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환 칼럼] 세계의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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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칼럼] 세계의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다 -1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9.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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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도 벌써 저물어가고 있지만 세계에는 크고 작은 대립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대립 양상은 과거와는 다른 어떤 경향과 특징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세계에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들이다. 

 

1. 대격변의 주요 현상, 여러 현상들의 특징 -1

2. 대격변의 배경-반미자주국가를 중심으로 -2

3. 대격변의 배경-미국을 중심으로 -3

 

1. 대격변의 주요 현상

2차 세계대전 후 지금까지 세계는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특히 소련 해체와 냉전 종식 후 미국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초강대국을 자처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나라가 미국에 굴복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미국의 지배에 순응하지 않고 침략과 약탈에 저항하는 반미국가들은 있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 있는 반미국가들의 미국과의 대립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반미국가인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의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1) 북한

현존하는 나라 중 미국과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하면서부터 북한을 대외정책에서 최우선 순위로 지목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전 민주당 정부인 오바마 정부와 달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2017년 1월 9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처음부터 북핵이 최우선순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2017년 3월 4일 「트럼프가 물려받은 유산」이란 기사를 통해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한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런 위협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끈질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강경책을 사용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북한이) 직면하게 될 것”(8월 8일),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킬 것”(9월 19일)이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항공모함을 투입하고 전략핵폭격기를 동원하는 등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북한은 괌 포위사격, 태평양 상 역대급 핵실험 등을 언급하며 미국을 위협했고 마침내 2017년 11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북미 대결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2017년 12월 28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내용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무역 분야에서 우리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지만 나는 중국에 대해 관대했다.

내게 무역보다 더 중요한 유일한 것은 전쟁이기 때문”이라며 중국과의 무역전쟁보다 북한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나를 돕는다면 무역 문제를 약간 다르게 봐줄 수 있다”고 하여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함을 공개했다.

아무튼 미국 본토에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올 위기가 닥치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2019년 2월 27~28일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6월 30일 판문점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다. 계속된 정상회담은 미국이 핵을 가진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는 성격을 갖는다. 즉,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셈이다.

▲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자주시보

하지만 정상회담을 했어도 북미 사이에 대립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고 있으며, 북핵폐기를 요구하며 협상에도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있다.

이에 북한은 미국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지 않으면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대미 압박 수위를 거듭 높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압박을 두고 군사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약속 위반은 아니다’, ‘대화를 원한다’며 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대결은 지속되지만 미국이 수세에 몰려 후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2) 중국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시기부터 중국을 미국 경제의 걸림돌로 규정하고 무역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중국과의 문제는 뒤로 밀리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과 동시에 북중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중국이 북한편이라는 게 확인되자 미국은 곧바로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대폭 추가하면서 시작된 무역전쟁은 몇 차례 미중정상회담과 각종 회담을 통해 타협과 휴전을 반복했으나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대결 수위가 높아가고 있다. 지난 8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적’이라고 표현하며 ‘우리는 중국이 필요 없다’고 극단적 발언까지 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맹공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승리를 낙관하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는 불만이 미국 내에서 터져 나오는 형편이다. 뉴욕타임스는 8월 6일 보도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없는 무역 전쟁」에서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명확한 전략이나 뚜렷한 목표가 없고, 끝도 보이지 않는 무역전쟁을 해왔다며 비판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도 8월 23일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때문에 좌절했을 수는 있지만 미국 기업이 14억 소비자 시장을 무시하는 건 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응도 과거와 다르다. 과거 중국은 ‘도광양회(韬光养晦)’,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방침에 따라 미국의 공격에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주동작위(主動作爲)’, 즉 스스로 주인이 되어 움직여 일을 도모한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세계에 자기 몫을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코노믹리뷰는 8월 26일자 보도 「미중 무역전쟁 격화…애플 ‘새 국면’」에서 “현재 미중 무역전쟁은 난타전이다. 미국이 공격하면 중국이 즉각 대응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에 결코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8월 24일 논평에서 “국가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지킨다는 중국의 의지는 꺾을 수 없다”면서 “미국이 기어이 제로섬 게임을 택하면 중국은 끝까지 싸울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사설에서 마오쩌둥의 시 구절을 따와 “중국이 이처럼 반격할 것이라고 미국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 “미국이 전력을 다해 압박을 가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상상 못 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무역전쟁뿐 아니라 군사적 대결도 치열하다. 미국과 중국이 장기간 대치중인 남중국해 분쟁은 미중 양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들과 대만까지 합세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최근까지도 군대를 동원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면서 대결 양상에 변화가 생겼다. 애초에 TPP는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한 아시아 중시정책의 대표적 사업이었다. 미국이 TPP에서 빠지면서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반대급부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 미국학연구센터(USSC)는 지난 8월 19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미군이 “위축되어가는 세력”이며 “전략 측면에서 파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첨단 군사체계에 대규모 투자를 한 덕분에 지역의 질서에 힘으로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더 많이 갖춰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태평양에서 더는 중국에 대해 군사적 우위를 누리고 있지 못하며, 중국으로부터 동맹을 보호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대결이 격화되고 있지만 대세는 미국의 패배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3) 러시아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가 터지자 트럼프 행정부와 러시아는 각별한 관계, 아니면 적어도 우호적 관계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욱 격화되고 있다.

