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환 칼럼] 대북제재 해제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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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칼럼] 대북제재 해제는 누구에게 필요한가
  • 문경환 주권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19.02.27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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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뿐인 미국의 논리

1. 북한은 북미협상을 깰 수 없다?

지난 3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국가 중 하나로 만들 기회를 가졌다”, “북한은 경제대국이 될 기회가 있으며 그 이유 중 하나는 북한이 한국, 중국, 러시아 사이에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는 “나는 대북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대편에서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종합해보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대북제재를 해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이 경제대국으로 될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북한 경제가 번영하려면 대북제재 해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핵을 폐기하라는 논리다.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준 동영상도 이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한미 정부 당국자나 전문가들도 폭넓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지난해 경제총집중 노선을 선포하고 경제건설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북미 협상을 이어가야 하고 그래서 미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 해도 결코 협상을 깨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종종 ‘북한이 핵시험, 미사일 발사를 안 하고 있는 지금 상태가 좋다’면서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지 않아도 북한은 어차피 협상판을 깨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 즉 대북제재 해제 없이 경제 번영은 없다는 논리가 틀렸다면 북한이 협상을 못 깰 것이라는 전망도 틀리게 된다.

 

2. 대북제재 유지하면 북한은 번영할 수 없다?

과연 이들의 주장처럼 북한은 대북제재 아래에서 경제번영을 실현할 수 없을까? 일단 경제번영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살펴보자.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자립경제노선을 밝혔다. 올해만 특별히 강조한 게 아니라 북한은 그동안 한 번도 자력갱생노선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북한이 경제건설을 위해 경제제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 적도 없다. 이런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주장과 상반된다.

북한은 ‘경제건설을 위해 외자유치를 해야 한다,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한 적도 없다. 이 점은 중국, 베트남과 확연히 다르다. 북한은 경제제재와 무관하게 오로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개발을 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런 북한의 입장은 과연 현실 가능성이 있을까?

 

첫째, 북한은 역사적으로 자력갱생을 통해 승리해왔다.

북한의 역사적 뿌리는 항일무장투쟁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동아시아를 재패하겠다며 기세등등한 일본에 맞서 전쟁을 선포한 항일유격대를 두고 일본군을 이기기는커녕 산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이기고 생존이나 가능하겠냐는 의혹이 있었다.

특히 일본이 유격대를 뿌리 뽑는다며 유격근거지를 원천봉쇄하고, 집단부락을 설치해 지역 주민과 유격대의 접촉을 차단하면서 유격대는 극심한 어려움에 빠졌다. 그러나 밀림 속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던 유격대는 자체 힘으로 폭탄을 만들고 대포까지 만들어 일본군을 놀라게 하였고 끝내 일본군을 소탕하고 한반도의 38선 이북지역에서 해방을 맞았다.

당시 유격대 내에서는 소련의 무기 지원 없이는 버틸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산 속에서 하나하나 재료를 찾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기어이 화약을 만들고 폭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이 폭탄을 연길폭탄이라 불렀는데 기록에 따르면 일본군도 연길폭탄이라면 두려워했다고 한다.

▲ 1930년대 이후 새 사조를 받아들인 젊은 조선인 반일,항일독립운동가들은 자체로 폭탄을 만들어 일본제국주의 침략자들과의 전투에서 사용을 하였다. 연길폭탄 또는 연길작탄이라고 불리우던 자체 제작한 폭탄은 적들과의 전투에서 커다란 성과를 냈다. 이는 당시 항일혁명투사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과 같은 사변이라고 볼 수 있다. 참으로 현명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 조상들이다. ⓒ이용섭 역사연구가

이처럼 자력갱생의 힘으로 나라를 되찾은 북한은 이후 한국전쟁에서도 미국과 비교도 안 되는 경제력 차이, 군사력 차이를 이겨냈다. 북한은 전후복구도 빠른 시일에 완료했고 70~80년대에는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원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북한 자체의 힘이 기본이었다. 오히려 소련, 중국 등 사회주의 대국들은 북한에게 자신들의 노선을 강요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약속한 지원을 철회하는 등 방해가 되기도 했다.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제재와 봉쇄가 극에 달했고 중국, 러시아의 지원도 거의 없었다. 동구권이 붕괴하면서 사회주의 교역도 모두 끊겼다. 하지만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해 난관을 극복하였다.

지금 북한 경제는 확연한 상승기의 한복판에 있다. 단순한 상승기가 아니라 매우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음을 세계가 인정한다. 2017년 7월 21일자 중앙일보 기사 「대북 제재에도 지난해 북한 경제성장률 3.9%로 17년만에 최고」는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1.1% 포인트나 추월했다고 전했다.

또 김기헌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기획실장은 2018년 9월 11일 오마이뉴스 기사 「최대 압박과 제재에도... 북한 경제 잘 굴러간다」에서 한국은행 등의 북한 통계는 신뢰성이 낮으며 여러 자료를 분석해보면 중화학공업, 건설, 경공업, 유통 등 경제 전반에서 상당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디플로마트(the Diplomat)는 2018년 10월 16일 칼럼 「제재 속에서 북한 경제가 실제 성장할 수 있나?」에서 북한이 2017년에 3.7% 경제성장률을 보였다는 리기성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의 교도통신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해도 북한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 애초에 제재 속에서 자력갱생으로 탄생하고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지금껏 잘 성장하던 북한 경제가 앞으로 제재를 지속한다고 해서 갑자기 흐름이 바뀔 근거는 없다. 아마 북미관계가 정체돼도 북한 경제의 상승기는 계속될 것이다.

