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와 검사] ⑥ 검사 출신 전관 '박재벌' 금융 범죄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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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와 검사] ⑥ 검사 출신 전관 '박재벌' 금융 범죄 덮였다
  • 뉴스타파 심인보
  • 승인 2019.09.1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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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타파] 지난해 말 자신이 구치소에 재소 중인 죄수의 신분으로 장기간 검찰 수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X’가 뉴스타파에 찾아왔다. 제보자X는 금융범죄수사의 컨트롤타워인 서울 남부지검에서 검찰의 치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덮여진 현직 검사들의 성매매 사건, 주식시장의 큰손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 그리고 전관 변호사와 검사들의 검은 유착… 뉴스타파는 수 개월에 걸친 확인 취재 끝에 <죄수와 검사>시리즈로 그 내용을 연속 공개한다.

 

①"나는 죄수이자 남부지검 수사관이었다"

②'죄수- 수사관- 검사'의 부당거래

③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

④ "한겨레 보도 막아달라" 현직 검사 사건 개입

⑤ 검사 위해 의뢰인 넘긴 전관 변호사

⑥ 검사 출신 전관 ‘박재벌’ 금융 범죄 덮였다

 

뉴스타파는 지난 8월 29일에 보도한 <죄수와 검사> 5편에서, 검찰 출신 전관인 박수종 변호사의 행태에 대해 보도했다. 박수종 변호사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필요할 때마다 돈을 빌려주었을 뿐 아니라 은밀한 돈 심부름을 해줬고, 김형준 검사에 대한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자신의 전 의뢰인을 검찰에 넘기기까지 했다. 이번 편에서는, 박수종 변호사가 왜 그렇게 ‘무리수’를 뒀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추적했다.

 

“주식도 많이 돌리고 엮인 게 있으니 나설 수 밖에 없어”

2016년 4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의 37층 스카이 라운지. 김형준 검사와 ‘고교동창 스폰서 김 모 씨’가 마주 앉았다. 서울 서부지검에 스폰서 김 씨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된 2016년 4월 15일, 바로 다음 날이었다.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4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그 고소장에는 스폰서 김 씨가 김형준 검사에게 천 5백만 원을 건넨 사실이 적시돼 있었다. 김형준은 이런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도록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입장이었고, 스폰서 김씨는 자신에 대한 고소 건을 잘 처리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니까 이날의 만남은 김형준 검사와 스폰서 김 씨가 각자의 입장에서 고소 사건에 대한 ‘대책 회의’를 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형준 검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 변호인으로 박수종이라는 사람을 선임할 것을 추천했다. 스폰서 김 씨는 이후 대검 특별감찰팀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형준 검사가 “형사사건 처리는 박수종이 베스트다. 앞으로 박수종이 코치하는대로 진행하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날 오간 대화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현재 감옥에 갇혀 있는 스폰서 김 씨가 변호인을 통해 밝혀온 내용을 토대로 대화를 재구성했다.

"스폰서 김 씨 : 김앤장에도 너 친한 변호사 많은데 왜 옷 벗은지 10년이나 된 박수종을 자꾸 전면에 내세워 일처리를 하자고 하냐?

김형준 : 걔 주식도 많이 돌리고, 함께 엮인 게 있으니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내 말 들어.

스폰서 김 씨 : 무슨 주식을 돌리는데?

김형준 : 걔 주식해서 돈을 좀 만졌는데 문제가 좀 있거든. 지금은 내 말 들을 수 밖에 없어. 그런데 이런 일 처리는 잘해. 베스트야." (스폰서 김 씨가 진술한 김형준 검사와의 대화)

“주식도 많이 돌리고, 함께 엮인 게 있”고, “주식해서 돈을 좀 만졌는데 문제가 좀 있”어서 김형준 검사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는 박수종 변호사. 그 “문제”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뉴스타파는 대검 특별감찰팀이 작성한 박수종 변호사의 진술 조서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박수종의 금융범죄 혐의…수사 책임자는 김형준 검사

"검사 : 진술인은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사건과 관련하여 금융위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나요?

박수종 변호사 : 예 조사를 받았으나 제가 출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수종 변호사 진술조서 중)

박수종 변호사의 진술 조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2015년 초부터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 범죄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금융위가 박수종 변호사를 조사한 혐의는 4가지나 됐다. 그 혐의들은 다음과 같다.

