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선관풍색(善觀風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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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선관풍색(善觀風色)
  • 이정랑의 고전탐구
  • 승인 2019.10.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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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색을 살핀다.

‘손자병법’ ‘행군편’을 보면 ‘적의 상황을 살펴 아는 방법’인 ‘적정찰지법(敵情察知法)’이 나온다.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이는 상대방에게서 나타나는 각종 징후에 대한 관찰에 근거해서 ‘상대를 아는’ ‘지피(知彼)’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주요 대목들을 발췌해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적에게 접근했는데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면 적은 험준한 지형을 믿고 있는 것이다. ▲적이 멀리 있으면서도 도전해 오는 것은 아군의 진격을 유인하자는 것이다. ▲적이 말로는 저자세를 취하며 뒤로 준비를 늘리는 것은 사실 진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적의 말이 허무맹랑하며 무리하게 앞으로 달려드는 것은 사실 퇴각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적이 조금 전진하기도 하고 조금 후퇴하기도 하면서 비겁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군을 유인하려는 것이다. ▲유리한 점을 보여주어도 전진하지 않는 것은 적이 지쳐있다는 증거다.

▲밤에 부르짖는 것은 적이 겁에 질려 있다는 증거다. ▲군관이 함부로 화를 내는 것은 적이 싸움에 지쳐 있다는 증거다. ▲지휘자가 병사들과 더불어 간곡하고 화합하는 모습으로 천천히 이야기 하는 것은 병사들의 신망을 잃었다는 것이다.

▲자주 상을 주는 것은 지휘자가 병사들을 통솔하는 데 궁색해졌기 때문이며, 자주 벌을 주는 것은 통솔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지휘관이 병사들을 우선 난폭하게 다루어 놓고 배반이 두려워 달래는 것은 가장 졸열한 통솔법이다. ▲교전 중에 있는 적이 사신을 보내 정중하게 사과하고 휴전을 청하는 것은 휴식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군대가 성난 듯 달려와서는 오래도록 대치한 상태에서 싸우지도 않고 물러가지도 않는 적은 반드시 계략을 감추고 있으니 신중하게 적의 정세를 살펴야 한다.

고대 동양 철학은 만물이 음양 이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기본적 관점으로 삼는다. 해와 달, 남과 여, 하늘과 땅, 흑과 백, 이런 것들이 그 평범한 예들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물은 그 지체와 대립되는 면을 가진다. 표면에 대한 내용이 있고, 내용에 대한 표면이 있다. 따라서 겉을 보고 속을 살피고, 속을 보고 겉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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