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칼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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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 승인 2020.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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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인간이야.

【팩트TV-이기명칼럼】칼럼 제목을 이렇게 달아놓으니 벌써 귀가 간질거린다. 저 영감이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저따위 제목을 달았는지 알겠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 말라. 세상사 하도 고약한 일이 많아서 얘기 좀 하려는 것이고 그냥 개가 등장한 것뿐이다. 다만 스스로 돌아보면서 가슴이 저리는 사람이야 난들 도리가 없다.

TV프로 중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동물 TV프로가 있다. 버릇이 아주 고약한 개가 순화되는 과정을 그렸는데 때로는 미소가 때로는 눈물이 그리고 진한 감동이 온다. 아 아 개한테도 저런 면이 있구나.

예로부터 개와 관련된 여러 가지 미담들이 있다. 주인을 구하고 목숨을 버린 충견의 일화가 있고 지뢰탐지를 하다가 산화한 군견도 있다. 그 밖에도 개와 관련된 일화는 너무나 많다.

 

■왜 개를 비유한 욕설이 많은가.

개들은 참으로 억울할 것이다. 아니 화가 날 것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툭하면 터져 나오는 욕설 머리에 개의 이름이 오른다. 욕설의 말미에도 개의 이름이 따라 나온다. 그저 옛날부터 그렇게 해 왔으니까 그냥 그런 것이라고 넘겨 버릴 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 지금 칼럼을 쓰면서 조금이라도 속죄를 한다면 개가 용서를 해 줄 것인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누가 그렇게 붙여준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 그렇게 부른다. 그렇게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누가 내게 묻는다면 서슴없이 내놓을 대답이 있다. 양심이다. 어디에서라도 내 대답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사진출처 - 미래통합당)
(사진출처 - 미래통합당)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당선자들(사진출처 -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당선자들(사진출처 - 더불어민주당)

■만물의 영장은 양심이 있다.

언론 얘기부터 하자. 나는 오래전부터 일부 언론의 정치면을 보지 않는다. 양심이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양심이 실종됐다는 주장을 철회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의 양심이 틀렸다고 비난을 해도 할 수 없다. 하느님 앞에서라도 나는 분명히 말 할 수 있다. 이해해 주시리라 믿고 있다.

다시 개 얘기로 돌아가자. 개를 기르는 친구들을 많이 본다. 엄청난 애견가들이고 개 없이는 살지 못 할 친구들이다. 부모한테 그렇게 잘했다면 효자문 세워 줄 것이다. 그들이 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여보게 절대로 개를 무시하면 안 되네. 말을 다 알아듣는다네. 지가 잘못하면 미리 꼬리를 사리고 낑낑댄다네. 쥐어박아도 꼼짝 안 한다네.’

어떤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얼굴 쳐들고 다니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정치 지도자라는 사람들을 보면 ‘나쁜 개는 없다’라는 말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내가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소리를 한다고 비난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할 말은 한다.

법보다도 우선 하는 것은 있다. 국민의 소리다. 선거라는 합법적 과정을 통해서 과반을 넘는 의석을 차지한 정부다. 야당은 졌으니 화가 나겠지만 견뎌야한다. 잘하면서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그게 사람이 할 일이다. 정치가 할 일이다. 정치지도자가 해야 할 의무다.

반대만 한다고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다. 법사위원장 차지하고 온갖 전횡을 일삼은 야당의 소행은 국민도 진저리를 친다. 지금 하는 꼴은 뭔가. 법사위원장 달라며 국회를 완전히 마비시켰다. 국민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이랬다저랬다 말을 믿을 수가 없으니 믿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다. 이런데도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없다. 문득 개가 꼬리를 사리는 모습이 생각났다.

 

■세상에 나쁜 생물은 없다.

독초라고 부르는 식물도 약초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나름에 효용성이 있고 인간생존에 공헌하고 있다. 개똥도 약에 쓴다지 않던가.

내가 이렇게 쓰고 있으니 살아 온 과거가 까치 배 바닥처럼 하얀 줄 알지만 생각해 보면 오물로 점철되어 있다. 생각하기도 소름 끼치는 독재정권 시절 충성을 했다. 얼굴이 붉어진다. 철나자 망령 난다고 이제 분별을 좀 할 줄 알게 되니 나이를 먹어 떠날 날이 머지 않았다. 후회하고 참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만 숨이 붙어 있는 날까지는 양심 붙들고 살고 싶다.

어렸을 때 동네에서 못된 녀석으로 돌려놓던 애들도 알고 보면 다 사정이 있었고 아주 훌륭하게 자라서 존경받는 인물이 된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람은 백 번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어렸을 때 어머니 말씀 안 듣다가 혼이 난 적이 많다. 그럴 때 잘못했습니다. 하고 빌면 간단히 용서받을 수 있는데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더욱 심술을 부린다. 밥을 안 먹는다.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는다. 어머니는 얼마나 속이 아프셨을까. 그러나 도리가 없다. 안 먹는 밥 입을 벌리고 퍼 넣을 수 없다. 문 부수고 끌어낼 수도 없다.

몹시 배가 고프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체면이 있다. 참는다. 그러나 체면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다. 밤늦게 방을 나온다. 어머니가 마루에 앉아 계시다.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 밥상이 차려져 있다. 날 쳐다보신다. 어머니의 눈 속에 온갖 말씀이 다 있다. 그냥 어머니 품에 안겨 울어버린다. 철부지 막내를 안고 어머니도 우셨을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국민은 무엇인가. 흔히 머슴이라고 한다. 그러면 국민은 주인이다. 머슴은 주인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 반대가 됐다.

요즘 정치를 보면서 국민은 마음이 많이 상한다. 정치인들도 잘 알 것이다. 방법이 없을까.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를 보면 못 된 개 버릇을 고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타날 때 개도 주인도 모두 행복해진다. 오늘의 우리는 어떤가. 정녕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 않던가. 지금 국회의원들이 당선을 위해 골백번도 더 외친 ‘국민을 위하여’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데 하물며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개들과 더불어 다 함께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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