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환 칼럼] 북한, “모든 것이 목적하는바 그대로 되어가고 있다”
상태바
[문경환 칼럼] 북한, “모든 것이 목적하는바 그대로 되어가고 있다”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4.02 0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의 품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트럼프의 운명

지난 3월 6일 김정은 위원장은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꾼대회 참가자들에게 서한 ‘참신한 선전선동으로 혁명의 전진동력을 배가해나가자’를 보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 서한에서 “지금 혁명정세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당중앙의 전략적 결단과 우리 인민의 굴함없는 투쟁에 의하여 모든 것이 목적하는바 그대로 되어가고 있으며 사회주의건설을 거침없이 다그쳐나갈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성숙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이 표현대로라면 지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도 북한의 ‘목적하는바’ 그대로 됐다는 것이다. 이는 하노이 회담을 ‘결렬’로 보고 북한이 성과를 못 냈다고 여기는 항간의 평가와는 크게 다르다. 북한의 평가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1. 핵보유국으로서 전략국가 지위를 공고히 해나가려는 북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전략국가(이하 핵보유 전략국가) 지위를 공고히 하였다. (관련기사: [아침햇살15]2차 북미정상회담 분석)

 

(1) 핵보유 전략국가와 한반도 비핵화의 관계

북한이 추구하는 핵보유 전략국가와 한반도 비핵화는 얼핏 모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둘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까?

북한에게 있어서 핵보유 전략국가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것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실천적으로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미가 서로를 향한 핵위협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북미가 현존하는 핵무기, 미래의 핵무기를 다 없앨 때만이 실현할 수 있다. 이것은 결국 북미가 동시 핵군축, 동시 핵폐기를 통해 가능하며 이는 핵보유국 사이에만 성립한다. 다시 말해 북한이 핵보유 전략국가가 아니라면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핵위협을 절대 없애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핵보유 전략국가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실천적으로 함께 갈 수밖에 없다.

 

(2) 전략국가의 국제적 영향력

북한이 핵보유 전략국가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것은 세계 정치 흐름을 자기 전략구상대로 움직이겠다는 것이고 또 세계 정치계에 북한이 미치는 영향을 전략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 가장 가까이는 2017년부터 전 세계적 정치 흐름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북한이라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미국을 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수소폭탄 시험 등 초미의 핵대결은 전 세계에 가장 커다란 관심사였고 유엔 무대에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사건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유엔 안보리가 소집되는 모습을 보면 마치 북한이 유엔 안보리를 소집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또 2018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도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최고의 뉴스였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장면. ⓒ 자주시보

이렇게 본다면 지금은 북한이 핵보유 전략국가로서 지위를 공고히 해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즉, 2차 북미정상회담도 북한이 목적한 핵보유 전략국가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과정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2. 북한의 대미 전술은 통일전선전략에 따른 것

 

(1) 전면에 나선 통일전선부장

2017년까지 북한의 대미 협상은 외무성이 전면에서 활약했다. 1993년 북미 고위급회담 대표였던 강석주는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부위원장, 외무성 제1부상이었다. 6자 회담 수석대표 김계관은 외무성 부부장이었고 2010년 강석주 후임으로 외무성 제1부상이 되었다. 6자 회담 차석대표 최선희는 당시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이었다.

그런데 2018년부터 북한은 대미 협상에 통일전선부를 전면에 내세웠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협상 상대로 나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다른 직함은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다.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상대는 리용호 외무상이 자연스러운데 이례적으로 통일전선부장이 나선 것이다. 또 북미 실무협상에 통일전선부의 김성혜 통일전선책략실장이 참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 자주시보

북한이 대미 협상에 통일전선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대미 전략을 통일전선 관점에서 펼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전선이란 아측을 최대로, 적측을 최소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통일전선사업을 통해 자신이 구상하는 전략적 구도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2) 통일전선 관점에서 본 북미정상회담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나고 나서 노동신문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런데 과연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걸 몰랐을까?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 앞서 기자가 “합의 도출에 대한 자신감이 있느냐”는 질문에 “속단하긴 이르다, 예단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직감으로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정적이고 신중한 답변과 긍정적인 답변이 함께 나왔는데 부정적 답변이 먼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도 합의 없이 끝날 수 있음을 전제로 회담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합의가 안 될 수도 있는 회담을 왜 했을까?

