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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와 검사]④ "한겨레 보도 막아달라" 현직 검사 사건 개입

<편집자주>

[뉴스타파] 지난해 말 자신이 구치소에 재소 중인 죄수의 신분으로 장기간 검찰 수사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제보자X’가 뉴스타파에 찾아왔다. 제보자X는 금융범죄수사의 컨트롤타워인 서울 남부지검에서 검찰의 치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덮여진 현직 검사들의 성매매 사건, 주식시장의 큰손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 그리고 전관 변호사와 검사들의 검은 유착… 뉴스타파는 수 개월에 걸친 확인 취재 끝에 <죄수와 검사>시리즈로 그 내용을 연속 공개한다.

 

①"나는 죄수이자 남부지검 수사관이었다"

②'죄수- 수사관- 검사'의 부당거래

③은폐된 검사들의 성매매...'고교동창 스폰서 사건'의 진실

④ "한겨레 보도 막아달라" 현직 검사 사건 개입

⑤ 검사 위해 의뢰인 넘긴 전관 변호사

 

지난 2016년 9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형준 부장검사의 고교동창 스폰서 사건 당시, 현직 검사가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한 뒷거래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현직 검사의 개입 사실을 알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편에선 검사 비위 사건이 축소됐고, 한편에선 또 다른 검사의 사건 개입 사실도 덮여졌다.

 

사건의 발단… “김형준 대여금 천 5백만 원”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 사실이 드러난 건 2016년 9월 5일 한겨레 신문의 보도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발단은 그보다 앞선 5개월 전인 2016년 4월 15일 서울 서부지검에 접수된 고소장이다.

김형준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스폰서 김 모 씨는 또다른 고교 동창 한 모 씨와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사업 진행이 잘못되면서 책임 소재를 두고 공방을 벌이다 결국 한 씨가 김 씨를 고소하는데까지 이른다. 김 씨도 한 씨를 고소했다. 그런데 한 씨가 서울 서부지검에 제출한 고소장에는 의미심장한 문구가 하나 포함돼 있었다. 스폰서 김 씨가 친구인 김형준 검사에게 천 5백만 원을 줬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은 김 씨 회사의 비밀 장부에 기록돼 있다고 고소장에 적시돼 있다.

▲동업자 한 씨가 스폰서 김 씨를 고소한 고소장에는 김 씨가 김형준 전 검사에게 준 천 5백만 원이 회사 비밀 장부에 기록되어 있었다고 적시돼 있다.

문제의 천 5백만 원은 김형준 검사의 부탁을 받고 스폰서 김 씨가 김 전 검사의 내연녀 곽 모씨에게 건넨 돈이다. 스폰서 김 씨는 회사의 비밀 장부에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준 천 5백만 원을 기록해 두었는데, 이 내용을 한 씨가 몰래 훔쳐본 뒤 고소장에 적시한 것이다. 바로 이 문구 하나 때문에, 단순한 동업자간 고소 사건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현직 부장검사의 비위 사건으로 비화됐다.

 

두 친구의 ‘동상이몽’ : 2016년 4월 - 8월

자신의 동업자이자 고교 동창이었던 한 씨로부터 고소를 당한 스폰서 김 씨는, 친구인 김형준 부장검사가 사건을 해결해주거나 아니면 구속이라도 막아주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스폰서 김 씨는 사건 초반에는 김형준 부장검사의 뒷배를 믿고 상당히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형준 부장검사의 조언에 따라 사건을 고양지청에 이송하기 위해 셀프 고소까지 감행했다. 즉, 자신에게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 한명에게 합의금을 준 뒤 “대신 나를 고양지청에 고소해라”라고 부탁한 것. 당시 고양지청에는 김형준 부장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노정연 검사가 차장으로 재직중이었다.

그러나 사건을 고양지청으로 이송시킨다는 계획은 실패했고, 결국 스폰서 김 씨는 서울 서부지검에서 소환 통보를 받게 된다. 스폰서 김 씨는 이 시점부터 눈에 띄게 불안해 하며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구명을 호소한다. 아래는 뉴스타파가 입수한 스폰서 김 씨와 김형준 부장검사 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다.

