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옥현 칼럼]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3가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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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현 칼럼]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3가지 과제
  • 임옥현 주권연구소 객원연구원
  • 승인 2020.07.1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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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로 촉발된 남북관계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군사행동 보류’ 조치로 일시적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실타래 엉키듯 꼬여버린 남북관계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는 어떤 일들을 해야 할까?

1.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하여 허심하게 사과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판문점공동선언 2조 1항에서 “당면하여 5월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기로 약속했다.

‘당면하여’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현재 가장 먼저 이행할 합의라고 특별히 강조하였다. 이것은 판문점선언 합의 시에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중지에 대해서 얼마나 서로가 중요시하였는지 엿볼 수 있다. 또한 전단 살포가 중대한 적대행위임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고 방치해왔다.

​송영길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경찰의 대북전단 관련 안전조치 중요 사례’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94회, 최소 2천만 장 이상의 전단이 탈북자 단체 등에 의해 북한을 향해 날려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12회가 문재인 정부 때 살포되었다. 또 송영길 의원의 자료에는 경찰이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 및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대북전단 살포 시도에 대해 자제요청, 또는 출입통제 등 안전조치를 실시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 2020년 12년간 총 1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난 2018년 5월, 1건을 제외한 11건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졌다. 보수 정권 시절에도 주민안전, 남북관계를 고려하여 대북전단 살포를 관리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오히려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이 남북공동연락소를 폭파한 뒤 여당 및 정부 일부 인사들 중에서는 마치 대북전단 살포 관련법이 없어서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 정권에서도 있는 법(경찰관직무집행법 5조)을 활용하여 제지를 해왔다.

2016년 대법원에서도 대북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한 방법이지만 국민의 생명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가가 제지할 수 있다”라고 판결하였다.

무엇보다도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하기 위한 실천 의지가 강했다면 판문점선언 직후에 관련한 법, 제도 등 필요한 제반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했어야 한다. 처음부터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선언문에 서명만 했다면 공갈이고 사기다.

​지난 6월, KBS가 남북현안과 관련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단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60.6%로 ‘계속 해야 한다.’는 응답 39.4%보다 20%p 많았다. 접경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남북협력에 장애가 되니 중단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 여론 또한 대북전단 살포가 중지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 여론, 법적 근거가 충분함에도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처음부터 약속에 대한 실천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는 없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는 약속 이행의 의지가 있다면 대북전단 살포 중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하여 우선 북한에게 허심하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진심이 담긴 사과가 남북관계 회복에 시작이다. 청와대는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에 무례하다고 했지만 누가 무례한지는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2. 문재인 정부는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매우 도발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훈련 중지 의사를 밝혔다.

또 2019년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겠다.’라는 구두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미 정상은 선언문에는 담지 않았지만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미군사훈련 중지에 합의하였다.

​남북 정상간 한미군사훈련 중지에 대한 명시적 합의는 없었다. 하지만 4.27판문점선언 2조 1항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라는 내용을 고려하면 쌍방을 적대시 하는 군사 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포괄적 합의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한미군사훈련의 주요 내용에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공격 훈련이 있기 때문에 한미군사훈련 중지도 남북군사합의에 규제와 통제를 받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남북, 북미 정상간 회담을 통하여 한미군사훈련 중지는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사항이다. 그러나 합의 후에도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을 중지하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해왔다.

​한미 양국 정부는 지난 2019년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훈련’을 종료하고, ‘동맹’으로 훈련 명칭을 변경해 한미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양국은 동맹 훈련은 방어 위주로 하고 기간과 규모도 축소 조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훈련 내용상 선제타격, 북 정권 제거 등이 포함된 공격적인 한미 작전계획이 변경되었는지 확인된 바 없다. 2019년 8월 훈련 때는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 질서 유지’와 ‘안정화 작전’까지 언급하면서 사실상 ‘북한 점령’을 의미하는 훈련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대규모 연합훈련은 규모와 기간이 줄었다고는 하나 육·해·공군, 해병대를 포함한 한미연합훈련(FTX) 횟수가 총 156회(2019년 9월 기준)로 오히려 3년 사이 두 배가량 증가하였다.(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실)

