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노 칼럼] 트럼프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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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칼럼] 트럼프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서둘러야
  • 이흥노 재미동포
  • 승인 2019.03.1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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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쭐대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궁지에 몰렸다.

트럼프의 전 변호사 코엔

하필이면 세기의 핵 담판이 벌어지는 와중에 트럼프의 전 변호사 코엔의 의회 증언이 있었다. 폭풍, 폭탄보다 더 큰 충격이 휘몰아쳤다. 하노이 조미공동선언 서명 하루 전, 코엔의 트럼프에 대한 악담이 생중계됐다.

뮬러 특검 (출처 SBS)

2년이나 끌던 뮬러 특검 보고가 조만간에 나온다. 또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트럼프에 대한 공세가 전 방위적으로 개시됐다. 사실상, 트럼프는 국내외 문제에서 뭐가 되는 건 없고 죽만 쓴다. 궁지에 몰려 공세보다 수세, 공격보다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 역력하다.

네오콘을 비롯한 반트럼프 진영과 반북세력은 연합전선을 꾸려놓고 조미 대화의 근원적 저지를 위해 의회 증언, 유엔을 통한 북의 제재 위반, 인권 탄압, 철 지난 위성사진 재탕으로 ‘북악마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들의 힘은 막강하다. 하노이에서 트럼프가 이 두꺼운 장벽을 넘지 못하게까지 만들었다. 이번이 트럼프의 두 번째 변절이다. 두 번 다 결정적 순간에서 나왔다. 이건 국제관례에도 없는 외교적 결례다.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우리 민족의 운명을 농락했다는 사실에 실망을 넘어 분노가 왈칵 치민다. 코쟁이의 전형적 오만, 독선, 멸시가 발동된 것이다. 입만 벌어지면 외치는 ‘한미동맹’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게 여기서 얻은 가장 값진 교훈이라 하겠다.

원래 트럼프는 하노이 회담을 끝내고 개선장군이 돼서 금의환향하리라는 꿈을 꿨던 게 분명한 것 같다. 그러나 코엔 변호사의 복병을 만날 줄이야. 하노이 회담을 잘 살펴보면 실패라기보다 연기된 걸로 보는 게 타당하다. 웃으며 작별하는 북미 정상들의 모습이 그걸 말해준다.

귀국 전용기에서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가장 먼저 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고 중재역할을 꼭 해달라고 7번이나 부탁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 “생산적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협상 팀을 몇 주내에 평양에 파견하고 싶다”고 했다.

또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를 만나고 귀국한 이도훈 본부장은 “미국은 대화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와 톰슨 국무성 차관 모두 아직 날짜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3차 조미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난관과 곡절들이 있지만, “인내와 지혜를 모아 생산적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최근 북 매체들은 일제히 “평화체제와 비핵화가 확고한 우리의 입장”이라고 재천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책임이 무거워졌다며 곧 남북 대화에 이어 한미 정상 간 대화를 위해 방미한다고 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남북미 정상의 협상 의지와 결의는 조금도 시들지 않아 보인다. 참 좋은 징조다.

그런데 볼턴 보좌관의 쌍스러운 입에서는 용도폐기 된 ‘선 비핵화’ 소리가 요란하게 터져 나온다. 심히 볼썽사납다. 그의 못된 입은 반대 세력의 입을 틀어막는 데는 제격이다. 그러나 종국에는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다. 3월11일, 비건 대표도 볼턴과 유사한 말을 했다. 대화의 문은 열려있지만, ‘단계적’이 아닌 ‘빅딜’에 초점을 맞춰놓고 있다고 했다.

볼턴과 비건이 북치고, 장구치고 잘도 논다. 결국은 돌고 돌아 원점으로 복귀하고 말았다. <선 비핵화→단계적 비핵화→선비핵화>라는 도식을 거친 것이다. 그놈의 정책은 조석으로 변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정말 헷갈린다. 이건 현실 도피성 정책 전환이지 싶다. 어쩌면 ‘짜고 치는 고스톱’일 수도 있다.

‘선 비핵화’란 북이 먼저 발가벗고 항복하라는 무장해제론이다. 이건 대화 불가를 의미하는 것이고 대화를 기피하거나 안 하겠다는 것이다. 고집하던 ‘선 비핵화’를 접고 ‘단계적 비핵화’로 전환했기에 하노이 회담이 마련될 수 있었다.

이에 기초해 제2차를 뛰어넘는 획기적 성과물이 3차에서 나와야 한다. 상호 신뢰와 의지만 있다면 못해낼 이유가 없다. 가능성은 미약하지만, 비핵화 실패의 최대 피해자는 트럼프다. 재선만 물 건너가는 게 아니라 자신과 측근 가족에게도 큰 재앙이 닥친다.

실제, 그에겐 비핵화 성공 여부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앞길에 닥칠 어떤 난관도 피해선 안 된다. 정면 돌파뿐이다. 북 매체 <메아리> (3/13)도 정치적 반대파에 휘둘리지 말고 배짱으로 돌파하라고 조언했다.

트럼프는 재선 성공은 물론이고 노벨상 수상의 위대한 세계적 지도자로 우뚝 설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여러 방도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용기를 과시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면 적지의 수도 평양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위대한 용기를 먼저 보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수십만 평양시민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미 관계 정상화와 비핵화를 굳게 약속했다. 곧 우리는 그 결과물을 즐기게 될 것이다”라는 역사적 연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라면 68년, 원산 앞바다에서 간첩활동 중 나포된 ‘푸에블로호’ 간첩선도 반환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반세기 이상 그토록 오매불만 환수를 고대하던 애물단지 ‘푸에블로호’ 간첩선이 귀향하게 되면 북측의 위신도 올라갈 뿐 아니라 트럼프는 세기의 영웅이 될 것이다. 어느 역대 대통령도 못해낸 걸 트럼프가 해내면 ‘기적’을 일군 세기의 영웅으로 영원히 추앙받게 될 것이다.

남북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번엔 트럼프가 발 벗고 뛰어야 한다. 지금 트럼프의 인기는 대선 필패에 가깝다. 최근에 발표된 NBS, WSJ 두 언론사 여론조사는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겠다 42%, 민주당 찍겠다 48%”라고 발표됐다.

오늘 라이언 전 국회의장은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트럼프 임기 내에 비핵화 완료를 목표로 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곱씹으며 최근 ‘미과학자연맹’의 조언을 심각하게 접수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북 비핵화에만 목을 매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서 신뢰 관계를 쌓아가며 대북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는 게 합리적 방법이라고 간곡하게 주문했다. ‘단계적 비핵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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