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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이치대란(以治待亂)

나를 다스린 후에 적이 어지러워지기를 기다린다.

‘손자병법’ ‘군쟁편’에 나오는 말로 “아군을 잘 다스려놓고 적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기다리며, 아군을 조용히 해놓고 적이 소란스러워지기를 기다린다.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마음을 다스린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를 말한다.”는 대목이 있다. 이 말은 포괄하고 있는 내용이 워낙 넓어, 국가를 편안하게 다스리는 일은 물론이고 군대가 승리를 얻을 수 있도록 군을 다스리는 일도 포함된다.

전쟁의 승부는 최종적으로 국가의 정치‧경제력에서 판가름 난다. 정국이 불안하면 난동을 감당할 수 없고 경제가 침체에 빠져 외환이 닥치면 승리할 수 없다.

두 나라의 전쟁에서 잘 다스린 자가 이기고 어지러운 자가 진다는 것은 예로부터 당연한 이치다. 국가나 군대의 ‘다스림’은 하루 이틀 공력을 들여서 되는 일이 아니다.

기원전 564년, 진(晉)나라 도공(悼公)은 나라를 잘 다스렸다. 진이 정(鄭)나라를 정벌하려 나서자 정나라는 초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 초나라 군대는 밤낮을 쉬지 않고 진군하여 진나라 군대가 제대로 채비를 갖추지 못한 틈을 타 야밤에 기습을 가했다.

초나라 군이 곧장 진나라 군영까지 쳐들어가자 진나라 군은 미처 대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적을 맞이해야 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진나라 군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조용히 영내에 피워놓은 불을 다 끄고 몸을 숨긴 채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삼분사군(三分四軍)’의 전법으로 군대를 나누어 초나라 군대를 상대하면서 초군을 지치게 했다. 애초에 초군은 불시에 공격을 가하면 진군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진군은 침착하고 조용히 초군의 공격을 되받아쳤다.

국가‧군대‧사회단체 등등 어느 곳을 막론하고 이 ‘다스림’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엄하게 다스리면 악인들이 두려워하고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다스림이 오래가면 나라와 백성이 편안해지고 민심이 되돌아온다.

‘다스림으로 혼란을 기다린다.’는 뜻의 ‘이치대란’은 그런 점에서 차원 높은 책략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천하가 크게 혼란해진’ 다음 ‘천하를 크게 다스린다.’는 것은 임시방편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것은 잠시 동안의 난관일지는 모르지만 백성들이 적지 않은 피를 흘려야 하므로 부득이한 경우에나 쓰는 아주 낮은 수준의 방책이다.

 

이정랑의 고전소통  j643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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