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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칼럼] 미국의 승인에 목매는 정부, 이것은 숙명인가②친미의존경제를 대체할 대안은 있다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6.0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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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부가 미국 말 듣지 않으면 미국이 한국 경제를 완전히 파멸시킨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공포 때문이다. 지금 정부여당 내에서는 만약 한국이 미국의 ‘승인’을 거부하면 경제 보복을 할 것이다, 

IMF 사태보다 100배의 충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 경제를 파멸시킬 방법은 수도 없이 많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결코 한국 경제를 파멸시킬 수 없다.

먼저 한국 경제가 파괴되면 미국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 경제는 사실 미국 경제다. 만약 미국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준다면 그것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한국 재계 1위인 삼성을 보자. 2019년 5월 27일 삼성전자 보통주의 시가총액은 254조6112억 원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57.19%, 삼성전자 우선주의 시가총액은 28조1839억 원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92.41%로 이를 더하면 시가총액 282조7951억 원에 외국인 지분율은 60.7%에 이른다. 국내 우량기업들의 처지가 다 비슷하고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은행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이처럼 IMF 사태를 통해 국내에 미국 자본이 물밀 듯이 들어온 결과 한국 경제는 미국 경제가 되어버렸다. 한국 기업이 실적을 내면 그게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으로 되지 않고 미국의 이익이 되는 상황이다. 이러니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면 한국뿐 아니라 미국 자본도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한국 경제가 무너지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혼란에 빠질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의 상황은 90년대 IMF 사태 당시와 많이 다르다. 당시에 비해 지금은 국가 간 거래가 매우 활발하다.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도 여러 나라가 연관되어 있다. 이를 ‘세계적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이라고 한다.

가치사슬이란 기획, 연구개발, 디자인, 부품·소재 조달, 제조, 판매, 사후관리에 이르는 가치 창출 활동 전 과정을 말하는데 과거 한 나라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던 이 과정이 지금은 여러 국가에 걸쳐 이뤄진다. 예를 들어 아이폰의 경우 기획·디자인·판매·사후관리는 미국, 부품·소재 조달은 한국과 일본, 제조 기술은 대만, 조립은 중국에서 하는 식이다.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이제는 한 나라의 경제가 흔들리면 세계 경제의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010년 그리스에 경제위기가 터지자 전 세계는 그리스가 유럽연합 전체를 붕괴시킨다, 세계 경제를 폭파시킬 것이라며 비명을 질렀다. 결국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연합, IMF가 달라붙어 그리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 경제가 흔들리면 연쇄주가폭락 등 세계 경제 혼란으로 이어져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 자본의 이익이 축소될 수 있다. 특히 90년대에 비해 한국 경제 규모, 무역 규모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에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 체력이 매우 떨어진 상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아직까지 경제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제적 충격이 가해지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유하자면 과거에는 어느 한 나라에 불이 나도 다른 나라들이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했는데 지금은 일단 불이 나면 산불처럼 급격히 퍼지기 때문에 함부로 불을 지를 수 없으며 다 같이 달려들어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미국이 함부로 한국 경제를 무너뜨릴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한국 국민은 1997년 IMF 사태를 겪으며 미국이 결코 한국 경제의 수호자가 아니며 오히려 약탈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상황을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2018년)이 개봉 16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그런데 미국이 또다시 한국 경제를 공격한다면 민심은 당시와는 전혀 다른 길을 요구할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친중 경제다. 이미 오래전부터 국내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최대 무역 상대국이 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더욱 긴밀히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과 심각한 무역 전쟁을 하고 있기에 한국의 경제 혼란에 분명히 개입할 것이다. 한국 경제를 미국에서 이탈시켜 자국 경제권에 끌어당기면 무역 전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는 친중 노선을 선택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전면적인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을 통해 이미 남북경제협력의 효과를 확인했듯 전면적인 남북경제협력은 충분히 한국 경제의 활로가 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한국 정부가 남북경제협력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공격을 받아 파국으로 몰리는 속에서도 정부가 미국의 ‘승인’이나 기다리며 앉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이 친중연북으로 가는 것은 모두 미국이 극도로 경계하는 지점이다. 이게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함부로 한국에 경제 공격을 해오지는 못할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지금은 미국이 한국 경제를 함부로 공격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여당 내에서 미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심리전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2일 IMF 연례협의단이 한국 경제를 두고 “한국의 경제성장은 중·단기적 역풍을 맞고 있다”며 강한 어조의 경고를 한 것도 이런 심리전의 일환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미국의 눈치를 보는 정부라면 이런 심리전이 잘 먹힌다. 하지만 경제 위기를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배짱이 있다면 이런 심리전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다.

