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훈 칼럼] 다급한 미국의 발악 '전쟁훈련', '내정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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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칼럼] 다급한 미국의 발악 '전쟁훈련', '내정간섭'
  •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5.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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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워킹그룹을 주도하는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5월 8일부터 11일까지 한국에 머무른다. 이 기간 동안 비건이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각부 장관을 두루 만나며 남북관계 문제를 ‘상호 협의’한다는 기가 막힌 소식이 들려온다.

사진 출처 - 노컷뉴스

말이 좋아 협의지 고작 차관급의 미국 인사가 남북관계에 강력한 제동을 걸겠다는 얘기다. 이미 지난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남북관계) 승인’ 운운하며 한국의 여론을 깔아뭉개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문재인 정부를 꽉 쥐고 흔들며 남북관계 진전을 막아나서는 미국의 못된 행태가 그야말로 가관이다.

 

“북한과 싸울 준비” 미국의 위험천만 군사훈련

이 가운데 이 땅의 평화를 깨트리려는 미 군부의 움직임도 무척 심상찮다. 북미대화가 깨질 시 한반도에 언제든 전략무기와 군사력을 들여올 수 있다는 미 군부와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 전역을 다시금 전쟁위기로 물들이고 있다.

“북한 비핵화는 우리의 최우선 목표다. 외교가 주 트랙(primary track)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군사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5월 1일(현지시간)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미 하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위와 같이 밝혔다. 일단 ‘외교(정상회담, 고위급-실무급 접촉 등)’를 내세웠지만 어디까지나 명분일 뿐이다. 다음의 발언에서 여전히 군사력 동원으로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음이 확실히 드러난다.

섀너핸 대행은 “비핵화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입장과 작전, 힘에는 변화가 없고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준비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미 양국 간 “새로운 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구축”을 명시한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과 달리 북한에 무시무시한 총부리를 겨눠오던 기존의 적대적 군사정책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날 같은 자리에서는 아예 3월 3일 한국 국방부와 미 국방부의 공동조치로 이뤄진 한미연합훈련(키리졸브·독수리훈련) 종료를 뭉개는 발언까지 나왔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훈련을 종료하지 않았다. 훈련 범위를 조정했다”며 “현재의 한미연합훈련은 미군에게 주어진 임무인 ‘오늘 밤 싸울’(Fight tonight) 준비태세를 지속해서 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뒷받침했다.

결과적으로 국방부가 스스로의 말을 뒤집으면서 북한에 ‘북미공동성명 약속 이행’을 그토록 강조해오던 미국이 거짓말쟁이가 됐다.

게다가 이로써 3월 4일 한미연합훈련을 “워 게임(War Games)”으로 명명하며, 위험천만한 한미연합훈련의 본질을 고백했다는 평가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만천하에 망신살이 뻗쳤다.

실제로 한미연합사령부는 지난 3월에는 키리졸브를 대체한 ‘동맹 19-1’ 훈련을, 연이어 4월 22일부터 5월 3일까지는 ‘맥스선더(Max Thunder)’를 대체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벌였다.

돌이켜보면 위 발언들이 나오기에 앞서 4월 20일, 주한미군은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서 북한과 중국을 겨누는 사드를 들이는 훈련을 하며 사회연결망(SNS44)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기까지 했다. 5월 8일에는 북한을 겨눈 것으로 보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을 태평양 방향으로 발사했다. 모두 ‘할 테면 해보라’며 북한에 던지는 강력한 도발이다.

북한과의 전면전, 즉 ‘작전계획 5027’을 통해 한반도 전역을 전쟁터로 삼은 미국의 워 게임은 종료되지 않은 것이다. 제아무리 훈련 명을 우리말로 바꾸고 전략폭격기를 들여오지 않았다고 미국이 강변해도 눈속임일 뿐이다. 워 게임의 본질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에 어깃장을 던지는 미국의 도발은 끊임없다.

2018년 12월 23일(미국 현지시간)부터 패트릭 대행을 내세운 국방장관 공백상태가 자그마치 6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비상식의 나라 미국. 고작 대행 체제 미 군부가 또다시 한반도 위기를 촉발시키는 현재의 상황에 기가 찰 노릇이다.

 

전쟁도발 뒷받침하는 방위비분담금

미국의 대한반도 전쟁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돈줄’이 바로 천문학적 액수의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이다. 제9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결과로 올해에만 1조 389억 원을 미군에 퍼주는 굴욕을 떠안게 됐다. 앞으로 미국이 매년 한국 정부에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분담금을 끊어야 미군의 대한반도 도발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최대 규모 미군기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 부지 및 건설비용 100억 달러(대략 11조 8000억원) 가운데 자그마치 92%를 지원했다. 주소지가 캘리포니아 주로 되어있는 이 캠프 험프리스 내부는 작전본부와 초대형 물놀이시설, 학교, 상점 등 미군들의 생활편의를 위한 시설들로 가득해 미국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이처럼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의 쌈짓돈이 된 지 오래다. 애초 한미 양국이 각각 나눠 부담한다는 취지로 붙여진 ‘분담금’이란 명칭은 한국 국민의 여론을 덜 자극하기 위한 말 바꾸기다. 분담금의 실상은 미국이 달라는 대로 내어주는 ‘미군 퍼주기 지원금’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지난 5년 간 미국 측에 제공한 방위비분담금 중 954억2천만원이 주일미군 소속 항공기 정비에 사용되는 등 다른 곳에 지원됐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의 말

4월 4일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5년 동안 분담금 954억 원이 주한미군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주일미군 장비 정비에 사용됐음이 확인된다. 연평균 190억 90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이 어이없게도 주일미군 소속 F-15 전투기, HH-60 헬기 등의 정비에 사용됐다.