김형준 부장검사도 처음에는 ‘친구’ 스폰서 김 씨를 구명하기 위해 애를 썼다. 2016년 6월 7일 서부지검에서 스폰서 김 씨의 고소 사건 수사를 맡고 있던 박정의 검사를 만나 함께 식사를 했고, 사흘 뒤인 6월 10일에는 서부지검의 부장검사들을 여의도 한 호텔로 불러 식사를 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서울 서부지검은 스폰서 김 씨를 불러 조사를 했고, 고양지청으로 사건을 이송해달라는 스폰서 김 씨 측의 요청을 거절했다.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다. 김형준 부장검사가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이 시점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6월 21일, 김형준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 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부지검 박정의 검사를 찾아가 면담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대검 특별감찰팀이 작성한 박정의 검사의 진술 조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김형준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 씨 사건을 수사하던 서부지검 박정의 검사에게 찾아가 “스폰서 김 씨의 사기 횡령 사건을 원칙대로 처리하라”고 부탁했다. 스폰서 김 씨의 사건 해결 보다는 자신의 비위 사실 유포를 막는데 더 주력한 것이다

결국 이 시점부터 김형준 부장검사는 ‘친구’ 스폰서 김 씨의 구명보다는 자신이 비위사실이 폭로되는 것을 막는데 더 큰 관심을 보이게 된다. 김형준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 씨의 계속되는 문자 메시지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스폰서 김 씨는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사실을 검찰에서 진술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다 진술한 것은 9월 5일 스폰서 김 씨가 구속된 이후지만, 이때부터 한 두 가지씩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 사실을 흘리기 시작한다. 당시 검찰의 수사 상황이 어떻게 유출됐는지 밝혀지지는 못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김형준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스폰서 김 씨의 폭로에도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서울 서부지검이 대검에 김형준 검사의 비위 사실을 최초 보고한 게 2016년 5월 18일인데, 8월 말이 다 되어가도록 대검의 움직임은 없었다. 그리고 스폰서 김 씨는 마침내 언론 제보를 결심하게 된다.

 

긴박했던 1박 2일...현직검사가 끼어들다

2016년 8월 26일, 서울 서부지검은 마침내 스폰서 김 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8월 29일에 영장이 발부됐다. 8월 30일 스폰서 김 씨의 구속전 신문 기일이 잡혀있었지만 한차례 연기됐다.

그리고 9월 1일, 한 차례 연기한 구속전 신문 기일에도 스폰서 김 씨는 출석하지 않았다. 스폰서 김 씨는 강원도 원주의 한 오토캠핑장에 도피중이었다. 스폰서 김 씨는 검찰의 휴대전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명 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 김 씨는 차명 전화에 설치된 카카오톡으로, 자신의 변호사 가운데 한 명인 신현식 변호사와만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대검 특별 감찰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날 저녁, 서초동의 한 전관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책회의가 열렸다. 당시 회의에는 김형준 부장검사와 검사장 출신 강경필 변호사, 역시 검사 출신인 박수종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스폰서 김 씨가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를 한겨레 신문에 제보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날 대책 회의에서는 도피 중인 스폰서 김 씨의 언론 제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이들의 회의가 끝날 무렵, 스폰서 김 씨의 변호인인 신현식 변호사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당시 서울 중앙지검의 첨단범죄수사 1부장이었던 현직 검사 손영배였다.

손영배 검사는 김형준 측의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박수종 변호사와 연대 동문이고, 스폰서 김 씨의 변호인이었던 신현식 변호사와는 사법 연수원 동기이자 연대 동문이었다. 손영배 검사가 신현식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은 사법 연수원 졸업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었다.

신현식 변호사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전화를 걸어 온 손영배 검사가 뜻밖에 김형준 부장검사와 스폰서 김 씨 사건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손영배 검사가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가 언론에 나올 위기인데, 스폰서 김 씨를 무마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는 게 신현식 변호사의 증언이다.

"김형준이가 뇌물 사건으로 몰리고 있는데, 김00(스폰서 김 씨)가 거기에 대해서 언론에 제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김00를 어떻게 좀 통제할 수 없냐, 그런 식이었던 것 같아요" (스폰서 김 씨의 변호인이었던 신현식 변호사 인터뷰 중)

신 변호사는 손영배 검사의 부탁을 거절한 뒤 전화를 끊었지만 다음 날인 9월 2일 아침 김형준 검사가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손영배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과거 의뢰인인 스폰서 김 씨에게 ‘김형준 부장검사 접대에 들어간 돈만 돌려받는다면 굳이 언론 제보를 해서 한 사람 인생을 망가뜨릴 이유가 있느냐’라는 취지의 얘기를 하자 김 씨도 어느 정도 수긍을 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신 변호사는 과거의 대화 내용을 손영배 검사에게 전했다고 한다.

"둘 사이에 금전적 보상만 이루어진다면 사회적으로 한 사람, 잘 나가는 검사 하나가 매장당할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나는 생각을 했었죠" (그 얘기를 손영배 검사한테?)

그 얘기를 손영배한테 (했습니다.)" [스폰서 김 씨의 변호인이었던 신현식 변호사 인터뷰 중]

손영배 검사와 전화를 끊고 나자 곧 김형준 검사 측의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박수종 변호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박수종 변호사는 곧바로 신현식 변호사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박수종 변호사는 김형준을 구명해달라, 즉 김형준의 비위가 언론에 나지 않도록 스폰서 김 씨를 설득해 달라고 사정했고, 신 변호사는 카카오톡을 통해 스폰서 김 씨에게 김형준 검사와 박수종 변호사의 의사를 전달해주었다.