 

6. 한국 경제, 출로는 어디에 있나

정부여당이 미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하는 배경에는 현재 한국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있다는 처지도 작용한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미국이 경제 보복을 하면 끝장이라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진보, 보수를 떠나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미국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최악인 –0.3%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IMF 사태 이후 최저치인 –10%를 기록했다. 올해 4월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인 4.4%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5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 침체가 가파른 속도로 심화하고 있다”며 “정부가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5월 6일 매일경제는 경제학자의 55%가 한국 경제를 위기 직전으로, 29%는 위기 단계로 인식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위기의식은 최근에 나온 게 아니다. 지난해 7월 18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MBC 인터뷰에서 한국경제가 2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주장했다.

보수세력은 한국 경제가 위기에 몰린 이유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특히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확대에서 찾지만 이는 재벌의 편에서 정부를 공격하는 정치공세일 뿐이며 실제 주된 원인은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

홍춘욱 박사는 5월 26일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만약 불황이 온다고 하면 2008년처럼 외부충격에 의한 불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을 주목했다. 홍 박사는 “국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27%가량인데 그 중에서도 40~50%가 전자제품 부품”이라며 “화웨이에 대해서 미국이 제재를 가하는데 한국도 동참하라고” 요구한다면 경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용한 장하준 교수는 “심각한 건 우리 경제가 장기적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 먹거리인 자동차, 조선은 중국에 따라 잡혔고, 반도체 혼자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반도체 수출은 세계 1위인데, 반도체 만드는 기계는 다 일본이나 독일에서 90%를 수입한다. 그게 우리의 한계”라고 덧붙였다. 얼핏 들으면 내부 요인을 꼽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기술 의존, 수출 의존 등 대외의존경제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지난 3월 31일 매일경제는 「한국경제 대외의존도 4년 만에 최고… “세계경기 둔화 영향 클 듯”」 제목의 보도를 통해 지난해 한국 경제 대외의존도가 86.8%를 기록했다면서 “이와 같은 대외의존적인 경제구조는 외부 여건에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는 미중 무역갈등 지속, 세계 경제성장세 둔화로 수출입 증가를 낙관하기 어려워서 국내 경제 성장세에도 힘이 빠질 우려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볼 때 한국 경제의 위기는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출발한다. 한국 내부보다는 외부의 충격이 주된 요인인 것이다. 지금의 세계 자본주의 위기는 사실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이어진 것이다.

지금 미국 중산층은 몰락했고 경제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실업률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정작 노동참여율도 하락했다. 장기 실업자들이 구직을 포기하면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아 실업률이 줄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대선 후보 시절 미국 실업률 통계를 “현대 정치의 최대 사기 중 하나”라고 비난했을 정도다. 지난 2월 25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반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2021년까지 미국이 경기후퇴기(recession)에 진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속에서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 결과 18~29세 미국인의 51%가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해 충격을 주었다. 실제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즈 뉴욕 하원의원, 라시다 틀래입 미시건주 하원의원 등 자칭 사회주의 정치인의 인기도 오르고 있다.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심각한 위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2월 10일 세계 경제에 ‘4대 먹구름’이 끼고 있어 경제 폭풍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4대 먹구름은 무역전쟁, 금융 긴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 경기 둔화다.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도 2월 2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10년 전 금융 위기인 ‘리먼 쇼크’를 압도하는 사상 최악의 세계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했다. 로저스는 지난해 7월 2일에도 한국을 방문해 “지난 70~80년과 비교해 가장 나쁜 상황, 아니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세계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여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많은 이들이 동북아 경제를 이야기한다. 로저스 회장도 인터뷰에서 미래가 없는 일본 투자자산을 모두 팔아치웠으며 “앞으로 10년, 20년 간은 한반도에 뜨거운 시선이 쏠릴 것”이라고 하였다.

