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반격에 심인보 "2심은 '비망록' 등 증거 검토 없이 유죄로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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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반격에 심인보 "2심은 '비망록' 등 증거 검토 없이 유죄로 뒤집어"
  • 서울의소리 정현숙
  • 승인 2020.05.2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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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비망록,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증인 협박과 회유.. 검찰개혁 이루어져야"

◆5명의 ‘무죄 의견’낸 대법관들 “2심, ‘한만호 신문’도 없이 1심 뒤집어, 부적절 해"

[서울의소리] 뉴스타파와 MBC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한 진술은 검찰 회유에 따른 거짓이었다"는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 보도에 대해 검찰은 "재판에 증거로 제출돼 유죄 판단을 받았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전날 검찰이 장문의 입장문까지 내며 반발한데 대해 21일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조목조목 따지며 재반박했다.

그는 “비망록이 법정에 제출된 것은 1심 재판이었다”라며 “당시 판결문을 보면 비망록 일부를 인용하면서 무죄 선고를 내린다”라며 “그러나 2심에서는 여러 증거나 (비망록 등) 이런 것들을 다시 검토하지 않고 4번의 공판만에 유죄로 뒤집었다”라고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 '한명숙 사건' 1심에서는 선고 공판을 빼고도 23차례 정도의 공판을 했지만, 정형식 부장판사가 맡은 2심은 유일한 핵심 증인인 한만호 대표가 진술을 번복했는데도 한 번도 부르지 않고 4번의 공판만 열고 단숨에 유죄를 확정했다.

정형식 부장판사. 이미지/뉴스타파
정형식 부장판사. 이미지/뉴스타파

뉴스타파는 한만호 전 대표가 2010년 4월부터 12월까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73번 불려갔지만, 법원에 제출할 만한 진술조서는 5회 분량뿐이었다고 했다. 2009년 말부터 시작된 한 전 총리 검찰수사는 정치권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치보복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한 전 총리는 혐의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돈을 줬다는 한만호 한신건영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제공했다고 진술했으나 1심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전 총리가 나 때문에 누명을 썼다"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최고위에서 한 전 총리가 강압수사와 사법농단의 피해자라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과거 검찰의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한 전 총리 사건을 거론하며 ‘국가권력에 의한 불법, 범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김종민 의원의 질의에 추 장관은 “기본적으로는 우려한 바에 대해서 깊이 문제점을 느낀다”라며 이같이 말하고 “이런 차원에서 반드시 검찰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은 이미 확정판결이 난 것"이라면서도 "증인이 남긴 방대한 비망록을 보면 수사기관이 고도로 기획해 수십 차례 수감 중인 증인을 불러 협박, 회유한 내용이 담겼다. 한 번 과거사를 정리했다고 해도 (검찰이) 다시 그런 일을 안 한다는 보장이 없다.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듯 반복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이라고 했다. 

여당인 민주당과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잇따르며 목을 죄어오자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를 수사했던 당시 검찰 수사팀이 이날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반발한 것이다. 

검찰 수사팀은 이날 검찰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 언급한 한 전 대표의 소위 '비망록'은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돼 엄격한 사법적 판단을 받은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1~3심 재판에서 비망록을 정식 증거로 채택했고, 대법원이 다른 증거를 종합해 한 전 총리에 대해 징역 2년의 유죄를 확정했다"라며 "재판 과정에서 당시 재판부와 변호인이 내용을 모두 검토했으므로 새로울 것도 없고 이와 관련한 아무런 의혹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팀은 “한 씨의 노트를 법정에 증거로 제출했고 사법부는 비망록에 기재되어 있는 검사의 회유 협박 주장과 6억 원 친박계 정치인 공여 주장, 허위진술 암기를 통한 증언 조작 주장 등이 모두 근거 없다고 판단했다”라며 “검사가 작성한 한만호에 대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여 이를 토대로 한 전 총리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확정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 씨가 구치소 수감 중에 자신의 노트에 6억 원을 다른 정치인에게 주었다는 취지로 기재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금품의 사용처를 허위로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인보 기자는 검찰의 이런 반발에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 방송에서 “근 몇 년 사이 그렇게 긴 입장문은 처음 봤다고 법조기자들이 그러더라”라며 비꼬았다.

그는 “검찰이 1심과 2심 재판부가 같은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라며 “비망록이 제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죄선고가 난 것 아니냐고 얘기하고 있다”라고 검찰의 뻔한 수법을 지적했다.

이날 '고발뉴스'에 따르면 2018년 공개된 ‘사법농단 문건’ 196건 중 ‘한명숙 사건’은 적어도 2번 이상 나온다. 정형식 부장판사는 2013년 9월 16일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고 양승태 대법원은 2015년 8월 20일 유죄를 확정했다. 

한명숙 사건이 언급된 사법농단 문건들은 대법원 유죄 확정 전 작성된 것으로 대법 판결 2주 전인 2015년 8월 6일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통령 박근혜와 독대했다.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8대5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천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5년 8월20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대로 징역 2년형으로 유죄 확정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8월24일 한 전 총리가 배웅을 받으며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2015년 8월20일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대로 징역 2년형으로 유죄 확정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8월24일 한 전 총리가 배웅을 받으며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매체는 2015년 8월 20일 자 ['한명숙 징역 2년 확정' 대법관, 유·무죄 8대5 찬반 팽팽..증명력·신빙성 ‘논란’] 뉴시스 보도를 집중 인용해 대법관들의 의견은 팽팽했다고 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하고 전원 합의 과정에서 의견이 변하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6대6으로 팽팽하게 맞섰을 것이라는 뉴시스의 당시 기사를 아래와 같이 인용했다.

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김소영 5명의 대법관은 검찰 단계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절차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시 심리하게 할 것을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단계에서 한 진술이 증명력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할만한 면밀한 검토가 항소심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무죄 의견을 냈다. 

무죄 의견을 낸 이상훈 대법관 등은 “한만호 씨가 7개월 동안 수십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음에도 1회의 진술서와 5회의 진술조서 외에 어떠한 자료가 없는 등 수사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허위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비자금 장부 사본의 입수 경위와 사용차가 불분명해 실질적으로 증명력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한만호 씨가 허위나 과장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일단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자 이를 검사가 한 씨의 진술을 번복하지 않도록 부적절하게 애쓴 흔적이 역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한만호 씨가 그 진술을 바꾸었음에 비춰보면 그의 검찰 진술이 과연 진실에 부합하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판결문에서 “피고인과 금품제공자의 진술이 각기 일부식 진실 또는 허위, 과장, 왜곡 등을 포함하는 경우 그 상반되고 모순되는 진술들 가운데 허위, 과장, 왜곡 등을 배제한 진실을 찾아내고 그 진실을 조합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심의 책무”라며 “사실심이 그러한 책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엄중히 점검하는 것은 대법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 대법관들은 “원심은 한만호 씨의 검찰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면밀한 검토없이 한 씨를 직접 증인으로 신문하지도 않은 채 1심 판단을 뒤집은 것이어서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 심리주의 등 형사소송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적절하지 아니함이 분명하다”라고 유죄 판결의 부당성을 직접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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