첫째, 북미회담 자체로 북한의 승리다.

역사적으로 보면 북한은 계속 미국에 관계개선을 제안하고 정상회담도 제안했지만, 미국이 무시하고 나서지 않았다. 미국이 그동안 북한을 약소국으로, 적대국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했는데 이것은 북한이 핵보유 전략국가가 되어서 미국을 압박한 결과다. 그리고 북한이 핵보유국인 상태에서 이뤄진 정상회담이기에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 회담이 되었다. 그래서 이 자체로 북한의 승리인 것이다.

만약 미국이 승리하는 회담이 되려면 장소부터 백악관에서 해야 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한 뒤 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북한이 불가역적 비핵화 단계에 들어간 뒤에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한 것이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정치행위가 되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을 핵으로 위협해서 북한이 핵을 만들게 한 장본인인데 이번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해줘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역할까지 해줬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정상회담 자체로 김정은 위원장을 “위대한 승자”라고 평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북한 입장에서 회담이 성공적이었는지를 통일전선 관점에서 보자.

합의 유무와 상관없이 2차 정상회담의 결과로 북한의 입장에서 아측이 넓어지고 적측이 좁아졌는지가 중요하다. 회담 후 베트남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했고, 러시아도 정상회담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북한과 새로운 해상노선을 합의했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에는 대화할 수 없다고 미국이 선언하고 정상회담을 거부했다면 아마 다른 나라들도 미국 눈치를 보느라 북한과 관계개선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핵보유국 북한과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하니까 다른 나라들이 북한과 접촉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반면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자 세계 여론은 미국에게 집중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을 거친 후 북한의 입장에서 아측이 넓어지고 적측은 좁아진 것이다.

셋째, 미국 자체의 혼란과 분열양상이 극심해졌다. 

미 의회는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날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는 청문회를 하면서 적전분열의 모습을 보였다.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앞장서 대북강공책을 펼치며 조금 단결하는 듯하더니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으로 다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최 부상의 기자회견 직후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의 주범으로 지목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과 협상을 지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몸을 사렸고 볼턴은 “우리가 반응하기 전에 미 정부 내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기자를 피했다. 그걸로 미국은 끝난 셈이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날려 재무부의 대북 추가제재를 취소시켰고 행정부는 대혼란에 빠졌다. 취소한 대북제재가 직전에 추가한 제재인지 앞으로 추가하려던 제재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아직도 미국 내에서는 온갖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부터 혼란과 분열에 빠진 것은 그만큼 미국이 약화하고 있다는 징표다. 그리고 통일전선책략실장이 왜 북미회담에 참여하게 됐는지 알 것도 같은 느낌이다.

넷째, 미국의 패권이 실질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1956년 2차 중동전쟁에 뛰어든 영국이 미국의 압력에 꼬리를 내리고 군대를 철수하면서 서방 세계의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과 같은 일이 미국에서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핵보유 전략국가를 선언한 북한과 정상회담을 2년 연속 한 것도 그렇고, 제재 취소 소동이 일어난 것도 그렇다. 북한의 핵위협 앞에 미국이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했다고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과거 미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마디로 미국이라는 야수의 발톱이 하나씩 빠져나가고 있는 과정이며 미국의 패권이 저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사건들이다.

 

3. 북한과 사랑에 빠진 트럼프

 

(1) 북미 사이의 어감 차이

작년부터 북미 사이에 눈에 띄는 특이한 모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친분을 지나치리만큼 강조한다는 점이다.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중간선거 유세에서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더니 이후에도 “좋은 궁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 없이 끝난 2차 회담 후에도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는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최선희 부상도 3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최선희 부상의 발언에는 차이가 있다. 최선희 부상의 발언은 진지한 표현이라기보다는 뭔가 풍자적이기도 하고 상대에 대한 비아냥도 느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명줄을 우리가 잡고 있으므로 결코 우리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뭔가 끊임없이 필사적으로 ‘사랑 고백’을 하지 않으면 버림받을 수 있다는 조급함이 느껴진다. 북한이 명줄을 움켜쥐고 있는 것을 사랑이라는 면사포로 포장한 것이 아닌가 싶다.