지난해 3월 19일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국제세미나에서 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직무대행도 “특히 세계 경제성장 둔화 추세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글로벌 경제 질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확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북방국가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동북아 경제협력을 주목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지난해 3월 30일 동북아 가스파이프라인·전력그리드 협력 포럼 개회사에서 “우리 동북아 국가들이 서로 협력하여 에너지를 지혜롭게 사용하는 길을 모색한다면 동북아의 경제번영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동북아 경제에 대한 기대는 꽤 오래 전부터 논의되었다. 미국의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연구소장은 “동아시아권은 경제적으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며 21세기에 가장 큰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라고 하였다.

(2003년 7월 21일 한국경제 보도) 또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2003년 12월 5일 베이징대 강연에서 “동북아 경제가 역동적 성장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늦어도 21세기 중반까지는 동북아 중심시대가 올 수 있을 것”이라며 “동북아 경제가 유럽지역은 물론 미국까지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북아 경제는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을 기본으로 하는 거대 경제권으로 여기에 몽골, 베트남, 인도 등의 나라들도 연계를 갖는 평화 공영 경제권이다.

중국은 세계 4위 면적에 인구 13억7천만 명으로 세계 1위, 명목 GDP 13조4572억 달러로 세계 2위, 외환보유고 3조 달러로 세계 1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은 압도적인 제조업 규모로 ‘세계의 공장’이란 별칭을 갖고 있으며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또 화웨이 5세대 통신장비 등 첨단기술력도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1위 면적에 인구 약 1억5천만 명으로 세계 9위, 명목 GDP 1조5765억 달러로 세계 12위, 외환보유고 4871억 달러로 세계 5위, 천연가스·석유 생산량 세계 1위, 석탄 매장량 세계 1위, 밀 수출 세계 1위, 사료 생산량 세계 4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한다. 또 중공업과 항공 우주 분야 과학기술이 강점이다.

인도는 세계 7위 면적에 인구 약 13억2천만 명으로 세계 2위, 명목 GDP 2조6900억 달러로 세계 7위, 외환보유고 4119억 달러로 세계 8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으며 경제성장률이 높고 과학기술 인재가 많으며 첨단 정보기술 산업이 발달해 있다.

이들 나라들이 경제협력을 한다면 생산량, 경제성장률, 소비시장 등을 산술합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막대한 지하자원과 첨단기술력, 기초과학실력 등 발전 가능성도 높고, 노동자의 근면성실성도 좋은 편이다.

또한 이들 나라들은 하나로 이어져 있으며 가깝기 때문에 철도, 도로, 배를 통한 물류 운송도 쉬운 편이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은 가질 수 없는 강점이다.

물론 아직 GDP 총합만 따진다면 미국, 유럽연합, 일본의 총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발전 가능성을 놓고 보면 동북아 경제의 미래가 더 밝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딱히 각광받는 경제권이 없는 조건에서 동북아 경제는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기관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 정부는 동북아 경제에서 출로를 찾아야 한다. 친미의존경제를 동북아 경제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은 몰락하는 명나라에 충성을 바치는 어리석은 짓을 중단하는 것과 같다. 주권과 자존심은 둘째 치고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실리적으로 따져 보더라도 이 길로 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북아 경제에 미국이 함께 하면 좋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점이다. 지금 북·중·러는 미국에게 공존·공영의 자세로 동북아 경제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데 미국은 그럴 생각이 없다. 자신의 패권욕, 탐욕 때문에 죽어도 독점을 보장받으려고 한다. 여기에 일본도 편승하고 있다. 그래서 동북아 경제에 미국, 일본은 동참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의 독점욕 관철 과정에 붙잡혀 꼼짝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미국을 견인해 공존·공영의 길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해서 북미 타협을 이끌어내려고 하는데 불가능한 얘기다. 한국은 미국 중심의 아시아태평양 경제에서 벗어나 빨리 동북아 경제로 가야 한다. 미국의 탐욕을 위한 패권 속에 편제되어있을 필요가 없다.