​반면에 북한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핵실험과 ICBM 등 전략 무기에 대한 일체 행동을 하지 않았다. 작년 말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전략무기’를 언급하기 하였으나 최소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는 전략 무기에 대한 움직임을 자제해왔던 것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군사적 합의를 누가 더 잘 지키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한미 양국은 남북, 북미합의를 지키기 위해서 당장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전시작전권이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하기 위한 노력을 부단히 해야 한다.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고 있는 한미군사훈련 중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

3. 문재인 정부는 미국산 무기 구입을 중지해야 한다

​남북은 4.27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하였고 9.19 남북군사합의에서도 “단계적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한 판문점선언을 구현하기 위해 실행 대책들을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단계적 군축을 약속하고도 공격적인 군사 전략에 따라 국방비를 증액하고 미국산 무기를 사들임으로써 남북 간의 군사적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국방 예산은 연평균 7.5%씩 증가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7.4%가 증가하여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보수 정권보다도 국방비 증가 속도가 빠르다.

국방부에서 발표한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290조 5천억 원을 예산으로 책정하여 이후에도 계속 국방비를 증액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국방비 배정은 우리나라의 국가 재정 규모를 고려할 때 과도한 편성이다.

재정 대비 국방예산은 14~15%로 국가 재정 가운데 국방비의 비중은 OECD 회원국 대비 2.5배 높은 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의 군사비 지출은 세계 10위다. 이렇게 국방비가 국가 재정에 이미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국방비 증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무기체계 도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을 미국산 무기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기술 품질원이 발표한 ‘2019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미국으로부터 무기 수입을 많이 한 네 번째 국가이다.(62억7천900만 달러)

또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 비해서도 2배 많은 비용으로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9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그동안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가 늘었다며 향후 3년 미국산 무기 구매 계획까지 설명하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은 최다 미국산 무기 구매국이라고 강조하였다.

우리나라는 이미 스텔스 전투기 F-35A(40대, 7조9000억 원), 고고도 무인 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4대, 8800억 원),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10대, 1조 9천억 원) 등을 막대한 비용으로 구매하였고 앞으로도 F-35A(20대), 지상감시정찰기인 ‘조인트 스타스’, 이지스함 탑재 미사일인 SM-3, 해상작전헬기 MH-60R 시호크 등을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는 국방비를 증액하고 막대한 비용으로 미국산 무기를 구매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남북 간의 신뢰를 무너트리고 군사적 합의도 위반하고 있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자주국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산 무기 구입은 우리나라의 무기 체계를 미국의 무기 체계에 심각하게 종속시킬 우려가 있다. 첨단 전략무기일수록 도입 이후에 유지와 운영에 많은 비용이 들고 의존성은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미국산 무기를 사이들은 방법으로 근본적으로 자주국방을 할 수가 없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미국산 무기 구매가 아니라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고 한미군사훈련을 중지하는 것이다. 자주국방을 위해서라도 미국산 무기를 더 이상 구매해서는 안 된다.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은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한 합의였다. 한 쪽에서는 대화를 요청하면서 다른 한 쪽으로 전쟁무기를 사들이는 이중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신뢰도, 평화도 얻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공격용인 미국산 전략무기 사들이기를 지금 당장 중지하여야 한다.

4. 말보다는 실천과 행동을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6.15공동선언 20주년 기념사에서 대화와 신뢰, 평화를 강조하였다. 돌이켜 보면 지난 3차례 정상회담을 통해서 많은 합의를 이루었으나 실제로 이행된 사항은 거의 없다.

이미 남북은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남북관계 개선에 관련해서는 큰 그림은 모두 완성된 상태이고 두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면 우리는 평화와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남북의 문제가 대화와 소통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남측이 합의된 약속 이행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였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대만큼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의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국내 사정과 외부환경 탓으로 돌리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책임 있는 국가 지도자의 자세는 아니다. 실천의지가 없는 대화는 공허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에 합의한 사항부터 어떻게 이행할 지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해 옮기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고 다시 남북 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년 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발표돼도 이행되지 못하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더 낙심을 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그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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