먼저 군사적 대립을 보자.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 시리아에서 간접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시리아 반군을,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양국은 시리아 문제를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2018년 4월 화학무기 논란으로 두 나라가 충돌했다. 시리아 내전 와중에 화학무기가 사용되었는데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고 러시아는 증거가 없다고 반발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1일 “시리아에 미사일이 날아갈 것이다. 러시아는 준비하라”고 위협했다.

실제로 미국은 14일 새벽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등에 10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시리아는 러시아제 요격미사일로 미군 미사일의 70% 이상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미군의 공습이 전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실제로 이후 시리아 내전은 정부군의 승리로 마무리 되는 분위기이며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철군을 논의하고 있다.

2018년 10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지키지 않는다면서 조약 탈퇴를 시사해 새로운 군사 대결을 시작했다. 올해 2월 2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끝내 INF 이행 중단을 선언, 이에 맞서 같은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행 중단을 선언해 6개월 후인 8월 2일을 기해 INF는 공식 소멸했다.

INF는 1970년대 유럽에서 미국(나토)과 소련 사이에 불붙은 핵미사일 경쟁의 결과 탄생한 조약이다. 1987년 체결된 이 조약은 사거리 500~5500km 지상발사형 미사일을 폐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조약의 기한은 1991년 6월 1일까지였지만 이후에도 양국은 여전히 조약을 준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공식 폐기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이 핵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아시아 나라는 미군이 주둔 중인 한국과 일본뿐이다. 미국은 INF 폐기를 통해 동북아시아에서 러시아, 중국과 군비 경쟁을 하려는 것이다. 전 세계는 미·중·러 세 나라의 무한 군비 경쟁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 경쟁은 일단 러시아에게 유리해 보인다. 미국은 2008년 금융공황 여파로 장기간 신무기 개발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8년 2월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지난 8년 동안 F-35 전투기 단 한 종류를 개발하는 동안 러시아, 중국, 북한 등 경쟁국 및 적국은 34종의 새로운 핵 운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차세대 슈퍼무기를 연거푸 선보이고 있다. 특히 2018년 3월 1일 푸틴 대통령은 연례 국정연설에서 핵추진 순항미사일, 신형 미사일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 킨잘, 차세대 ICBM 사르맛, 핵추진 대륙간 수중드론 카년, 레이저포 등을 공개했는데 이 중 일부는 이미 실전배치를 하였다고 한다.

▲아방가르드 미사일 개념도

군사적 대결과 더불어 경제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러시아 제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2013년 4월 시작되었다. 그러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제재를 완화 혹은 폐기하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그해 8월 ‘통합제재법(CAATSA)’을 제정해 제재를 강화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가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일단 러시아 경제는 국제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기에 제재 효과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제재를 역이용해 자국 산업 발전 기회로 삼으면서 중국 등 비서방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제재 속에서도 마이너스 성장을 플러스 성장으로 되돌려놓았다.

