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 교수] 역사적 사명, 검찰과 언론의 애처로운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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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종 교수] 역사적 사명, 검찰과 언론의 애처로운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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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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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가장 큰 적폐 덩어리이고 부패한 언론과 한 몸뚱아리…

백승종 교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인과 조국의 역사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성공적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검찰개혁’을 꼽았다.

그리고 지난 21일,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으로, 사소한 일에 크게 화를 내며 덤빈다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을 윤석열과 대중매체에 비유하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애처로운 투혼을 페이스북을 통해 지적했다.

 

◈ 문재인과 조국의 역사적 사명

백승종 교수 페이스북 

1. 두 가지 역사적 과제

문재인 대통령은 애초 두 가지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정치 일선에 나섰다고 봅니다. 하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또 하나는 검찰개혁. 이 두가지를 역사적 소명으로 받아들였다고 봐요.

두 가지 모두 당선 초기에 완수하고 싶었으나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우선순위를 매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우선 평화체제구축에 앞장섰습니다. 2017년 한반도는 위태로웠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한반도에 냉전기류를 강화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고, 숙원사업인 검찰개혁으로 넘어갈 생각이었지요. 사리에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2. 성공적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사진출처 / 백승종 교수 페이스북

김정은 위원장과 신뢰를 쌓으면서 남북 간의 대화는 큰 효과를 냈습니다. 문 대통령의 평화 드라이브에 국내외가 깜짝 놀랐고, 단 기간에 큰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남북 문제에 결정적인 걸림돌이었지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트럼프가 외려 북한 문제에 적극적인 상황입니다.

북한과의 대화는 작년이후 겉으로 보기에는 겉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볼 일은 아닙니다. 일단 토대가 마련된 남북한의 협력관계는, 어는 순간에든 동력을 얻어 급진전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일차 목표는 제대로 달성된 것으로 봐도 좋습니다.

 

3. 검찰개혁, 두번째 넘어야할 큰 산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가 되자 또 하나의 숙원사업인 검찰개혁에 착수했습니다. 이 문제 역시 저항이 만만치 않습니다. 검찰은 물론이고 제도권 언론기관 전부, 그리고 막강한 야당을 상대로 설득도 해야하고, 실력으로 돌파해야하는 사안입니다.

사진출처 / 백승종 교수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최적임자를 얻었습니다. 조국 장관입니다. 조 장관은 탁월한 법률학자로서 신변정리가 완벽하고, 개인적으로 아무런 흠결이 없는 보기 드문 인재입니다. 만약 집권초기에 이 분을 내세워 개혁을 단행했더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의 시국상황이 불리했습니다. 검찰개혁보다 시급한 문제가 있어서 불가피하게 미뤄진 것이었지요.

우리가 진즉에 예상한 것처럼, 기득권 세력 전부가 총결집하여 조국 장관에 대한 공격의 포문을 일시에 열어젖혔습니다. 반대파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조 장관의 취임을 저지하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은 개혁의 의지를 꺾지 않았습니다. 지혜롭고 통찰력 있는 많은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뜻 있는 시민들도 기득권세력의 십자포화에도 불구하고 결코 식지 않는 열정으로 조국 장관과 문재인 정권을 응원했습니다.

이제 검찰개혁의 서막이 열리고 있습니다. 조 장관은 앞으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70년 묵은 사법계의 부조리를 수술할 것입니다. 워낙 큰 수술이라서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 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입니다.

백보 양보해, 설사 이 번에 조 장관의 개혁조치가 중태에 빠진 대한민국을 완치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었다 칩시다. 그러하더라도 역사는 조 장관의 용기와 헌신을 길이 기억할 것입니다.

 

4. 역대정권은 검찰개혁을 바랐었다

검찰개혁을 원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만은 아닙니다.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정권도 검찰개혁을 원했습니다. 나름대로 약간의 실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별로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다음에 차기 집권자가 누가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 역시 검찰개혁의 소망을 가지게 될 것은 분명합니다. 검찰이야말로 우리사회의 가장 큰 적폐덩어리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부패한 언론과 한 몸뚱아리이고, 이것이 다시 사회적 악습을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재벌과 관료사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든 정부를 제대로 운영하려고 하면, 이 걸림돌을 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검찰권력은 자신과 연합세력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한줌 밖에 안 되는 집권세력의 치부를 후벼 파고, 시민들과 정권의 관계를 이간질하는데 이골이 나 있습니다. 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처음 몇 달만 검찰을 공격하다가 결국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늘 그러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검찰의 기득권을 보장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조선시대를 조금 아니까 그 시대에 비유하겠습니다. 오늘날의 검찰은 조선시대의 이조 전랑(정랑과 좌랑)에 해당합니다.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당쟁이 바로 그 자리를 둘러싼 투쟁이었습니다.

 

5. 조국 장관의 성공

제가 보기에 조 장관은 이미 돌아갈 나무 다리도 불살라버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섶을 지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뛰어든 형국입니다.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없지 않으나, 제 생각은 명확합니다.