그 뒤 박수종 변호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 2천만 원을 보냈다. 언론에 제보했던 내용을 취소하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2주 동안 언론에 기사가 나지 않으면 5천 5백만 원을 더 보내주기로 했다. 돈을 보낸 뒤 박수종 변호사와 스폰서 김 씨가 카카오톡으로 대화한 내용이다.

긴박했던 1박 2일은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그러나 이들의 ‘거래’는 성공하지 못했다. 사흘 뒤인 9월 5일 한겨레 신문은 1면에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사실을 보도하고, 바로 그날 스폰서 김 씨는 체포가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얘기는 다음 기사에서 자세히 보도할 예정이다.

 

‘검사 비리 보도 막아라’ 뒷거래...다른 현직 검사 등판

도피 중이던 스폰서 김 씨가 한겨레 신문에 제보를 하고, 이 제보가 기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김형준 부장검사 측이 긴급하게 움직이던 긴박했던 1박 2일 동안, 가장 중요한 장면은 손영배 검사가 신현식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 전화 한 통이 모든 뒷거래의 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현직검사로서 이러한 뒷거래에 개입한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 현재 서울 고등검찰청에 재직 중인 손영배 검사를 접촉했다. 손영배 검사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신현식 변호사의 전화 번호를 알려달라는 박수종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전화 번호를 알려줘도 되는지 묻기 위해 신현식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을 뿐 김형준 검사의 구명을 시도하거나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신현식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 당시에는 사건 내용에 대해 전혀 몰랐고 언론 보도 이후에야 사건 내용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구명을 하려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김형준 부장검사나 박수종 변호사가 사건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형준 검사나 박수종 변호사와는 ‘평소 연락을 주고 받지 않는 사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통화기록이 말하는 진실

뉴스타파가 확보한 통화 기록에 따르면 긴박했던 1박 2일, 즉 2016년 9월 1일부터 9월 2일 사이 손영배 검사는 김형준 검사와 18차례, 박수종 변호사와는 19차례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뉴스타파가 이같은 통화 기록을 제시하자 손영배 검사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스폰서 김 씨 사건 말고 다른 얘기를 했을 것”이라며 언론 보도 전에 사건 내용을 몰랐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런데 손영배 검사는 단지 그 1박 2일 뿐아니라 그 전에도 김형준 검사나 박수종 변호사와 매우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통화 기록에 따르면 손영배 검사는 2016년 1월부터 7월 사이 김형준 검사와 4차례 통화하고 18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박수종 변호사와는 훨씬 더 자주 연락했다. 2015년 10월부터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이 불거진 2016년 9월까지 1년 동안 174번이나 통화했고, 22차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특히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이 시작된 2016년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 동안 130번의 통화와 18번의 문자 메시지 송수신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손영배 검사는 박수종 변호사와 그렇게 통화를 많이 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뉴스타파의 질문에 대해 “당시 통화할 일이 많았는지는 기억을 떠올려봐야 알겠다”면서도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눈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형준 박수종 두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그 당시 그들의 최대 현안이었던 스폰서 김 씨 사건에 대해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손영배 검사의 사건 개입이 과연 단 한 번에 그쳤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손영배 검사는 “뉴스타파가 확보한 통화기록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소지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유의하라”고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통화기록을 근거로 보도를 할 경우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도 했다.

 

현직 검사 사건 개입...검찰은 알면서 덮었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대검 특별감찰팀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박수종 변호사가 스폰서 김 씨에게 2천만 원을 보낸 경위에 대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검 특별감찰팀은 스폰서 김 씨의 변호인이었던 신현식 변호사를 소환 조사했다.

신 변호사는 6시간에 걸친 대검 조사에서 현직 검사가 전화를 걸어 김형준 검사의 구명을 시도한 사실을 모두 진술했으나 검찰은 그 현직 검사가 누구인지 묻지도 않았다. 이후 몇몇 언론에 일부 내용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손영배 검사에게 서면으로 소명서를 한 장 받았을 뿐이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손영배 검사의 통화기록 역시 검찰이 당시에 모두 갖고 있던 자료다. 신현식 변호사의 진술을 확보한 검찰이 통화기록을 면밀히 살폈더라면 이 사건에 대해 손영배 검사가 어떻게, 얼마나 개입했는지에 대해 유의미한 조사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현직 검사의 부적절한 사건 개입은 그렇게 은폐됐다.

 

취재 : 심인보, 김경래, 김새봄

촬영 : 정형민,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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