또한 유럽연합측이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제재에 맞서 러시아도 유럽에 대해 경제제재를 하고 있어 유럽의 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내에서는 대러시아 제재를 6개월마다 연장하고 있지만 매번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2014년 제재 이후 줄어들었던 러시아와 유럽연합 사이의 무역 규모가 2017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는 대결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4) 이란

중동의 전통적 반미국가인 이란과 미국은 오랜 기간 대립해왔으며 특히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이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면서 극단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이란 핵문제도 북한 핵문제만큼이나 오랜 기간 복잡한 경로를 거쳐왔다. 그러다가 2015년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유럽연합과 이란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이하 ‘핵협정’)을 합의하면서 일단락되었다. 이 합의는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동결, 감축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푸는 내용이다.

그런데 2018년 5월 8일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이란이 협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유럽연합은 근거가 없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은 이에 아랑곳 않고 곧바로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였다.

특히 11월 5일 2차 이란 제재를 단행하면서 이란 기업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도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에 유럽연합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됐다. 2019년 들어서는 정규군대인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해 갈등을 키웠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 핵협정 일부를 단계적으로 중단했고 미국은 이란 공습 준비에 들어갔다. 5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이란이 싸우길 바란다면, 그것은 이란의 공식적 종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24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폭격을 당하더라도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월 들어서는 이란 근해에서 유조선이 공격당하는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이란이 미국 무인정찰기를 격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은 보복공격을 하려고 하였으나 전면전을 우려해 포기하였고 대신 하메네이 라흐바르(이란의 최고 지도자)를 제재하였다. 7월 18일에는 미국이 이란 무인정찰기를 격추했고 전쟁 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란 최고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미국은 항공모함과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B-52 폭격기 편대 등을 투입해 이란을 위협하는 한편 경제제재를 통해 이란을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전쟁 불사를 선언하며 미국의 위협에 맞서고 있다.

나아가 핵개발을 할 수도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을 쉽사리 공격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이란은 이라크나 시리아보다 훨씬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으며 러시아와 관계도 긴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동맹체인 ‘호르무즈 호위 연합’을 만들고 있다. 혼자서는 상대하기 어려우니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만 참여한 상태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일본, 독일 등은 참가를 거절하였다. 결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7월 29일 미국의 한 강연에서 “(호르무즈 호위 연합 구성이) 기대했던 것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맞고 있지만 미국이 쉽사리 공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강력한 반미국가로 최근까지 미국과 전쟁 직전까지 가는 치열한 대결을 했다.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부국이지만 미국식 신자유주의로 인해 빈부격차가 극에 달했던 나라였다. 그러다 1999년 집권한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 자본의 약탈 배격, 석유 국유화, 사회주의와 빈곤퇴치 정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베네수엘라에서 쫓겨난 미국 석유자본은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을 줄이고, 베네수엘라 내 친미세력을 지원해 쿠데타와 폭동을 사주했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미국의 의도는 쉽사리 먹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3년 차베스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설상가상으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석유수출로 유지되던 베네수엘라 경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공략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경제압박을 시작한다. 특히 2017년 9월 마두로 대통령이 석유 가격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표시하자 미국은 달러를 지키기 위해 초강력 경제제재를 시행한다.

베네수엘라는 경제 위기 속에서 2018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대선 때 얻은 득표율 50.6%보다 17.2% 포인트나 오른 67.8%를 득표해 재선에 성공하지만 야당들은 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정권 퇴진 운동에 돌입했다.

여기에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대통령 권한을 인수한다고 선언하면서 혼란이 가중되었다. 과이도는 2002년 차베스 정권을 전복하려는 쿠데타가 일어났을 당시 시위를 주도한 인물로 이후 미국에 건너가 교육을 받았다. 그는 2007년에도 베네수엘라에서 폭력 시위를 주도해 미국의 내정간섭을 유도했다.