사진출처 / 백승종 교수 페이스북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결코 사리사욕 때문에 이 험란한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역사의 제단에 스스로를 희생의 제물로 바친 셈입니다. 조금이라도 양식이 있는 시민이라면, 더구나 지식인이라면, 그들의 개혁이 성공하도록 힘써 응원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식견도 부족하고, 더구나 세상의 복잡한 셈법에는 익숙하지 못한 백면서생입니다. 그런 저로서는 대통령과 장관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 그저 이렇게 허술한 몇 줄의 글로써 자신의 양심을 고백할 따름입니다. 혼탁한 세상에 명명백백한 흑과 백도 구별하지 못하면 아니 되겠기에 적어둡니다.

 

◈ 애처로운 투혼 - 윤석열과 대중매체의 '견문발검'

1. 요즘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기후위기'가 시민들의 관심사입니다. 

사진출처 / 백승종 교수 페이스북

어제(2019. 9. 20)는 독일, 프랑스, 영국은 물론이고 실로 여러 나라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천금을 쏟아 부은 북극 탐험단도 1년 여정으로 노르웨이의 한 항구를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무려 17개국의 학자들이 북극의 얼음을 공동으로 연구해 기후변화의 실상을 정확히 분석하려는 시도입니다.

사진출처 / 백승종 교수 페이스북

이제는 유럽의 정치가들도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지난 5월의 유럽의회 선거에서 놀랄만한 변화가 나타난 바람에 상당한 자극을 받은 것입니다. 그때 유럽의 시민들은 "녹색당"과 같이 진보적인 정당을 선거에서 적극 지지하였습니다. 그들 정당이 기후문제에 관하여 적극적인 처방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바깥 세상은 이처럼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2. 그러나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갇혀 지내는 것 같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기후 따위의 문제란 아직도 호사가의 취미일 따름입니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을 때만 잠시 기후가 어떻고, 환경이 어떻고를 잠시 말하는 정도입니다. 우리의 관심은 언제나 그렇듯 금세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립니다.

지난 한 달 동안은 특히 가관이었습니다. 온 나라가 지극히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문제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평소에는 이름도 몰랐던 어느 시골대학 총장이름으로, 그것도 약 10년 전에 발부된 표창장 한 개가 우리 모두의 관심사였던 것입니다.

상장에 찍힌 그의 직인이 진짜인가 가짜인가를 알아내려고 수백 명의 검사들이 동원하다니 놀라운 일이지요. 세월호사건으로 그 많은 젊은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났을 때에도 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커녕 진상을 가리기 위해 외려 혈안이 되었습니다. 세월호사건의 수사에 과연 몇 명의 검사가 동원되었던가요?

우리의 비극적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어느 장관의 가족들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장관의 아내가 어느 이름 없는 펀드에 투자했다는 10억의 향방이 어땠는지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게 그처럼 중요한 사실인가요.

매우 사소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법은 개인의 펀드 조성을 허락하고 있으니까요. 10억이란 금액 역시 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단한 금액도 아닙니다. 게다가 그 돈으로 무슨 커다란 비리를 저지른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부질없는 이야기로 한달 넘게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사소하다면 지극히 사소할 수도 있는 개인사일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에 몰입하여 트루먼 쇼를 벌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장관 가족의 일생을 샅샅이 벗겨가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사소한 혐의점이라도 찾아내려고 혈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에 따라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덤벼드는 수백 명의 검사와 수천 명의 기자들의 모양이 애처롭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이번 사태는 견문발검(모기를 잡으려고 칼을 뽑아든 꼴)입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기 어렵습니다.

 

3. 우리는 조금 더 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가을도 되었으니, 저부터라도 이런 하찮은 사안으로부터 좀 거리를 두어야겠습니다.

더욱 중요한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다른 생명체들과 공유하는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 더욱 많은 생각을 해야겠습니다. 만약 이대로라면 지구는 얼마 가지 않아서 끝장이 날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 방식에 어떤 중대한 문제가 있었는지를 따져보고 싶어집니다. 이 가을이 제게는 조용한 침묵과 성찰의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허물이 많은 사람입니다. 지금 우리가 괴롭히는 장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300명의 검사들이 덤벼들면 저는 하루도 버티지 못할 많은 비리와 흠결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그런 저로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별로 드러난 허물없이 늠름하게 버티면서 검찰개혁의 날을 벼리는 그 장관님이 지극히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그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어렵게 선택한 검찰개혁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나아갈 것입니다.

 

4. 저와 같은 소시민은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밥그릇 지키겠다며 말도 안 되는 광란의 춤을 추는 검찰 권력이나 기득권층의 일부로서 그저 받아쓰기에만 열중한 기자들, 소신도 양식도 없는 3천여 이른바 '서명교수'들을 심하게 나무라고 싶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이 가을에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되돌아보며, 제 자신에게 회초리를 들고자 합니다.

백승종 교수 : 역사학자,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교수 역임, 서강대학교 문학부 사학과 교수 역임,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연구원 초빙교수,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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