게 시작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정의당은 이 성명서에서 “얼마 만인가? 2013년 10월 24일 박근혜 정부가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을 근거로 ‘노조 아님’ 통보 처분을 통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밀어낸 지 만 7년만이다. 때늦은 판결이지만 사필귀정이다... 현행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노조 아님 통보 규정은 신고제로 운영하게 되어 있는 노동조합 단결권에 대해 사실상 허가제로 만드는 조항이다.”라고 했다.

◈ 사랑과 미움을 한 몸에 받으며...

1989년 전교조 창립 후 교육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성과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창립 10년 만인 1998년 합법화를 이루어 내긴 했지만 전교조는 파란만장의 길을 걸어왔다. 박근혜정권은 해직교사 9명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아님’을 통보 7년간의 비합시절을 보내고 2020년 9월 3일 마침내 합법 지위를 회복했다. 

그러나 1989년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1500여명의 교사와 사립학교 민주화투쟁으로 해직된 200여명의 교사들은 민주화운동관련자 증서 달랑 한 장 외 그 어떤 배·보상을 받지 못한 채 경제적인 어려움과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 전교조가 이루어 낸 성과와 과제

전교조 출범 41년. 학교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민족민주인간화를 내걸고 출범한 파란만장의 참교육의 길은 순탄치 못했다. 교육민주화와 사립학교 민주화투쟁에 전교조가 얼마나 처절했는지는 2003년 12만명이던 조합원이 현재는 5만명도 채 되지 않는가 하면 초기 전교조탈퇴각서를 쓰지 않았다고 해직된 1500여명과 사립투쟁으로 해직당한 200여명 교사 외에도 수십명이 된다. 전교조 관련으로 해직된 교사 중에는 복직 후 사학비리재단 복귀반대 투쟁 등으로 다시 해직 복직도 하지 못한 채 정년 퇴임한 교사가 있는가 하면 발령 2개월만에 ‘빨갱이교사’로 몰려 교단에서 내쫓긴 교사도 있다.

조합원 수가 줄었다고 전교조의 투쟁 의지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전교조가 이루어낸 참교육의 성과는 학생인권 신장과 촌지근절문제를 비롯해 성평등, 교원처우 개선과 교육환경개선, 생명 평화 탈핵 무상급식, 사학민주화와 부패사학 근절, 국정교과서 반대 ...등 자타가 공인한다. 

비록 국정농단 정권과 수구언론 부패사학으로부터 미움을 받으며 살아오기는 했지만 전교조가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아 왔는가는 현재 17개 시도교육감 중 전교조 출신 교사가 10명이나 교육감으로 당선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합법과 비합, 사랑과 미움을 한몸에 받으며 지켜낸 전교조 41년. 다시 합법 지위를 회복했지만, 전교조의 앞길에는 대학 평준화와 완전무상교육 쟁취라는 싸움이 기다리고 있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