충격적이게도 위의 금액조차 ‘새발의 피’다. 5월 2일 KBS가 보도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에 요청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분담금 가운데 미군의 전력·도시가스사용금액은 1020여억 원에 달한다. 주한미군이 공공재인 전기를 한국의 그 누구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왕창 공급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번 분담금 협정에서는 미군의 전기·천연가스·상하수도 예산을 한국 정부가 군수비용 명목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항목이 명시됐다. 더구나 미군의 위생·세탁·목욕·폐기물 처리 등도 한국으로 모조리 떠넘기는 충격적 만행도 가능케 됐다. 어떤 나라도 자국에 주둔하는 미국에 이만큼의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다. 굴욕도 이런 비참한 대굴욕이 또 없다.

이전까지는 미국의 태도가 그나마 ‘분담금이니까 이해해 달라’였다면 ‘분담금은 따로 받고 한국인들 세금으로 더 지원해 달라’로 돌변한 것이다. 이러다가 소성리에 임시배치 된 사드 발사대에 이어, 평택의 사드 배치마저 우리의 혈세로 이뤄질 판이다.

우리가 피땀으로 일궈낸 세금이 미군의 전쟁자금이 되어 모든 한반도 주민들의 목숨줄을 조여 오는 잔혹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미국 때문이다.

 

한반도 통일주권 짓밟는 미국발 속도조절

“통일 코리아의 위상이 원래 미국이 원했던 정도 이상으로 너무 커질 수 있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된 힐러리 전 미 국무장관의 발언

미국의 주류사회를 대표하는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주자 시절인 2013년에 내놓은 비공개 발언이다. 통일 한반도의 세계적 입지가 미국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솔직한 자기고백이다. 주한미군의 군사적 입지가 제거된 한반도에서 이득을 볼 수 없으리라는 미국의 강력한 우려도 가감 없이 내포되어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 2차 북미정상회담을 깬 오늘의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에 맞춰 진전해야 한다”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이 등장했다. 자칫 해방 이후 미군을 통해 한반도에서 구축해온 이권을 모조리 잃을 수 있다는 미국의 초조함이 잔뜩 배어있다.

지난 4월 22일 주한미국대사 해리 해리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제재) 해제 문제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에 달려있다는 것에 대해 워싱턴(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공감했다”며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을 펼쳤다. 북미관계에 앞선 남북관계 진전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같은 날 대북적대 색깔론에 열심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남북관계에 대놓고 제동을 걸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황교안을 찾은 해리스는 “다시 한 번 안심을 드리고 싶은 부분은 한미동맹은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고 이제 공은 김정은 위원장 쪽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예민한 시기, 한국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1인자인 주미대사가 ‘박근혜 국정농단과 적폐의 중심’으로 악명 높은 황교안을 일부러 찾아 저런 말을 전한 의도는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에게 ‘멋대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지 말라’는 미 행정부의 협박성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남북 정상이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과 부속 9·19 군사 분야 합의를 통해 “남북 간 실직적 종전선언”을 이뤄내자 미국의 다급함은 한계를 넘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고작 두 달 뒤인 같은 해 11월에 ‘제2의 조선총독부’로 악명 높은 한미워킹그룹을 발족 시킨 이유다. 차관급인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협상 특별대표더러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진전을 감시 및 통제케 한 것이다.

한국에 상시 주둔하는 제1총독 해리스와, 자주 오가는 제2총독 비건을 내세워 ‘어떻게 하면 남북의 만남을 막을 수 있을까’에 혈안이 되어 눈에 불을 켠 미국의 악랄한 모습이다.

5월 11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는 비건은 맞상대인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비롯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신임 통일부 장관을 차례차례 만날 예정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주권을 침해하는 미국의 내정간섭이 극도로 노골화된 풍경이다.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에 훼방 놓는 해리스와 비건의 ‘찰떡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는 물꼬가 트인 남북관계 한가운데에 둑을 쌓아 통일의 물길을 기어이 막겠다는 미국의 급박한 심보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만큼 비건과 해리스의 행보는 남북관계 진전이 미국에 결코 득이 되지 않음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미국 건국 후 242년 동안 전쟁 없는 평화 시기는 겨우 5년이다.” 1994년 평양을 직접 찾아 김일성 주석과 면담한 바 있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성토다. 냉전구조와 한반도 분단을 이용해 막대한 이권을 취해온 미국의 네오콘과 군산복합체를 정확히 겨냥한 것이다.

우리는 한미연합훈련을 ‘워 게임’으로 표현한 트럼프를 비롯해 카터 등 미 대통령들이 왜 지금 같은 시기에 자기고백을 이어가는지 궁리해야 한다. 달리 생각해보면 70년이 넘도록, 한반도의 분단을 발판삼아 막대한 이권을 쌓은 미국의 주류사회가 우리 민족의 통일을 거부하고 있다는 신호로 파악할 수 있다.

전쟁위기에 다시금 군불을 지키며 ‘남북관계 속도조절’을 앞세우는 미국의 수법은 오래되고 케케묵어 효력을 잃었다. 현재의 국면은 어떻게든 한반도 분단으로 막대한 이권을 붙들어왔던 ‘전쟁깡패 미국’이 새 시대의 전환, 그 문턱에서 발광하고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다. 우리 정부가 대미종속의 사슬을 끊고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통일주권을 온전히 회복해야만 한다. ‘통일 코리아’의 등장을 두려워하는 미국에 당당히 통일을 선포할수록 새 시대는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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