7. 친미경제와 평화경제는 각각 어느 정치세력에게 이익을 주는가?

정부여당이 친미의존경제에 매달린다고 해서 정치적인 이익이 올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친미의존경제가 지속되고 강화될수록 그 수혜는 친미의존경제의 주류인 자유한국당이 가져갈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친미의존경제의 주류가 되었나.

1945년 광복이 되었지만 이 땅에는 미군이 들어와 일제를 대신했다. 이들은 먼저 친일파를 재등용했다. 상층 관료였던 일본인들이 사라졌으니 이들은 모두 승진할 수 있었다. 친미파로 재빨리 변신해 미국 말만 잘 들으면 얼마든지 고위 관료가 될 수 있었다. 이들은 일장기 대신 성조기에 충성하며 승승장구했다. 한국에서 친일파에게 광복은 암흑이 아니라 광명이었다.

미군정은 일제의 자산을 적의 재산, 즉 적산으로 규정하고 친미 자본가에게 나누어주었다. 이를 ‘적산불하’라고 한다. 이승만 정부가 들어서자 적산불하 작업을 인계했는데 미국이 이승만 정부를 실질적으로 통제했기에 사실상 적산불하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의 뜻에 따라 진행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미국은 친미파로 변신한 친일 자본가 위주로 적산불하를 하였다.

적산불하를 받은 이들은 15년 동안 매수대금을 분할상환했는데 천문학적 인플레이션, 특히 한국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완전 헐값으로 기업을 사들일 수 있었다. 1947년에 비해 1954년 도매물가가 100배나 뛰었으니 100분의 1 가격으로 기업을 사들인 셈이다. 공제욱 상지대 교수에 따르면 1950년대 재벌 기업인 23명 중 10명이 적산불하를 통해 재벌이 되었다고 한다.

미국은 이승만 정부에 막대한 원조를 제공하면서 원조물자의 사용을 직접 통제했다. 1948년 12월 10일 체결한 한미원조협정 제3조에 따라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의 경제협력청(ECA)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원조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협의한다”고 약속했다. 원조물자가 누구에게 돌아갈지를 미국이 결정한 것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친미자본을 육성했다.

예를 들어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은 원조물자로 대량 공급된 설탕에 주목해 1953년 제일제당을 설립, 1년 만에 국내 설탕 소비량의 3분의 1을 공급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이한구 교수는 『한국재벌사』(대명출판사, 2004)에서 “원조 공여국들의 의지와 원조물자에 의해 한국의 산업구조가 결정되었는데 이 시기의 원조물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기업체들 중 다수가 재벌화의 기초를 확립하였다”면서 “일찍부터 정부나 주한미군의 고위 당국자에 연을 댄 기업가들은 달러 및 원조물자의 우선적 배정, 정책금융 및 세제상의 특혜 등으로 손쉽게 재계의 전면에 부상케 되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조자금이 한국재벌 ‘기초 공사’」, 위클리경향 887호)

이렇게 미국이 친미자본을 육성하고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조종하였으며 친미자본과 자유당 정권은 정경유착으로 결탁하였다.

무상원조 시기에서 차관경제 시기로 넘어간 후에도 미국은 박정희 정권을 통해 친미자본을 계속 키웠다. 이 시기에 본격적인 재벌의 시대가 열렸다.

박태균 교수는 1972년 발표한 8.3조치를 통해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 아래에서 기업들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정부 정책에 순응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박정희 정권은 미국과 일본의 차관으로 산업합리화 자금을 마련, 정부 정책에 따라 재벌에게 배분해 자기 입맛에 맞는 재벌을 육성하였다.

이렇게 이승만, 박정희 시기를 거치며 오늘날 친미자본, 재벌 위주의 한국 경제 기틀이 거의 완성되었다. 친일친미독재세력인 자유당-공화당에 뿌리를 둔 자유한국당이 친미의존경제의 주류인 것이다. 민주당은 친미의존경제의 범위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주류에 불과하다.

