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칼럼] 연환계(連環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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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칼럼] 연환계(連環計)
  • 이정랑의 고전탐구
  • 승인 2019.07.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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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사슬로 묶는 계책

일반적으로 말해 ‘연환계’는 적에게 부담을 털어버리게 하거나 고의로 부담을 주어서 행동의 자유를 잃게 하는 것이다. 이 계략을 운용할 때는 적을 지치게 하는 계략과 적을 공격하는 계략을 함께 사용한다.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연환계’의 용법은 매우 많지만, 그 목적은 전쟁의 승부를 결정하는 여러 요소들 중에서 적의 관건이 되는 약점을 파악한 다음, 모략을 써서 적의 행동을 부자유스럽게 하고 좋은 전기를 창조해내는 데 있다. ‘연환계’는 두 가지 이상의 계략을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계략의 주된 내용은 서로 연결되어 있게 마련이다.

‘삼국지연의’를 보면,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유비의 모사 방통(龐統)이 거짓으로 조조 진영에 항복한 후 조조를 종용하여 함대를 쇠사슬로 연결시키게 하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물에 익숙하지 못한 위나라 군사를 돕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배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주유(周瑜)의 ‘화공(火攻)’ 작전을 위한 훌륭한 조건을 창조해낸다. 이것은 아주 전형적인 ‘연환계’다.

189년 한나라 영제(靈帝)가 병으로 죽자, 이 틈을 타고 동탁(董卓)이 조정에서 난리를 일으켰다. 사도(司徒) 벼슬에 있던 왕윤(王允)은 동탁을 제거하려고 했다. 동탁에게는 양아들 여포(呂布)가 있었는데, 동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을 필요가 있었다. 왕윤은 관찰과 정보를 통해 이 두 사람이 호색가들임을 알아냈다.

A채널 - 천일야사 (연환계)

그런데 마침 왕윤의 집에 초선(貂蟬)이라는 미모가 출중한 시녀가 있었다. 왕윤은 초선을 자기 딸이라 속이고 그녀를 여포에게 주기로 해놓고는 먼저 동탁에게 보냈다. 하루는 여포가 동탁의 집을 방문했다가 초선이 그곳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 초선이 손짓 몸짓으로 자신의 마음을 여포 당신에게 있다고 표시했다.

일이 공교롭게 되려고 했는지 이 장면을 동탁에게 들키고 말았다. 동탁은 여포가 자신의 애첩을 희롱한다고 여겨 벼락같이 화를 내면서 들고 있던 창을 여포에게 던졌다. 여포는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쳐 나왔다. 그러다 길에서 왕윤과 마주쳤는데, 왕윤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여포를 자극했다.

왕윤은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 동탁의 살해 계획을 여포에게 털어놓고 그의 협조를 약속받았다. 마침내 왕윤은 여포의 손을 빌어 동탁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왕윤은 초선을 이용해 동탁과 여포를 동시에 속였는데, 이는 형식상 미인계였지만 실제로는 전형적인 ‘연환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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