과이도가 누군지 아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20%도 되지 않을 정도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2천만 달러 이상을 지원하겠다고도 하였다.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은 ‘5000명 병력 콜롬비아 파병’이라 적힌 노트를 일부러 사진에 찍혀 언론에 유포했다. 베네수엘라에 군대를 투입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다른 친미국가들도 과이도 정부를 인정했다. 마두로 정부는 사태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규정하고 미국과 단교를 선언, 전면 대결에 나섰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9년 1월 28일 '5,000병력 콜롬비아로'라고 쓴 자필글씨를 노출시켰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4월 30일 과이도 의장은 수십 명의 군인을 앞세워 군사봉기를 시도했다. 이에 호응해 미국도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다며 마두로 정부를 위협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군부는 마두로 정부를 확고히 지지하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4,500명의 병력을 사열하며 군부 장악력을 과시했다. 과이도 의장은 제헌의회로부터 면책특권을 박탈당했고 함께 했던 수십 명의 군인들은 브라질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트럼프 정부는 과이도 의장에게 실망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월 19일 “수개월째 지지부진한 상황에 트럼프가 인내도 흥미도 잃었다”며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뗄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최근까지도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조치는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전쟁 직전까지 가면서 쿠데타를 사주하는 등 심각한 대치를 하고 있다.

 

2. 여러 현상들의 특징

이와 같이 대격변의 여러 현상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미국과 반미국가 사이의 대립과 대결은 과거에도 있지 않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나타난 이런 현상들에는 과거와는 다른 중요한 특징이 있다. 이를 세 가지로 살펴보고자 한다.

 

(1) 국가 명운을 건 극한 격돌을 동시에

지금의 격돌 양상은 과거와 달리 국가의 명운을 건 전면적인 대결이 세계 주요 지역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지금 미국과 대결하고 있는 나라를 보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세계적인 반미강국으로 북한, 중국, 러시아가 있고 지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 반미강국으로 이란, 베네수엘라가 있다. 이들 나라는 세계적 차원에서 반미국가를 대표하는 총역량이라 할 만하다. 이들과 미국은 지금 국가의 명운을 걸고 대결하고 있다.

먼저 북한을 보자. 북미 대결은 양국의 명운을 건 가장 치열한 대결이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 붕괴를 목표로 핵위협부터 경제봉쇄, 외교적 압박을 지속하고 있으며 북한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야욕을 분쇄하기 위해 핵무장을 하고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다.

만약 북미 양국이 대화와 협상에 실패하고 최후의 대결로 넘어간다면 핵미사일이 날아다니고 동맹국과 주변국까지 개입하는 세계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미 대결의 패자는 단순히 국익을 손상하거나 2류, 3류 국가로 전락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붕괴, 나아가 지도 상에서 사라지는 처참한 상황까지도 갈 수 있다.

미중 대결은 현재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세계적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중국 사이에 벌어지는 피할 수 없는 대결이다. 미국은 확대일로를 걷는 중국을 방치하면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다는 조급함 속에서 중국 봉쇄에 매달리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의 봉쇄를 뚫지 못하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음은 물론 국가 분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홍콩 시위대에 등장한 성조기부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미국은 중국을 분열시켜 내부부터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세계는 두 나라를 G2라 부르며 향후 누가 승자가 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물론 패자의 운명은 냉전에서 패한 소련처럼 비참한 3류 국가로 전락하는 것이 될 것이다.

냉전 시기 세계를 양분했던 미국과 러시아 역시 국가 명운을 걸고 신냉전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에 의해 소련이 해체되는 비극을 겪었던 러시아는 ‘강한 러시아’ 부활에 매진하고 있고 미국은 러시아의 부활을 막기 위해 군사, 경제, 외교 등 전방위적 압박을 하고 있다. 탄도탄 요격유도탄 조약(ABM) 파기에 이어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까지, 미국과 러시아는 핵전쟁 위협이 난무하던 냉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또한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침략이 러시아에게 견제당하고 있다. 냉전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유럽과 중동 지역의 여러 나라들은 이미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눈치외교, 줄타기외교를 하고 있다. 만약 러시아의 ‘복수’가 성공한다면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고립되며 소련이 당했던 수모를 고스란히 당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이 승리한다면 러시아는 강한 러시아 부활에 실패하고 3류 국가로 다시 떨어질 것이다.

이란,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대결은 미국이 두 나라를 붕괴시키느냐, 아니면 두 나라가 미국의 공격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체제와 국익을 지켜내느냐의 치열한 대결이다. 물론 두 나라가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한다거나 미국을 붕괴시킬 정도의 국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이 패한다면 미국의 패권 붕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란, 베네수엘라에서 꼬리를 내리고 발을 빼면 중동, 남미에서 친미국가들이 급속히 반미국가들과 손을 잡고 돌아설 수 있다. 이미 이란, 베네수엘라 문제는 그 나라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고, 중동과 남미라는 지역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반미국가들이 이들 나라를 적극 지원하면서 국제적인 반미-친미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

이처럼 지금 반미국가와 미국의 대결은 하나하나가 국가의 명운을 건 치열한 대결이며, 대결의 결과가 두 나라뿐 아니라 국제 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대결이다.