따라서 친미의존경제에 의지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유한국당의 입지만 더 강화해주고 그들의 목소리만 높여주며, 그들에게 유리한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꼴이 될 뿐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밀릴 수밖에 없다.

반면 친미의존경제를 버리고 평화번영경제, 동북아 협력경제로 가면 자유한국당의 입지가 줄어들고 진보개혁세력의 정치·경제적 입지가 확대, 공고화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친미의존경제에서 한반도 평화경제, 동북아 협력경제로 가야 한다.

만약 대세가 한반도 평화경제, 동북아 협력경제로 가면 자유한국당은 180도 변신해 누구보다 환영하면서 거기서도 주류가 되려고 할 것이다. 그들은 이념이 아니라 자기의 부귀영화가 선택의 기준이다. 그들은 누구든 부귀영화만 보장해주면 거기에 달라붙는 체질을 가지고 있다. 이건 그들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 세력이 존경하다 못해 신으로 떠받드는 박정희를 보자.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에 붙어 만주국 장교로 활동하다가 일제가 패망하자 당시 한국에서 가장 큰 정치세력이었던 남로당에 들어가 주요 간부가 되었다. 그러다 미국이 대세가 되자 남로당 간부들을 팔아먹고 친미반공투사로 변신했다. 어디든 대세에 편승하는 변신의 귀재인 셈이다.

지난 22일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두고 ‘남로당의 후예’ 운운했는데 사실 남로당의 후예는 자유한국당이다. 일단 자유한국당은 남로당 간부였던 박정희를 떠받들고, 그의 딸인 박근혜를 모시고 있다. 또 북한의 발표를 보면 남로당 주요 인물인 박헌영, 이승엽이 미국의 간첩이었다고 하는데 이들의 성향과 자유한국당 성향이 대단히 유사하지 않은가. 그러니 자유한국당이 다른 사람에게 ‘남로당의 후예’ 운운할 처지는 아니다.

변신 잘하기로는 박근혜도 비슷하다. 박근혜는 2002년 한나라당에서 대선 후보를 노리다 밀리자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 갑자기 북한을 방문했다. 당시는 2000년 6.15 공동선언의 힘으로 통일이 대세였는데 여기에 붙어보려고 한 것 같다. 박근혜는 북한에 다녀와서도 여러 차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다고 한다.

이처럼 박정희, 박근혜는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북한과도 손을 잡고, 남로당과도 손을 잡고, 또 누구와도 손을 잡을 이들이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박정희, 박근혜의 후예다. 즉, 자유한국당은 대세라고 여겨지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한반도 평화경제, 동북아 협력경제에 뛰어들 것이다. 아니 ‘북한 만세’를 외칠지도 모른다. 지금 태극기부대가 성조기와 이스라엘기를 펄럭이며 집회를 하는데 이들이 북한 인공기를 들고 집회할 수도 있다.

이들과 우리는 다르다. 이들은 때가 되면 대세를 추종해 적화통일을 주장할 가능성이 농후한데 우리는 철저히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는 가운데 적화통일도, 흡수통일도 아닌 6.15 공동선언에 입각한 연합연방제 통일만이 유일한 통일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의 전제는 민족자주다. 우리 민족, 우리 국민의 이익을 위한 통일이어야 한다. 이것은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변함없는 우리의 입장이다. 하지만 저들은 아마도 상황에 따라 ‘적화통일 만세’도 외칠 것 같다.

실제로 지난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번영경제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자 6.12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남북경제협력을 주장했다. 예를 들어 접경지역인 강원도의 도지사 후보로 나온 정창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판문점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며 “도 입장에서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를 연결하기 위한 동해북부선 철도건설, 금강산 관광지구 복구와 재개, 접경지역 규제 완화 등 동북아 물류허브로 성장할 기반을 조성”하고 남북 강원도 공동협력사업을 전담할 관리기구인 남북강원발전청을 설립하자고 주장했다. 불과 2년 전인 박근혜 정권 시기만 해도 북한과의 대결을 부르짖던 그들이었다. 아마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때도 볼만할 것이다.

 

8. 김대중은 어떻게 하였나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김대중 정부 역시 친미의존경제에 묶여있는 상황이었지만 외세 공조를 유지하면서도 민족의 이익을 위해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최선을 다했고 실질적으로 일을 진전시켰다.