금융위는 조사와 관련해 2015년 5월에 박수종 변호사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박수종 변호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그 뒤 금융위는 또 한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박수종 변호사는 역시 나가지 않았다. 박수종 변호사는 대검 특별감찰팀에 “죄가 없으니까 (금융위에)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결국 2015년 10월 29일, 대검찰청에 박수종 변호사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곧이어 11월, 박수종 변호사 사건은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으로 배정됐다. 그런데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의 단장은 바로 김형준 검사였다.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를 얼마나 강도높게 조사할 것인지, 또 기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는 전권이 김형준 검사에게 있었던 것이다. 김형준 검사가 스폰서 김 씨에게 했던 말, “지금은 내 말을 들을 수 밖에 없다”는 말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피의자와 수사 책임자의 부적절한 관계…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피의자였던 박수종 변호사와 수사 책임자였던 김형준 검사의 관계는 상상 이상으로 가까웠다. 우선 뉴스타파가 <죄수와 검사> 5편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김형준 검사가 급한 돈이 필요할 때 마다 박수종 변호사는 돈을 빌려주었고 돈 심부름을 해주었다. '내연녀의 입막음' 같은 은밀한 뒤치다꺼리까지 박수종 변호사의 몫이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두 사람의 관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두 사람의 통화 기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15년 9월부터 11월 사이 무려 61차례 통화하고 26번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금융위가 박수종 변호사 사건을 대검에 수사 의뢰한 게 10월이고 사건이 남부지검에 배당된 게 11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민감한 시기에 피의자와 수사 책임자 간에 하루 한 번 이상 연락이 오간 것이다.

특히 이들이 자주 통화하던 시기는 스폰서 김 씨 사건이 시작된 시점, 즉 스폰서 김 씨가 서울 서부지검에 고소를 당한 2016년 4월보다 최소한 5개월 앞선 시점이었다. 즉, 이들의 잦은 통화는 스폰서 김 씨 사건과 무관한 어떤 다른 일 때문이었다는 뜻이다.

박수종 변호사가 김형준 검사에게 천만 원 이상의 향응을 제공한 정황도 포착되었다. 김형준 검사의 내연녀이자 술집 종업원이었던 곽 모 씨가 대검 특별감찰팀에 진술한 바에 따르면, 박수종 변호사와 김형준 검사는 2015년 1~8월 사이 곽 씨가 근무하던 술집에 최소한 8차례 이상 함께 와서 술을 마셨다.

또 다른 술집에서도 3차례 이상 동석했다. 곽 씨가 목격한 것만 그렇다는 얘기다. 곽 씨에 따르면 이 술집들은 두 사람이 와서 술을 마셨을 경우 120-130만 원의 주대가 나온다. 곽 씨의 진술이 맞다면 이 시기 박수종 변호사는 김형준 검사에게 적게 잡아도 천만 원 이상의 향응을 제공한 셈이다.

이렇게 해서 쌓은 수사 책임자와의 친분을 믿었기 때문일까. 금융위 출석을 거부하던 박수종 변호사는 사건이 서울 남부지검으로 배당되자, 그제서야 조사를 받으러 출석했다. 2016년 1월 12일, 박수종 변호사는 서울 남부지검에 가서 조사를 받았는데, 바로 이 날도 김형준 검사와 3차례 통화하고, 3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대검 특별감찰팀의 이선봉 검사 역시 이 점을 캐물었다.

"검사 : 진술인이 증권합수단에서 조사받은 당일 3회에 걸쳐 김형준과 통화하는데, 진술인이 김형준에게 조사받는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요?

박수종 : 어떤 내용으로 통화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사건 이야기나 조사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검사 : 조사받은 당일, 김형준과 통화하면서 조사받은 것에 대해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요?

박수종 : 통화한 사실 자체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박수종 변호사 진술조서 중)

피의자와 수사 책임자의 유착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통화한 사실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검사는 더 이상 추가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검찰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총장 명의의 “검사 징계청구서”를 보면 검찰이 김형준 검사에게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이유 가운데 하나로 “피의자였던 변호사와의 부적절한 금전 거래”가 명시되어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김형준 검사의 징계청구서. 이 징계청구서에는 박수종 변호사가 “피의자”였던 사실이 명확하게 적시되어 있다.

