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박원순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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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박원순은 떠났다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20.07.1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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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은 조용히 추모해라.

【팩트TV-이기명칼럼】인연이란 만남이다. 좋은 만남은 좋은 인연이고 나쁜 만남은 나쁜 인연이다. 평생을 사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는가.

나이를 먹으니 떠나는 사람이 많다. 어느 누구고 도리 없이 한 번은 떠나게 마련이다. 영원히 돌아올 길 없이 떠나는 길. 왜 아니 서운하랴. 떠나간 얼굴들의 기억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더없이 슬픔이 밀려온다. 존경과 사랑을 보내던 사이가 더욱 원망스럽다.

천명을 다한 인생이라도 아쉬움이 있는데 아직도 세상을 위해 할 일이 많은 인생이 마감되는 것을 보면 너무 고통스럽다. 많이 괴롭다.

(사진출처 - 박원순 전 서울시장 SNS)
(사진출처 - 박원순 전 서울시장 SNS)

■날 선 칼날 위의 지도자

박원순이 떠났다. 그와의 기억이 새롭다. 세월이 가면 잊히겠지. 몇십 년 전 일이다. 안국동에 노무현 의원 사무실이 있었다. 바로 옆 건물에 참여연대가 있었다. 어느 날 박원순이 말했다.

“선생님. 참여연대 운영위원 해 주십시오.”

“제가 무슨 운영위원을 합니까. 아무것도 모르는데.”

“해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노무현후원회장이 운영위원을 하면 도움이 된다는 말에 승낙했다. 나름대로 성의껏 일했다. 자주 참여연대 사무실에 들렀다. 아침 일찍 아무도 출근 안한 사무실에 혼자 나와 일하는 박원순. 밤늦게 퇴근하는 그를 보기도 한다. 낡은 가방 달랑 들고 지친 어깨 늘어트리고 혼자서 걸어가는 그를 보면 가엾다는 생각도 한다.

남들처럼 변호사만 해도 떵떵거리고 잘 살 텐데 하는 생각을 늘 했다. 얼마나 힘들까. 당시에 시민운동은 구걸이나 다름없었다. 싫은 내색 없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요령꾼 변호사라면 원하는 무엇인들 못 하랴. 검사도 1년 만에 때려 친 박원순. ‘팔자다 팔자’

참여연대 워크숍에 가면 새까만 후배들과 옷갖 궂은일을 다 한다. 그렇게 성실할 수가 없다. 박원순은 남을 위해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시민운동의 효시다. 남을 칭찬하는데도 인색치 않았다. 나는 황송하게 박원순에게 칭찬받는 사람에 낀다. 노무현 대통령 덕이었다. 정치인들 많은 자리에서도 칭찬해서 얼굴이 붉어진 적이 많다.

믿고 싶지 않은 일로 박원순은 지금 세상에 없다. 가슴이 미어지고 괴롭다. 인간의 운명이 너무 잔인하다. 그가 살아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피해자란 여성은 왜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고소했을까. 늘 생각하는 것이 있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란 시퍼렇게 날 선 칼날 위를 걷는 사람이다. 삐끗하면 치명상을 입는다. 박원순도 이 칼날에 치명상을 입었다. 남은 것은 무엇인가. 세상과의 하직이었다. 고소한 여성의 변호사가 유명인이다.

사람은 관 뚜껑을 덮어야 평가가 된다고 한다. 박원순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입 달린 자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찧고 까분다. 난 그저 너무 슬프다.

 

■얼마나 우려먹을래

정치하는 인간들의 머릿속은 들여다볼 것도 없이 훤하다. 남의 불행이나 고통은 알게 뭐냐다. 그들 머릿속에 돌아가는 컴퓨터는 자신에게 이로우냐 해로우냐만 계산한다. 이롭다면 구더기 썩는 냄새도 향내다.

인간에게는 공과가 있다. 아무리 못된 인간이라 할지라도 백 가지 중에 몇 가지는 잘한 것이 있다. 가슴에 손을 얹지 않더라도 생각해 보자. 박원순만큼 이 세상을 위해서 기여 한 사람 손들어보라. 별로 없구나.

그의 행위가 비난받아 마땅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장례를 치르는 것도 반대란다. 박정희는 국장을 치렀다. 어떤가. 생각해 볼 여지가 없느냐. 조문 안 가는 것을 자랑처럼 말하는 이른바 진보 정치인들이 있다. 힘들게 사는 사람을 위하여 가난한 국민들을 위하여 박원순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기억을 하는가. 박원순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말할 자신이 있느냐.

나는 그가 시민운동을 할 때 대화를 나누며 목이 멘 그의 목소리를 들었고 눈물을 많이 보았다. 그의 눈물이 위선이었던가. 나는 이른바 진보 정치를 한다는 인간들의 위선을 수도 없이 보았다. 지금 당장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도 있다. 노무현 의원과 대화를 나누며 감동하던 진중권 교수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는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사람이 왜 공부하는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가 아닌가.

 

■입 닥치고 살자

맞아 죽을 소리 한번 해야겠다. 남들이 알아주는 여성 평론가다. 그가 한 말이다. ‘미투’에 대해서다. ‘미투’ 소리를 들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했다.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남자도 같다. 말 못 하는 부끄러움이 얼마나 많으냐.

박원순을 비난할 사람은 비난해라. 그러나 위선자들은 좀 빠져라. ‘기레기’들에게도 부탁한다. 이해찬 대표에게 ‘후레질문’을 하다가 야단을 맞은 문광X라는 기레기가 있다. 언론시험에 교양과목은 없었더냐. 기자도 사람이다.

박원순은 없어도 사회에 기여한 그의 공을 사라지지 않는다. 32억을 기부한 그에게는 빚도 많이 남아 있다. 나를 비롯해 그와는 비교도 못 할 삶을 살아 온 자들이 떠드는 걸 보면 얼굴 가죽 두꺼운 게 다행이다. 사람이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누가 내게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느냐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고백하라면 부끄러워 못한다. 자신의 위선을 견딜 용기가 없다. 입 닥치고 살자.

박원순 시장.

보기 싫은 놈들 없는 세상에서 맘 편히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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