남북장관급회담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지속했으며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실무회담을 연이어 개최하였고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남북 공동 기구를 설치하고 여러 회담이 안정적으로 지속되면 이것이 발전해 통일기구가 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 직후인 2000년 8월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통일의 제1단계를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사실 김대중은 미국과의 정책적 이견이 확대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북관계 개선과 보다 자주적인 대미관계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했다고 평가했다.(김준형, 「한국은 미국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역사, 현안, 전략」,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89호』, 2018.1.30.)

2001년 집권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이 양반’(this man)으로 지칭하며 모욕을 주었다. 그리고 2002년 대선에서 자신이 확실히 통제할 수 있는 이회창으로 대통령을 교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마하티르 빈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아시아적 가치의 주창자’로 통하는 마하티르 총리는 1981~2003년 장장 22년 동안 총리를 지냈는데 집권 기간이었던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다.

그런데 마하티르 총리는 IMF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저금리, 경기부양, 외환통제 등 한국과 정반대의 길을 갔다. 미국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하티르 총리를 골칫거리 취급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IMF 처방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 외환위기를 훌륭히 극복했다. 그리고 마하티르 총리는 정계은퇴 후 15년 만에 복귀, 국민의 지지 속에 2018년 총리에 재등극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례도 살펴보자. 2017년 9월 10일 나토 회원국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러시아와 요격미사일 S-400 구매 계약을 체결하자 조니 마이클 미 국방부 대변인은 즉각 “터키 관리들에게 S-400 구매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전달했다”며 반발했다. 그 뒤로도 미국은 계속해서 터키를 압박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굽히지 않았다.

2018년 8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에 무역보복을 하자 곧바로 “미국에 달러가 있다면 우리에겐 알라(신)가 있다”, “미국에 아이폰이 있다면 우리는 삼성이 있다”(아이폰 대신 삼성 스마트폰을 수입하겠다는 뜻)고 맞섰다. 물론 터키 경제에 어려움이 닥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2014년 터키 총리로 재직하며 터키 경제를 비약적으로 상승, ‘경제 총리’라는 별명까지 가진 인물이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도 슬기롭게 이겨냈기에 자신감이 있는 듯하다.

지난 3월 5일 미 국무부는 터키가 끝내 S-400을 도입한다면 터키에 F-35 스텔스기 판매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다음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와 S-400 미사일 거래에 합의했으니 우리가 그 결정을 뒤집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이미 끝난 거래”라고 단언하고 러시아의 차세대 요격미사일 S-500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한 술 더 떴다.

이처럼 에르도안 대통령이 워낙 강경하게 나가니 미국도 어쩌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터키 경제를 파괴하겠다”고 협박까지 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면 겸손이 아니라 자학으로 인식하고 경멸한다. 반면 자존심이 센 사람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미국 앞에서 쩔쩔매고 눈치만 보면 미국은 상대를 경멸한다. 반면 미국 앞에서 당당하고 목소리를 높이면 존중하고 존경한다. 미국을 반드시 불로 다스리겠다고 직접 성명을 발표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광’이라고 한 것도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 마하티르 총리,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례를 쭉 살펴봤는데 문재인 정부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는 반미도 아니고 주권국가의 수반으로서 대등한 외교를 한 것일 뿐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에게 친미의존경제를 완전히 혁파할 것까지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능력도 없고 그럴 존재도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에서 줏대 있는 모습을 보일 여지는 있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단을 재개한다고 문제될 게 뭐가 있나. 그걸 가지고 미국이 한국을 제재할 수는 없다. 북한 관광은 대북제재 사항도 아니고 개성공단은 애초에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중단된 것이다. 미국이 문제제기를 해도 당당하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내세우면 된다. 그러면 미국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볼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잃지 않으려고 더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추려고 할 수도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국의 ‘승인’에 결코 얽매일 필요가 없다. 이것은 우리의 숙명이 아니다. 

참고자료

[문경환 칼럼] 미국의 승인에 목매는 정부, 이것은 숙명인가①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http://www.jajus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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