또, 이런 치열한 대결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진행된다는 점도 전에 없던 특징이다. 과거 미국이 북한과 격돌할 때는 다른 반미국가들과 대립을 하면서도 극한 대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경쟁하며 협력도 하는 관계였다. 한다면 약소국들을 침공하는 정도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은 중국과 격돌할 때 소련과 협력하고, 소련과 격돌할 때는 중국과 협력하기도 했다. 베트남 전쟁을 할 때는 중국과 협력하고, 중국을 봉쇄할 때는 베트남과 손을 잡기도 했다.

미 국방부는 1991년 윈윈전략을 발표, 두 지역에서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 전쟁을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군사교리를 채택했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할 수 없고 최대 두 개의 전쟁까지는 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여기서 두 지역은 물론 동북아와 중동이다.

윈윈전략은 21세기 들어 윈홀드윈 전략이나 윈플러스 전략으로 후퇴한다. 윈홀드윈 전략이란 A 지역에서만 전쟁을 하면서 B 지역은 전쟁을 피하고 있다가 A 지역 전쟁이 끝나면 병력을 B 지역에 집중해 전쟁을 개시한다는 전략이다. 윈플러스 전략이란 한 지역에서 전쟁을 하면 나머지 지역은 전쟁을 피하며 소규모 분쟁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즉, 냉전 해체 직후에도 미국은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에 격돌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 반미국가들, 그것도 세계적인 반미강국, 지역 반미강국들과 동시에 격돌하고 있다. 이는 전에 없는 독특한 양상이다.

 

(2) 반미국가의 상승세와 미국의 하락세가 뚜렷

두 번째 특징으로 대결 양상에서 반미국가가 상승세에 있는 반면 미국은 하락세에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북미 대결을 보자. 북미 대결에서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북한의 우세가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세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핵보유국 위상을 인정하게 만들었으며,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마다 ‘새로운 길’을 언급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정상 간 관계는 좋다’, ‘만나고 싶다’면서 혹시라도 북한이 ‘새로운 길’로 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에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비핵화 협상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재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실험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이란 모든 기대를 갖고 있다”며 제대로 된 경고를 못 하고 있다. 백악관 NSC는 아예 논평을 거절했다.

사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수세적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이 ‘핵실험 하지 말라’, ‘미사일 발사 하지 말라’ 같은 레드라인을 설정하기만 하면 북한은 훌쩍 넘어버렸고 그에 대해 미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수모를 당하곤 했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조차 ‘감당하지도 못할 레드라인, 차라리 설정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결과 21세기 들어서 미국은 레드라인을 분명히 하지 않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2017년 4월 17일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은 레드라인을 과거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그런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북한에 대해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중 대결도 미국이 밀리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차세대 통신망 시장을 놓고 선두주자인 중국의 화웨이를 제재하는 데 화력을 집중하였다. 자기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과 브라질, 칠레, 멕시코 등 남미권 나라들이 제재에 불참했고 심지어 미국 ‘승인’ 없이는 움직이지 않던 한국마저도 제재에 불참했다. 화웨이도 미국의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공세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불과 1년 전 미국의 제재에 무릎 꿇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일대일로를 반대하며 자기 동맹국들에게도 불참을 요구해왔다. 심지어 일대일로 참여국에 국제통화기금(IMF) 자금 지원을 차단하는 방안까지 모색하였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이 일대일로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두 나라는 일대일로에 복귀했고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 나라들도 일대일로에 참여하며 일대일로 참가국이 더욱 늘었다. 2017년 열린 제1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130개국이 참가했는데 2019년 열린 제2회 포럼에는 150개국이 참가해 미국의 압력이 무용지물임을 보여주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은 더욱 심각하다. 2014년 3월 16일 크림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와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단 5일 만에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였다. 미국은 이에 강력 반발하며 경제제재에 돌입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확보한 상태며 경제제재에 굴복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러시아 천연가스를 받을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건설을 강행해 경제제재에 파열구를 냈다. 올해 5월 21일 릭 페리 미 에너지장관은 노르트스트림2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독일과 러시아는 아랑곳않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군사적 대결도 러시아가 우세하다. 2016년 4월 13일 발트해 공해상에서 훈련 중인 도널드쿡 주변에 여러 대의 러시아군 수호이-24와 헬리콥터가 다가왔으며 일부는 9m까지 접근하며 훈련을 방해했다.

