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시보] 몰락하는 제국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준 미국의 대이란 전쟁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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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시보] 몰락하는 제국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준 미국의 대이란 전쟁행위
  • 백남주 객원기자 
  • 승인 2020.01.1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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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진출처- 주한 이란대사관 블로그] 
▲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진출처- 주한 이란대사관 블로그] 

미국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등을 드론공격으로 살해했다.

미국이 왜 이런 ‘테러’를 자행했는지에 대해선 ‘트럼프의 재선용’, ‘이란의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 차단’ 등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무엇이 근본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사태로 미국의 패권이 얼마나 추악한 모습으로 패퇴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몰락하는 제국의 행태

미국은 이번 솔레이마니 등에 대한 암살을 ‘임박한 미국에 대한 공격 위험’에 대응한다고 주장하며 자행했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그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2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사관 4곳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다는 구체적인 첩보를 접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계가 나쁘긴 하지만 전쟁상태에 있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선전포고도 없이 선제공격을 한 것이다. 게다가 주권국가인 이라크에게는 통보도 없이 미군의 드론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무단 침입해 테러행위를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국제사회의 동의를 구하려는 어떠한 노력이나 시도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깡패짓’을 한 것이다.

깡패 우두머리에게 겉으로는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이 있을 진 몰라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그와 손을 잡으려는 사람은 없듯이, ‘깡패국가 미국’과 함께하려는 나라들은 앞으로 더욱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물론 미국이 다른 국가들이 ‘앞으로 미국말을 잘 들어야 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려고 이 같은 막가파 식 테러행위를 한 것일 수도 있다. 국제사회의 규범은 무시한 채 드론을 통해 게임하듯 암살을 자행하는 미국의 모습에 여타의 나라들이 두려움을 느낄 법 하다.

하지만 패권국가의 패권은 단순히 힘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패권국가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가치’가 곧 ‘세계의 가치’임을 국제사회가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실제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그런 역할을 했다. 물론 지금이야 신자유주의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많은 나라들이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며 미국 중심의 금융질서를 만들어 갔다. 강압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긴 했지만 ‘테러와의 전쟁’ 역시 미국이 힘과 이데올로기를 통해 ‘줄세우기’를 어느 정도 성공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규범을 어기며 깡패짓을 노골적으로 하는 ‘미국의 가치’를 옹호해 줄 국가는 더 이상 없다.

 

중동에서 패퇴하는 미국

만약 미국이 이란의 중동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면 이는 미국이 얼마나 국제사회에서 궁색한 처지에 몰려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실제 솔레이마니가 이끄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쿠드스군은 이라크, 시리아, 예멘,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군사조직을 지원해왔다. 중동에서의 이란 영향력 확대와 반미 연합전선의 중심에 솔레이마니가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솔레이마니는 충분히 미국에게 위협적인 인물이다.

이런 솔레이마니를 미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릎 쓰고 암살했다. 이는 미국이 정치 외교적으로는 이란의 중동영향력 확대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꼴이다. 진정한 힘을 가진 국가는 말로, 정치력과 외교력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패권국가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중동에서 미국의 정치력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특히 솔레이마니가 중동에서의 앙숙관계인 사우디와의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었고, 미국이 이를 막기 위해 솔레이마니를 암살한 것이라면 미국의 입장에서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내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아딜 압둘-마흐디 전 총리(미국의 협박에 못 이겨 12월 1일 사임)는 8일 트위터에 “솔레이마니가 살해당한 날 아침 나와 만나기로 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에 보낸 모종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답장을 내놓기 위해서였다”고 적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에는 이라크의 중재 하에 모종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동의 양대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이란과 사우디가 미국의 승인 없이 모종의 협상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미국의 중동에서의 영향력 상실과 패권의 후퇴를 보여준다. 미국이 이런 중동국가들의 흐름을 정치외교적으로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서의 패퇴를 스스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꼴이다.

 

무용지물이 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이번 사태로 미국이 자랑하던 미사일 방어망 체계도 그 효용성에 있어 도마에 올랐다. 미국의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이라크 주둔 미국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습을 가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기지는 초토화 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만약 미국의 패트리엇 시스템 등 요격체계가 갖춰지고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런 미군기지 초토화는 없었어야 했다. 하지만 기지는 초토화 됐다. 이를 두고 패트리엇 시스템이 있었는데 못 막은 것인지 배치가 안 된 것인지 평가가 갈리고 있다.

하지만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12일 아랍계 트위터리언 필드마샬PSO(@FieldMarshalPSO)가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알 아사드 기지에 MIM-104 패트리엇 요격 체계가 배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란 미사일, 더군다나 북과 기술교류로 개발된 것이라는 미사일이 미군의 요격 체계를 뚫고 정밀 타격을 가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미군은 알 아사드 기지에 요격 체계가 배치돼있었는지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다만 외신들은 그동안 공개된 MIM-104의 중동 내 이동 경로를 통해 해당 기지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되지 않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방어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군이 패트리엇 시스템 배치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은 의문이다. 자신들이 자랑하는 미사일방어 시스템의 위력이 의문시되고 있는데 이를 가만히 두고 보는 꼴이다. 만약 이라크 기지에 배치가 되지 않았다면 이를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더 부합해 보이는데도 말이다.

▲ 이란의 반미 집회 [사진출처- 주한 이란대사관 블로그]   
▲ 이란의 반미 집회 [사진출처- 주한 이란대사관 블로그]   

고조되는 반미열기와 탈미화

미국에게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반미열기가 고조되고 탈미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란 점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문제로 중동의 민심이 복잡한 형국을 띄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에 대한 적개심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

당장 이라크 의회는 만장일치로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5,000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이번 테러로 그간 이라크에서 이란 시아파 세력을 몰아내려는 미국의 계획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라크 정부의 요청으로 독일, 덴마크, 스페인, 영국, 라트비아 등 이라크 주둔 유럽 병력들은 철군을 시작했다. 이라크는 이란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핵합의 공식탈퇴를 선언한 것도 문제다.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핵무기에 박차를 가할 경우 1년 반 이내에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는 것 자체가 미국의 핵독점 전략에 파열구를 내는 것이 된다.

나아가 이는 중동에서의 러시아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친서방 중동국가들과 이란의 갈등은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누군가는 중재해야 하는데 미국은 이를 할 수 없다.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로 부상하게 될 것은 쉽게 예측가능하다. 또한 그동안 미국의 눈치를 보던 이라크가 러시아의 대공 방어 미사일 시스템 S-300을 도입하려고 현재 러시아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인 중동의 친미국가들도 미국과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드론 암살이 자국과 협의 없이 진행됐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중동 최대 공군기지가 있는 카타르는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국왕이 12일(현지시간) 이란을 국빈 방문해 30억달러(약 3조46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란군이 실수로 격추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희생자 보상금을 대신 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군 기지가 있는 중동 내 친미국가들은 미국을 지지했다가는 이웃 이란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들 국가들이 앞으로도 미국과의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통의 ‘미국 우방’들도 미국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중동 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지 않았다면 (우크라이나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숨진) 캐나다인 57명은 지금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게 여객기 격추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 벤 월리스 국방장관도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이 항상 미국과 함께 싸울 것이란 가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번 대이란 전쟁행위는 이란이 아니라 스스로의 목을 죄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미국 패권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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