문제는 이렇게 심각한 사안이 단순히 검사 개인에 대한 징계로만 끝났다는 점이다. 징계 청구서에는 당시 이미 언론에 보도됐던 박수종 변호사와 김형준 검사의 금전 관계만을 적시하고 있을 뿐 향응 제공과 잦은 전화 통화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

김형준 검사가 실제로 박수종 변호사가 피의자였던 사건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그 과정에 연루된 다른 검사들은 없는지를 폭넓게 수사했어야 할 검찰은 김형준 검사 한 명만을 징계하는 선에서 이 사건을 덮어버렸다.

뉴스타파는 대검찰청에 피의자로서 수사 책임자와 금품 거래를 하고 향응을 제공한 박수종 변호사에 대해 왜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느냐고 질의했지만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주식 시장의 큰 손 ‘박재벌’

<죄수와 검사> 1편에서 죄수의 신분으로 남부지검 수사관 역할을 했다고 고백한 제보자X는 전혀 다른 경로로 박수종 변호사를 알게 됐다고 한다.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과는 무관한 별개의 사건들에서 자꾸만 박수종 변호사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보자X 본인이 연루돼 구속됐던 스포츠 서울 주가 조작사건에서는 박수종 변호사가 한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등장했고, 제보자X의 지인이자 주식 시장에서 유명한 다른 주가조작범의 변호인으로 등장한 것도 알게 됐다. 제보자X가 수사에 참여했던 한 주가 조작사건에서 박수종 변호사가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다.

제보자X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박수종 변호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서울 남부지검에는 증권 범죄와 관련해 구속된 피의자들이 모이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박수종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취합했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알게 된 박수종 변호사의 실체는 단순한 전관 변호사가 아니었다.

제보자X의 주장에 따르면, 박수종 변호사는 증권 범죄로 기소된 이른바 ‘선수’들을 전문적으로 변호할 뿐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무자본 M&A에 참여해 투자를 하는 동시에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줌으로써 천문학적인 이득을 보거나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있다고 한다. 그 세계에서 박 변호사의 별명은 ‘박재벌’이었다.

"주식시장에서 어느 정도 오래 있었던 사람은 ‘박재벌’이라는 박수종 변호사의 별칭을 압니다. 자금 활용을 중개한다든가 그래서 무자본 M&A를 돕는다든가 하는 형식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고 해서 박재벌로 통하죠." (제보자X 인터뷰 중)

제보자X의 이같은 주장은 뉴스타파가 다른 경로를 통해 취재한 여러 관련자의 증언과도 일맥상통했다. 뉴스타파가 접촉한 박수종 변호사의 한 측근은 “박수종 변호사가 주식시장에서 굴리고 있는 자금이 수백억에 이른다”고 증언했다. 뉴스타파가 만난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 역시 “박수종 변호사의 주식 관련 수익이 200억원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제보자X는 주식 시장을 종횡무진하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박수종 변호사가 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다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이 터지고 여기에 박수종 변호사가 등장하자 마치 퍼즐이 맞춰진 것처럼 의문이 해소됐다고 한다. 그가 당시에 썼던 일기다.

"2015년 2월 김형준 부장검사는 남부지검 합수부장이었다. 당시 스포츠 서울에서는 100억 대 횡령 사건이 있었고 그 외의 크고 작은 횡령, 뇌물공여, 대량보유보고의무 위반, 사기 등이 있었으나 조사는 모두 진행시켜놓고도 덮었다. 당시의 변호사도 박수종이었다.

715호실에서 지난 3월부터 세 회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박수종 변호사의 주가조작 개입에 대한 진술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와 진행했던 김우 검사가 다른 검사실로 발령이 나버렸다.