 

(2) 트럼프의 명줄을 쥔 북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북한에 쥐어져 있다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당장 내년 재선을 앞두고 만약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부터 계속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치적이라고 강조하고 지난 2월 15일에도 “단지 핵·미사일 실험이 없길 원한다”고 한 것도 이런 취지다. 제발 내년 대선까지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하지 말아달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이 틀어쥐고 있는 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명줄만일까? 아니다. 미국 국민의 생사운명조차 북한의 결단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적대적이면서 상호 핵위협을 가하는 나라는 북한 말고도 더 있다. 하지만 실제 핵전쟁을 각오하고 미국에 핵위협을 가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1962년 쿠바 위기 당시 소련은 미국의 위협에 물러섰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서 2017년 괌 포위사격, 태평양상 역대급 수소폭탄 실험을 언급하며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 만약 당시 사태가 그대로 전개됐다면 그동안 북한이 미국에게 보인 행동으로 볼 때 이 말들이 실행에 옮겨졌을 가능성은 거의 100%였다고 보인다.

여기에서 우리는 북한과 다른 나라, 이를테면 소련, 중국과의 차이를 볼 수 있다. 소련, 중국은 치열한 계급전쟁을 통해 사회주의 권력을 세우고 국가를 수립했다. 그러나 그 후 ‘초기 혁명정신’이 쇠퇴하고 국가체제는 일상의 안일함에 빠졌다.

▲ 중소 국경분쟁. © 자주시보

내부 관료주의, 부정부패가 발생하고 심지어 미국에 놀아나 1969년 중-소 국경분쟁까지 벌였다. 이들은 ‘초기 혁명정신’인 반미반제정신을 계속 살려 나가지 못하고 미국과의 대결을 ‘결사의 각오’ 대신 타협으로 풀어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수립한 후에도 ‘초기 혁명정신’이었던 ‘백두산 빨치산 정신’을 지금껏 강조하고 있으며 그 정신 그대로 혁명과 건설을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펼치는 전략들을 보면 ‘백두산 빨치산 전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미국의 전쟁위협에 맞서 준전시상태를 선포한다거나, 앞에 언급한 괌 포위사격, 태평양상 역대급 수소폭탄 실험 등은 빨치산이 혁명을 위해 ‘얼어 죽을 각오, 맞아 죽을 각오, 굶어 죽을 각오’ 등 3대 각오를 한 것처럼 미국과의 총결산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작년에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날짜를 확정해놓고 중국을 전격 방문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미국 내 일대 혼란을 일으켰다. 이 역시 사회주의 나라들 사이의 우호단결을 기초로 한 자신의 대미전략 구상을 펼친 것이며 ‘백두산 빨치산 전법’을 오늘의 현실에 맞게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자를 이길 방도는 없다. 작년 하와이와 올해 미국 보안업체 네스트 장비에서 북한 핵미사일이 날아온다는 오보가 나오자 미국민 속에서 일대 혼란과 공포가 조성된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런 이유로 다른 반미핵보유국과 달리 오직 북한만이 미국 국민의 생사운명을 틀어쥘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국민의 생사여부, 안정여부가 북한의 손에 쥐어져있기에 트럼프뿐 아니라 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북한의 사랑(=‘은정’)의 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북미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경우 미국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은 그 날로 끝난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혹은 그 누가 대통령이든) 북한의 품에서 ‘사랑’을 느끼며 벗어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4. 북한은 자기 구상대로 밀고 나간다

이상에서 살펴봤듯 북한은 핵보유 전략국가 지위를 공고히 하고, 대미 전선에서 아측을 최대로 하고 적측을 최소로 만드는 통일전선전략을 펴며, 미국의 운명을 손에 틀어쥐고 좌지우지하는 등 자기가 “목적하는바”대로 모든 것을 이루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북한은 이런 방향에서 자체 사회주의 강성번영국가 건설과 동북아 평화·공존·번영을 추구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도 자기 구상대로 밀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