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칼럼] 문재인정부 결국 의료민영화로 가나?

2020-05-05     충청메시지 조성우

현재 국내 증상자들이 코로나19 진단을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16만원이다. 이 16만원도 음성이거나 보건당국이 정한 코로나19 진단검사 대상(중국 방문·확진자 접촉 이력이 있고 호흡기 증상이 발현된 경우) 혹은 의료진이 검사를 권유한 경우에는 검사비용을 전액 정부가 부담한다.

이에 반해 미국은 14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진단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의료보험제를 적용받지만 미국은 의료민영화체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밝힌 ‘재벌에게 특혜 주고 국민에게 부담주는 의료영리화 정책 저지’였다. 구체적으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서 보건의료분야 제외 ▲원격 의료는 의료인-의료인 사이의 진료 효율화 위한 수단으로 한정 ▲병원의 영리자법인 설립 금지, 현행 법률에서 허용하고 있는 부대사업 범위 내에서 경영 효율화 추진 ▲대자본에 의한 영리형 체인화의 우려가 높은 법인약국 허용 반대」 등이였다.

이런 문재인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이명박정부 시절 공개되고 박근혜가 ‘규제완화, 경제활성화, 일자리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추진하던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사형 선고’를 받은 듯한 의료 영리화는 의료산업계와 보수 언론 등이 서비스 산업에서 강조하는 ‘규제 완화’ 요구로 조금씩 그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의료산업계에서는 초고령화 흐름에 맞춰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은 문재인 정부의 의료 공공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가 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나면서 군 부대나 도서·벽지 등 의료사각지대에 한정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한 상태다.

 

◆ 재난을 빌미로 의료민영화를 추진이라니...

문재인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빌미로 원격의료를 추진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비대면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을 언급한 바 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에도 ‘한국판 뉴딜’로 원격의료가 논의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국가가 예산과 행정력을 총동원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공공병상과 중환자병상, 공공 의료인력과 의료인 보호장비 등을 확보하는데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다. 그런데 코로나19를 이겨내자며 온 국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는 원격의료를 꺼내다니... 이 정부가 제대로 된 상황인식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마이클 무어 감독이 2008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의 충격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수익논리에 사로잡혀 이윤을 극대화하기에 급급한 미국 의료보험제도 속의 관련기관들은 돈 없고 병력이 있는 환자를 의료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하여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사람의 목숨을 걸고 장사를 하는 기막힌 현실을 고발한 영화다.

톱날에 잘린 손가락 두 개의 접합수술비로 병원은 각각 손가락당 6만달러, 12만달러를 요구한다. 돈이 부족해 접합수술을 하지 못한 중지 손가락은 쓰레기장 어딘가에 버려졌다는 얘기는 설마 사실일까라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게 한다. 미국 전인구의 15%인 5000만명이 의료보험이 없다. 매년 200만명의 신용불량자와 파산자의 절반이 의료비 때문인 미국을 따라가겠다는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를 위한 대통령인가?

1700만 촛불시민이 만든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규제철폐로 추진하겠다는 의료민영화는 국민의 건강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친기업 논리다. 영리병원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의료민영화가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의료기관 허용, 민영의료보험 활성화는 건강보험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증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진료비를 책정하는 병원이 생기며, 민영의료보험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은 더 이상 전국민의 건강을 책임지지 못한다. 의료민영화가 도입되면 영화 식코의 내용이 그대로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왜 정부는 모르는가?

 

◆ 원격의료가 왜 의료민영화인냐고요?

우리국민들은 참 순진하다.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일만큼 알고 민주의식이나 주권의식도 가진 국민들이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몰라도 너무 모른다. 7차교육과정 개정 때도 그랬다.

교육을 민영화하자는 말은 ‘수요자중심의 교육’이라고 했을 때 그것이 교육을 상품으로 내모는 논리라는 것을 알아 차렸어야 했었다. 수요니 공급이라는 말은 상업용어다,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수요니 공급이란 교육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뜻이었다.

