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결과로 승패 가리면 정의로운 세상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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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칼럼] 결과로 승패 가리면 정의로운 세상이 될까?
  • 김용택 참교육이야기
  • 승인 2020.01.2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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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은 생략되고 결과로 승패를 가리면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이 될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아무리 참모가 써 준 취임사겠지만 집권 후반기를 맞아도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조짐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이란 정의로운 세상이다. 우리헌법은 ‘3·1운동’이나 ‘임시정부의 법통’, ‘4·19민주이념’도 결과적으로 ‘정의의 실현’으로 나타난 결과다. 종교의 목표도 인류지향하는 이상도 바로 평등세상이요, 평등세상의 본질은 정의다.

일등지상주의가 보편적 가치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요즈음은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초등학교에서부터 학급일등, 전교일등으로 서열화시키고 일류고등학교, 일류대학...이라는 일등지상주의를 학교에서부터 부추기고 학부모들까지 합세하고 있다.

일등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히 국제사회에서 경쟁이란 무시할 수 없는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지상주의는 도를 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도전! 워터골든벨을 울려라'가 인기를 누리자. 미스트롯도 모자라 미스터트롯까지 경쟁적으로 전파를 타고 있다. 4차산업사회, 알파고시대에도 기억력으로 영웅을 만드는 일등지상주의가 통할까? 교육계뿐만 아니다.

요즈음은 미스코리아선발대회는 야단스럽게 치르지는 않지만 육상이며 축구 야구 등 스포츠계는 물론 예술계까지 일등 뽑기 열기가 뜨겁다. 우리헌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의 가치를 지향하지만 현실에서 서열매김고 일등지상주의는 갈수록 극성이다. 경쟁사회에서 경쟁이 있어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데야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공정성이 무너진 경쟁을 정당화 될 수 없다.

가요를 부르는 가수와 민요를 부르는 가수를 누가 일등인가를 가리는 서열이 공정한가? 권투의 라이트급과 미들급선수를 링 위에 세워 시합을 시키는 경쟁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로 나타난 일등은 규칙위반이다. 가요나 운동경쟁에서 뿐만 아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동네슈퍼와 재벌이 경쟁을 하면 시합 전에 승패가 결정난다.

이런 경쟁을 공정한 경쟁으로 바꾸기 위해 만든게 규칙이요 규범이다. 선거철이 되면 너도나도 ‘규제를 풀겠다’고 팔을 걷어붙인다. 시합 전에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경쟁.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로 승패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작 k된 사람들... 그들이 훌륭한 사람 유명한 사람, 지도자가 되면 공정한 사회일까?

과정은 무시하고 승자독식주의를 합리화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운명론이다. 못 배우고 못난 게 운명탓이요, 가난을 운명으로 체념하고 살도록 만드는 이데올로기가 운명론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오늘날 개인의 가난은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선거철만 되면 대부분의 정당들이 친서민정책을 들고 나서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는 듯 안면을 바꾼다. 탈세와 밀수 그리고 정경유착으로 만들어진 재벌 가문의 오너가 정치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다. 유신정권시대 총리를 지내고, 전두환정권에서 정책브레인으로 참여했던 전력이 스펙이 되고,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 요직을 차지하면 공정한 사회인가?

판검사 변호사, 의사만 정치를 할 수 있는가? 정치란 희소가치를 배분하는 일이다. 집을 수십채씩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아파트가격을 안정시키는 법을 만들까? 기업의 경영자가 국회의원이 되면 소비자들을 위한 법을 만들어 줄까? 의사가 국회의원이 되면 환자를 위한 법을 만들까? 사립학교 경영자가 국회의원이 되면 사학이 비리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까?

우리나라 3대악법 중의 하나인 사립학교법이 개혁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학운영자들이 대거 국회의원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양극화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재산이 많은 부자들에게 정치를 맡겼기 때문이 아닌가? 쥐나라에서 고양이를 지도자로 뽑는 유권자들이 사는 한 민주적인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계급정당이 나서야 하는 이유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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