실무진끼리는 ‘좋다, 해보자’라고 했던 결론이 위로 가면 외면 당했다. 영장을 신청해도 번번이 결재가 나오지 않고 다른 사건을 내려보내서 우리가 하던 사건의 진행을 막았다” (제보자X의 2016년 9월 7일 일기 중)

2016년 9월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이 터지자 남부지검에서는 박수종 변호사가 연관된 사건들에 대해 일제히 재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제보자X는 그가 과거에 여러 검사실에 출정을 다니며 증언했던 박수종 변호사의 범죄 혐의를 검사들에게 다시 설명했다.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덮였던 박수종 변호사의 혐의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될수록 제보자X는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감지했다. 제보자X는 검사들이 박수종 변호사의 범죄 혐의를 파헤쳐 수사를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덮는데 더 주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결국 제보자X의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검찰은 김형준 검사와 스폰서 김 씨를 기소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박수종 변호사는 이번에도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피했다. 당시 제보자X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김형준 사건은 결국 그 선에서 끝났고 박수종까지는 접근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은폐됐다." (제보자X의 2016년 10월 18일 일기 중)

 

검찰, ‘박재벌’ 금융범죄 덮었나

뉴스타파가 만난 박수종 변호사의 측근은 2015~2016년, 즉 김형준 검사의 재직 당시 박수종 변호사가 조사를 받던 4가지 금융범죄 사건 가운데 기소가 된 것은 단 한 건이라고 말했다. 구형은 벌금 천만 원, 그마저 약식기소에 불과했다고 한다. “가장 경미한 범죄만을 생색내기식으로 기소하고 더 중요한 나머지 범죄는 봐준 것 같다”고 그 측근은 말했다. 뉴스타파는 박수종 변호사와 연관된 4가지 금융범죄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대검에 공식질의했지만 역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김형준 검사는 2016년 1월 13일 남부지검을 떠나 예금보험공사로 파견을 갔고, 박수종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는 2016년 1월 12일부터 진행됐다. 즉 박수종 변호사의 금융범죄가 덮인 것은, 김형준 검사가 남부지검을 떠난 뒤의 일이라는 것이다.

김형준 검사가 남부지검을 떠난 뒤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일까, 아니면 박수종 변호사를 도와주는 또 다른 검사들이 있었던 것일까.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이 터지고 김형준 검사가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박수종 변호사의 범죄 혐의가 덮인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타파는 이 의문을 풀어줄 단초를 입수했지만, 보도의 순서상 <죄수와 검사> 후속 편에서 보도할 예정이다.

 

기사화되지 못한 검찰 비리 제보

박수종 변호사의 사건이 덮이고 난 뒤, 제보자X는 중요한 결심을 하고 자신의 자녀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제는 아빠가 해야할 다른 일이 생겼어. 지금 아주 높은 검사님들은 이 사실을 다시 감추고 덮으려고 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아빠와 같이 조사했던, 김우 검사님을 돕던 수사계장은 “어떻게 이런 새끼들이 검찰 간부인지 이해를 못하겠네” 라고 말했어. 그렇게 말해도 그 분은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는 못할 거야. 00아, 00야, 아빠를 도와줘. 아빠에게 용기를 줘." (제보자X가 2016년 9월 자녀들에게 보낸 편지 중)

죄수의 신분이었던 제보자X는 자신이 박수종 변호사와 관련된 사건의 은폐를 폭로할 경우 검찰의 추가 수사를 받는다거나 혹은 재판 중인 사건의 형량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그 일을 해야겠다고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한 것이다. 가족들의 양해를 구한 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언론사 기자에게 편지를 썼다.

"이 편지가 형(언론사 기자)에게 전달됐다는 것은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아니 우리 가족들에게는 동의를 구했다는 의미에요. 어쩌면 형이 번거롭고 바쁠 수 있다고도 생각되지만 이번 일은 공적으로도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봐요. 형이 아는 변호사를 되도록 빨리 보내주세요." (제보자X가 언론사 기자에게 보낸 편지 중)

그러나 그의 제보는 결국 기사화되지 못했다. 감방 안에서 기사화되지 못한 제보를 곱씹던 제보자X는 2018년 7월 출소했고, 그해 12월 뉴스타파를 찾아왔다. 그것이 <죄수와 검사>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김형준 부장검사의 스폰서 사건은 검사 한 명이 스폰서로부터 금품과 성접대, 향응을 받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주식 시장에서 반칙을 통해 거대한 부를 일군 것으로 의심되는 한 검사출신 전관변호사의 범죄 혐의가 드러날 수도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기회를 조용히 덮어 버렸다.

검찰은 무엇을 덮은 것일까. 뉴스타파는 <죄수와 검사> 7편에서 검찰이 덮어버린 박수종 변호사의 구체적인 금융범죄 혐의를 추적해 보도할 예정이다.

 

취재 : 김경래 김새봄

촬영 : 정형민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디자인 :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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