교육의 상품화. 교육을 시장에 내놓으면 어떻게 되는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이상적인 거래가 가능한가? 경제원론을 배운 사람이라면 자본시장의 원론대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거대자본의 독과점에 대해 모를리 없다. 자본 시장이란 수요자가 많고 공급자가 한정되어 있으면 공급자가 꼼수를 부려 가격이 올린다는 것은 상식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교육이 자본에 점령되면 교육보다 이윤의 극대화가 목표가 된다. 오늘날 한국교육이 사교육천국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 공립보다 사립의 등록금이 비싼 이유가 무엇인가? 경쟁교육, 일등지상주의가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교육수요자인 학부모나 학생들은 수요자 중심에 현혹돼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이고 말았다.

자본의 논리란 이윤의 극대화다.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사람이 먹는 음식에조차 유해한 첨가물을 집어넣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적을 만들어 순진한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해 전쟁무기를 생산하고 판매해 이윤을 극대화한다. 그 정도가 아니다. 모든 국민(수요자)을 자본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도록 하는 가치관을 갖도록 마취시킨다.

교육이나 언론이 자본에 예속되고 정경유착이 이루어지면 자본의 천국이 된다. 성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미스 코리아 미스월드니 넷미인을 만들고 끊임없이 유행을 창출해 이윤을 극대화하는게 자본이다. 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 에볼라, 코로나19와 같은 공포의 전염병은 정복론적 세계관으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한 결과가 아닌가?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발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이른바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는 원격의료, 온라인 교육 서비스 등을 적극 육성하는 방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렸다.

국가가 예산과 행정력을 총동원해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공공병상과 중환자병상, 공공의료인력과 의료인 보호장비 등을 확보하고 감염병 전문병원을 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사업으로 ‘비대면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은 어부성설이다.

“당장 환자 돌볼 인력이 없는데 비대면 ‘디지털 일자리 창출’이니 ‘기기‧설비 중심의 원격의료’로 무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겠는가? 재난을 틈타 제도적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것은 재난상황을 이용한 기업의 영리추구이며 전형적인 ‘재난자본주의’다.

우리는 메르스 유행 당시 삼성병원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시도하고 해외환자유치 법을 통과시키려 했던 박근혜 정권의 의료민영화 시도를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현재 병의원이 하고 있는 비대면 전화상담은 불가피하게 용인되는 한시적 조치다.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공공병상과 중환자병상, 공공 의료인력과 의료인 보호장비 확보다. 그런데 수차례 코로나19 비상대책과 추경이 나왔지만 공공병상 확충 계획은 없고 감염병 전문병원도 겨우 2곳 설계비를 책정했을 뿐이다. 정말 시급하게 필요한 공공의료 정책과 예산을 찾아볼 수 없다. ‘위기가 기회’라며 이 시기에도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기업의 소원 수리에 나설 때인가?

의료민영화가 도입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는 수요자중심의 교육이 증명하고 있다. 공교육비에 맞먹는 사교육비.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정이 무너지고 원정출산이며 초등학생들까지 선행학습을 하는 ‘4당 3락’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하지 않았는가?

일류대학을 나와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무한경쟁의 논리는 학교가 해야 할 교육은 뒷전이요, 일류대학 시험문제를 풀이하는 학원으로 변하지 않았는가? 의료도 마찬가지다. 의료민영화가 되면 의사와 병원노동자들은 부대사업을 환자에게 권유하는 판촉사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는 전국민건강보험제도와 건강보험당연지정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초기암은 암이 아니고 말기암만 암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영리자회사 설립을 통한 의료기관의 수익 극대화로 결국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가 증가할 것이며,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은 악화돼 전국민건강보험제도 붕괴로 이어지고 ‘거대 자본에 의한 체인 병원화, 독과점화’가 추진되고 지역병원, 민간중소병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되는 현실이 도래할 것이다.

미국의 의료민영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마이클 무어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장사를 하겠다는 의료민영화 시도는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