이에 대해 유럽 국방부문 싱크탱크 유럽리더십네트워크(ELN)의 이언 컨스 소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과 같은 사고가 너무 자주 벌어지고 있다”며 “위험천만하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의 항의에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다.

2016년 7월 2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가 미국이 사용하는 시리아 내 기지를 폭격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6월 16일 러시아가 폭격을 시작하자 미 중부사령부는 러시아군 사령부에 연락해 폭격 중지를 요청했으나 러시아군은 90분 후 다시 폭격을 개시했다고 한다.

또한 현장에서 미-러 사이에 합의한 비상 주파수를 사용해 러시아 폭격기에 연락해도 조종사가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미군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셈이다. 그런데 미국은 공격을 받은 후 러시아에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처럼 러시아는 미국을 무시하고 농락하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란과의 대결에서도 밀리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자국 영공을 침입한 미군 무인비행기(드론) RQ-4 글로벌호크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공해상에서 격추당했다고 반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경고했다.

세계는 미국이 어떻게 보복할지를 지켜봤다. 하지만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보복 공격을 하려다 실행 10분 전에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두르지 않는다”, “더 많은 제재가 어젯밤 추가됐다”면서 군사적 보복을 주저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런데 7월 7일 골람레자 잘릴리 이란 민방위대 총사령관이 “이란 영공을 침입한 미군 무인정찰기가 격추되자 미국이 ‘제한 공습’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외교 중개자를 통해 우리에게 밝혀왔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잘릴리 총사령관은 “미국은 체면을 살리기 위해 이란의 황무지 지역을 제한적으로 폭격하고 싶다고 했다”며 “그러면서 우리에게 반격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밝히고 이란이 요구를 거부해 미국이 공습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미국을 극도로 모욕하고 조롱하는 발언이었지만 미국은 여기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응을 못했다.

그러다가 7월 18일 미국 강습상륙함 복서가 이란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하면서 반격을 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러자 이란은 “미국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하고 그 증거로 자국 드론이 복서함을 촬영한 사진까지 공개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미국이 실수로 자국 드론을 격추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조롱했다. 그러자 미국은 드론 격추가 확실하다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우리가 보복한 게 맞다’며 진실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이미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압박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6월 25일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해 쓸모없는 행동이라며 “백악관이 정신적으로 모자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게 “멍청해 보인다”고 말한 것을 연상시킨다.

베네수엘라 역시 미국의 쿠데타와 전쟁 시도를 확고히 막아내 미국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반미국가와 미국의 대결에서 대체로 반미국가의 상승세와 미국의 하락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3) 반미국가 연대 강화, 미국과 동맹국 갈등 심화

세 번째 특징으로 반미국가 사이의 연대는 갈수록 강해지는 반면,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갈등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을 꼽을 수 있다. 일단 반미국가 사이에 연대와 협력이 전례 없이 매우 깊이 있게 진행되고 있다.

북중 관계는 김정은 위원장의 네 차례 중국 방문과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으로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북한 방문을 앞둔 6월 19일, 이례적으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실어 북한의 노선과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월 1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북한의 입장을 지지했다. 또 9월 3일 평양에서 열린 북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리용호 외무상은 홍콩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했다.

북러 관계 역시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관계를 더욱 강화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보장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의 보장 매커니즘은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의 입장을 대변했다.

러시아는 이전부터 북한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2017년 12월 14일 푸틴 대통령은 연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도발로 북한은 핵무기 개발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 지역에서 미국이 펼치는 호전적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7월 3일에는 러시아 국방차관이 북한을 방문해 양국 군사협력을 증진하기로 하였다.

