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삼군가탈기(三軍可奪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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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삼군가탈기(三軍可奪氣)
  • 이정랑의 고전소통
  • 승인 2019.05.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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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사기를 빼앗는다.

이 말은 ‘손자병법’ ‘군쟁편(軍爭篇)’에 나온다.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따라서 적군 전체의 사기를 꺾을 수 있고 장수의 정신을 빼앗을 수 있다. 사기란 아침에는 높고 낮에는 해이해지며 저녁에는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용병에 능한 사람은 적의 사기가 높을 때는 피하고, 사기가 해이해졌거나 사라진 때에 공격한다. 사기를 다스린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말이다.

이 책략을 운용하는 목적은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심리 상태를 흩어놓는 데 있다. 그렇게 되면 숫자가 많다 하더라도 오합지졸과 같아 전투력을 상실하고 만다. ‘울료자(尉繚子)’ ‘전위(戰威)’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적군의 사기를 잃게 하고 장수의 정신을 흩어놓으면 겉모양은 온전한 것 같지만 쓸모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이것이 승리를 얻는 방법이다.

사기는 군 전투력의 중요한 요소로, 사기가 높고 낮음은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름난 장수들은 적의 사기를 꺾고 자기 부대의 사기를 높이는 것을 전략의 중요한 내용으로 여겨왔다.

춘추시대 제(齊)나라와 노(魯)나라의 장작(長勺) 전투에서 조귀(曹劌)가 이끄는 제나라군대는 세 차례나 북을 두드리고 진격했으나 반격을 받아 오히려 대패하고 말았다. 옛날 전쟁에서는 큰 북을 두드리고 고함을 지르며 군의 사기를 높이는데, 제나라 군대는 잇달아 세 번씩이나 북을 두드려 사기를 높이려는 바람에 오히려 힘이 떨어졌고, 노나라는 단 한 번의 사기 진작으로 제나라 군대를 크게 무찔렀다.

항우(項羽)의 초(楚)나라와 유방(劉邦)의 한(漢)나라가 서로 천하를 다투던 막바지 해하(垓下) 전투에서 한신(韓信)은 초나라의 노래로 초나라 군대의 전투력을 상실하게 만들어 항우의 몰락을 촉진했다. 너무나도 유명한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는 여기서 나왔다.

진(晉)나라의 대장군 유곤(劉琨)은 변방을 지키다가 호병(胡兵)에게 성을 포위당해 엄중한 위기에 몰렸다. 유곤은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는 상황에서 꾀를 하나 생각해냈다. 달이 휘영청 밝고 광야에 정적만이 흐르는 밤을 택해 성 위로 올라가 호(胡)의 전통 피리를 불어댔다. 애끓는 고향의 곡조에 호인들은 그만 향수를 못 이겨 눈물을 철철 흘리며 물러가고 말았다.

나폴레옹은 이런 말을 남겼다.

한 군대의 실력은 그 4분의 3이 사기로 이루어진다.

이 책략은 적의 사기를 뺏는 것과 우리 편의 사기를 높이는 두 방면 모두를 포함한다. 전투와 사기는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애국심‧민족 감정‧병사들의 의식과도 뗄 수 없는 관계다.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건 내 부하들의 사기를 올리건 간에 모두 이 기본 요소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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