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시무법지상(施無法之賞), 현무정지령(懸無政之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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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시무법지상(施無法之賞), 현무정지령(懸無政之令)
  • 이정랑의 고전탐구
  • 승인 2019.09.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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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없는 상을 주고 규정에 없는 명령을 내린다.

규정에 없는 파격적인 큰 상을 주고, 특별한 정령을 발표하여 군사들의 사기를 격려한다. 전군의 많은 군사들을 마치 한 사람 부리듯 움직인다.(‘손자병법’ ‘구지편’.)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손자는 이 대목에서 주로 어떻게 병사를 통솔해 작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그는 용병을 잘 하는 자는 전군을 마치 한 사람을 부리듯 해서 전투에 임하게 만든다고 한다. 전장의 상황과 정세가 급박하면 일치단결해서 분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쟁이라는 비상사태로 돌입하면 관례적인 포상 범위를 벗어난, 즉 법에서 벗어난 상도 주어야 하며 규정에서 벗어난 명령도 내려서 전 병사들로 하여금 위험을 무릅쓰고 전투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전군의 전투를 마치 한 사람이 전투하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군대든 상벌에 관한 규정에 없는 군대는 없다. 이에 관한 각종정책들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규정에 따라 상벌을 결정한다. 그러나 적진 깊숙이 들어가 결사적으로 싸워야 하는 경우라면, 병사들을 격려하고 자극하기 위해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근거하여 임기응변의 조치로 상벌과 명령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비상시에는 ‘규정에 없는 파격적인 큰 상을 주고 특별한 정령을 발표하여’ 삼군을 고무시켜 전투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옳기도 하거니와 필요하기도 하다. 병사들이 목숨을 무릅쓰고 필사적으로 전투에 임하는 것은 결코 죽음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큰 상을 기대하고 엄한 벌을 면하기 위해서다.

큰 상과 엄벌이라는 두 가지 항목은 용감하게 나아가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비겁하게 물러나 목숨을 보전하는 것을 굴욕적인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보증이다. 그것은 적을 격파하고 승리를 얻게 한다.

‘황석공삼략’ ‘상략’에 인용된 ‘군참’을 보면 “맛있는 미끼에 물고기가 몰리고, 큰 상에 목숨을 아끼지 않는 병사가 있게 마련”이라는 대목이 있다. ‘백전기법’ ‘상전 賞戰’에서도 “큰 상이 따르면 반드시 용감한 병사가 나온다.”고 했다. 이들 모두가 고대 전쟁이라는 조건하에서 일반 상식을 초월하는 상과 명령만이 승리를 이끌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은 볼품없는 한신(韓信)을 대장으로 발탁했으며, 결점이 많은 진평(陳平)에게 큰 상을 내리고 그의 계략을 받아들여 막대한 자금으로 초나라 군신을 이간시키는 동안 자금의 지출을 결코 따지지 않았다. 한나라는 진과 초를 무너뜨리고 끝내는 천하를 손에 넣었다.

나폴레옹도 ‘규정에 없는 파격적인 큰 상을 주고 특별한 정령을 발표하여 병사를 격려하는’ 것을 중시하여 병사들의 공명 심리를 만족시켰다.이러한 것들이 그가 여러 영웅들을 물리치고 일시에 전 유럽 위에 군림하면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게 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쟁의 실례들은 전쟁이라는 비상시기에 ‘규정에 없는 파격적인 큰 상을 주고 특별한 정령을 발표하여 병사를 격려한다.’고 한 손자의 책략이 앉아서 말로 할 수 있는 것일 뿐 아니라 일어서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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