중러 관계도 최근 동맹 수준으로 관계가 긴밀해졌다. 중국은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무시하고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 6월 베이징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500억 달러 규모의 58개 협약을 체결했다.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즈프롬은 중국에 30년 간 4000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를 공급한다. 또 2005년부터 매년 평화사명(peace mission)이라는 대규모 육해공 연합훈련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러시아의 앞선 군사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는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북중러 세 나라는 국제무대에서 서로의 정책과 노선을 지지해주면서 군사, 경제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지역 반미국가의 맹주인 이란도 반미국가들과 연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과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에 있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 지난 8월 이란을 방문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해 주목을 받았다.

한편 미국은 북한이 이란의 핵, 미사일 개발에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이란과 군사방위협정을 체결했으며 올해 4월에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를 반대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2015년 이란과 군사동맹을 맺고 시리아에서 공동 행동을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역시 반미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 미국이 인정하지 않는 마두로 정부를 합법정부로 인정한 나라는 북한, 러시아, 중국, 이란, 쿠바, 시리아, 볼리비아, 니카라과, 아프리카연합 등이다. 이들 나라는 유엔 내에서 독자적인 모임을 갖고 공동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2018년 11월 27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마두로 대통령을 만나 힘을 실어주었다. 러시아는 미국의 전쟁 위협에 맞서 100명 규모의 군사 자문단을 파견했다. 중국은 의약품과 의료장비를 지원했고 화웨이는 4G 통신망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반미국가들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 서로의 힘을 모으고 있다. 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친미 진영은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이는 주로 미국의 막무가내 행동에 대한 동맹국의 반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2018년 5월 미국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가하자 협정 체결 당사국들이 제재를 피할 뒷구멍을 만들었다. 9월 24일 유엔총회 자리에서 만난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 이란과 무역 거래를 지속하기 위해 특수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그러자 미국이 강하게 비판했고 유럽 나라들 역시 미국의 태도에 반발했다. 이런 흐름은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제안한 호르무즈 연합에 독일, 일본 등 핵심 동맥국들이 불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9년 6월 1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았다. 그 중 한 척은 일본 유조선이었으며 공교롭게도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하는 기간에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이란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이란에 대한 공세를 폈다.

그런데 정작 피해국인 일본은 미국의 주장에 의문을 표하며 증거 제시를 요구했다. 일본은 아베 총리의 이란 방문 기간에 이란이 일본 유조선을 공격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일본과 이란 관계를 방해하려는 음모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엉뚱하게도 미국과 일본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한미일 갈등도 눈에 띈다. 일본의 군국주의 재무장과 한일 군사결탁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사안을 동시에 추구하는 미국의 구상은 끝내 한일 사이의 치열한 대결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방적으로 일본편을 드는 미국 때문에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종료했으며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이 주한미대사를 초치해 미국 내 불만의 목소리를 자제하라고 요구하는 초유의 상황까지 나타났다.

전통적인 친미국가였던 터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1952년 나토에 가입한 터키는 미국의 충실한 동맹이자 중동 전진기지 역할에 충실해왔다. 그러나 2016년 쿠데타 미수 사건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배후로 미국을 지목하며 급격히 탈미-친러 성향으로 전환했다.

2017년 터키는 러시아 미사일 S-400 도입을 추진하면서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2018년에는 미국인 목사 구금 사건으로 미국-터키 관계가 최악에 빠진다. 미국이 터키 장관 2명을 제재하고 터키가 미국을 제재하면서 도저히 동맹 관계라고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 전자제품을 보이콧하겠다”, “미국에 달러가 있다면 우리에겐 신이 있다”고 맞서는 등 양국 관계는 최악에 치닫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울 수준으로 점차 빠져들고 있다. 이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미국에게 불리한 국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과 반미국가 사이의 대결 양상에서 나타난 세 가지 특징을 살펴봤다. 대결의 격렬함이나 동시다발성, 미국에 대한 반미국가의 우세, 반미국가의 단결, 미국과 동맹국 사이의 분열, 이런 특징을 종합해보면 지금 시기는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질서가 무너지며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는 대격변기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고 동맹국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반미국가들을 중심으로 국제질서는 재편될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런 대격변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 좀 더 깊이 분석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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