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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칼럼]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 미제국주의의 몰락
  •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4.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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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패권을 주름잡던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던 제국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듯했던 미국 패권에도 종말이 오고 있다. 동방의 작은 나라, 북한발 세계질서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몰락

우리는 넓은 영토를 가지고 경제력과 군사력이 막강한 미국이 언제까지고 세계 패권을 쥐고 있을 듯이 착각을 하며 살지만 실상 미국 이전에 더 오랜 시간 동안 패권을 석권했던 것은 유럽의 작은 섬나라, 영국이었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방직기가 발명되었다. 사람이 물레를 돌려 실과 천을 짜던 것이 어느 순간 기계로 대체되었다. 이어 영국에서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 사람들은 거대하고 육중한 쇳덩어리, ‘괴물’같은 증기기관차가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말로 달구지를 끌고 다니던 당시 사람들에게 얼마나 충격적인 장면이었을까.

앞서 나가기 시작한 영국은 거침이 없었고 영국의 해군력은 식민지 강점을 뒷받침해주었다. 영국은 전 세계에 걸쳐 여러 나라들을 강점하여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미국도 영국의 한 식민지에 불과했었지 않은가.

그런 ‘대영제국’은 어떻게 몰락했을까.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미국의 부상이 두드러질 즈음 영국 패권 몰락에 쐐기를 박는 사건이 터졌다. 바로 1956년에 있었던 제2차 중동전쟁, 수에즈 운하 사태였다.

수에즈 운하는 인도양과 대서양을 잇는 주요 통로이다. 이 수에즈 운하는 프랑스와 영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이집트가 함께 건설했다. 1952년에 집권한 이집트 나세르 정권은 1956년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시켰다. 영국과 프랑스는 즉각 반발하여 이집트를 공격했다. 제2차 중동전쟁의 발발이었다.

당시는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대립하고 있었다. 2차 중동전쟁이 격화된다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었다. 3차 대전을 바라지 않았던 미국은 영국에 전쟁을 그만두라고 압력을 가했다. 기성 패권국 영국과 새롭게 부상하는 미국의 대립, 그 승자는 미국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집트 공격을 멈추고 철군하였다.

패권이란 힘으로 자기 요구를 관철시키고, 세계 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두는 것이다. 영국은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지 못했고 미국은 영국을 제압하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했다. 세계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확인한 상징적 계기가 된 것이다.

1956년 미국은 세계 패권을 석권하며 현재까지 자신의 시대를 만들어 왔지만, 미국의 패권은 영국과 비교하면 그리 오래가지 못할 듯하다. 불과 60년이 지난 오늘날, 미국의 패권은 1956년 영국과 같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패권을 호령하던 미국의 과거와 오늘

미국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초강대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세계 다른 나라들을 압도했다. 소련 붕괴 이후에는 명실상부한 ‘유일’초강대국으로 군림했다.

1962년 10월 미국은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고 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미국은 쿠바 미사일 기지 건설을 강행하면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하게 대응해 소련의 기지 건설을 저지시켰다. 미국이 힘으로 소련을 누른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을 견제할 나라는 없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며 전쟁을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라크 전쟁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개의치 않고 전쟁을 강행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반인권 행위도 서슴없이 저질렀다. 미군은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학살하고 포로들을 학대하기도 했다. 포로를 하루에 17차례 강간하는가 하면, 군견으로 위협하거나 목줄을 메고 끌고 다니는 등 만행을 저질렀다.

전쟁 발발 후 이라크에는 미국이 주장한 대량살상무기는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국제 사회는 이라크를 침공하기 위해 명분을 조작하고, 포로들을 학대한 미국을 비난했지만 그뿐이었다. 어느 나라도 미국을 저지하지 못했고 책임을 따져 묻지도 못했다.

이렇듯 미국의 힘과 패권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던 미국이 달라졌다. 1956년 영국이 미국에 대해 그러했듯이, 오늘날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영 맥을 못 쓰는 것이다.

 

북한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미국

오늘날 미국은 북한을 대하는 데서 과거 세계를 호령하던 패권국답지 않게 대혼란에 빠져 있다.

북한과 미국의 화법부터가 어딘지 어색하다.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계관 외무성 1부상은 미국에 “일방적인 핵포기를 강요하면 북미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북미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미국에 대한 경고라니, 기존 상식으로는 이상하게 들린다.

그런데 미국은 실제로 북미 대화 결렬을 한사코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하고 끝났다. 그러자 미국은 자칫 북한과의 대화가 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키리졸브 및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을 종료하고 규모를 대폭 줄인 ‘동맹’이라는 훈련으로 대체했다.

3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대북 제재의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스운 것은 미국은 ‘추가 대북 제재’를 발표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트럼프가 철회했다는 ‘추가 대북 제재’가 무엇인지 미국 내에서 의견이 분분하며 혼란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2월 21일 “예상치 못한 북한의 비핵화를 희망”한다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더니,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무산된 후인 4월 1일에는 “몇 달 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의 이런 발언은 3월 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에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라”며 강경한 발언을 한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미국이 존 볼턴 식의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다가 다시 대화하자며 금세 태도를 바꾼 것이다.

미국이 태도를 바꾼 계기는 3월 14일 평양에서 진행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브리핑(외무성 통보모임)이었다. 타스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부상은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에 관해 가까운 미래에 결심을 밝힐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비핵화협상도 잘 되지 않는 와중에 북한에 핵포기를 넘어 생화학무기까지 폐기하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던 미국이었다. 그런 미국이 다른 한편으로는 추가 대북 제재도, 고강도 한미합동군사훈련도 하지 않은 채 단지 북한 외교 관리의 말에 “3차 정상회담이 열리길 고대”한다며 설설 기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미국이 보이는 이런 혼란스러운 오락가락 행보는 유엔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라크를 침략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경책을 쓰지도 못한 채 우물쭈물하며 패권을 잃은 현실을 직면해 가고 있다.

 

미국의 시대는 끝났다

미국은 북한 핵포기라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매달리며 대화를 구걸하다시피 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은 수십 년간 북한의 요구였다. 그동안 북한의 정상회담 요구를 무시하던 미국이 작년과 올해 북미정상회담장으로 끌려 나온 것 자체가 일종의 패배인 것이다.

심지어 미국은 북미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요구사항이었던 CVID(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적 비핵화)를 관철하지 못했다. 대신 북한의 요구사항이던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싱가포르공동선언 첫째 조항으로 합의되었다.

이는 마치, 영국이 수에즈 운하를 차지하기 위해 이집트를 공격하려 했으나 미국의 저지로 철군했던 상황과 겹쳐 보인다. 미국이 정점에 서서 세계 질서를 평정하던 시대가 끝이 난 것이다.

북미 회담이 이어질수록 미국의 패권 몰락은 우리 눈앞에 점차 뚜렷이 드러날 것이다.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만들어나갈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http://www.jajus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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