 

둘째, 북한은 국방경제를 민간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북한은 2013년 3월 31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선포했다. 경제건설-국방건설 병진노선의 발전적 변화인 셈인데 국방을 핵무기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재래식 국방력 규모를 축소할 수 있고 축소한 만큼 경제건설로 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게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총집중 노선으로 발전적 변화를 하면서 국방경제의 민간경제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군수공업부문에서는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할 데 대한 우리 당의 전투적 호소를 심장으로 받아 안고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했다고 지난해 성과를 평가했다. 또 올해 군수공업부문 과제로 “경제건설을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 금성뜨락또르공장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을 기본으로 하면서 국방경제의 민간경제 전환을 더해 더욱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려고 한다. 그런데 국방경제를 민간경제로 전환하는 게 얼마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먼저 국방과학기술이 민간 산업에 이전되는 효과가 있다. 누구나 사용하는 컴퓨터, 인터넷, GPS 기술도 모두 처음에는 전쟁을 위해 개발한, 국방과학기술의 산물이었다.

이처럼 국방과학기술이 민간에 이전되면 예상치 못한 폭발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북한에 어떤 군사기술이 있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가 알지 못하는 기술이 민간에 도입될 때 얼마만큼의 파급력이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수 인력이 민간경제에 투입되는 효과가 있다. 국방과학기술을 발전시켜온 북한의 최고 인재들과 최고 수준의 대학을 졸업할 우수한 인재들 다수가 경제개발에 투입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국방비를 민간경제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 미 국무부가 2016년 12월 22일 발표한 ‘2016 세계 군비지출 무기 이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1년 간 구매력 평가(PPP)기준 GDP의 평균 23.3%를 국방비로 썼다고 한다.

이는 국가 전체 살림살이의 거의 4분의 1을 군사비에 쓴 것이다. 물론 북한의 경제 상황을 외부에서 정확히 알기 어려우므로 미국이 추정한 북한의 GDP나 국방비가 정확한 값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국방비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건 어느 정도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처럼 높은 국방비를 민간경제로 돌렸을 때 경제 성장 속도를 매우 높일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끝으로 군수산업시설의 일부가 민수로 전환되는 효과가 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는 제2경제위원회 소속의 전문군수공장이 44개, 인민무력성 소속의 일반군수공장이 136개 등 180개의 군수공장이 있으며 미확인된 군수공장까지 포함하면 3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공장 가운데 탱크 만들던 공장이 트랙터를 만들고, 군복 만들던 공장이 작업복을 만드는 식으로 전환이 된다면 민간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년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런 전환은 이미 한창 진행 중이다.

이처럼 북한이 경제총집중노선에 따라 국방경제의 일부를 민간경제로 전환하면 할수록 북한 경제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셋째, 대북제재가 유지돼도 북한과 외국의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재논의해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착수한 만큼 당연한 요구지만 여기에는 중국, 러시아의 처지도 한 몫 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러시아는 끝내 대북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대북제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북한과 경제협력에 나설 수도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함께 대북제재의 주요 요소를 이루는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도 갈수록 힘을 잃을 것이다.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가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는 미국의 국력에 비례한다. 미국의 세계 패권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기에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도 점차 무력해질 것이다.

이는 대북제재뿐 아니라 대 이란 제재, 대 러시아 제재 등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들이 갈수록 세계 여러 나라의 항의에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6월 6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맞서 EU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재 무력화 규정을 업데이트해 발동했다. 북한과 외국의 경제협력 강화는 북한의 경제성장에도 일정하게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북한은 최첨단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성장동력이 있어야 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은 최첨단 기술개발에서 나온다. 최근 세계 각국은 새로운 기술혁신을 통한 경제부흥,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무인운송수단, 3차원 프린팅, 나노기술, 양자암호 등이다.

2009년 8월 11일 노동신문 정론 「첨단을 돌파하라」가 발표되면서 북한 전역에서 ‘최첨단 돌파전’ 열풍이 불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보기술과 나노기술, 생물공학기술을 핵심기초기술로 꼽고 국가적 투자를 집중하였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흐르면서 북한은 여러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요한 점은 북한의 첨단과학기술 성과들이 독자적 노력, 즉 자력갱생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자력갱생을 통한 북한의 최첨단 돌파전은 대북제재를 무력화하며 비약적인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여러 요소들을 살펴볼 때 북한은 경제제재 아래에서도 부강국가 건설 목표를 실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3. 대북제재는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미국의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번영을 막을 수 없다면 미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부분만 살펴보자.

일단 미국의 대북제재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악영향을 미칠까? 미국이 자국의 경제 피해를 감수하며 70년 넘게 대북제재를 해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금 상태에서 대북제재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래 가치를 놓고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왜 미래 가치를 보는가. 자본주의에선 원래 현재 물질화된 가치뿐 아니라 미래 가치도 현재 경제력에 포함시킨다. 그래서 지금은 안 보이는 가능성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서 대규모 유전이 발견되면 당장 석유 한 방울 시추하지도 않았음에도 유가가 들썩이고 그 나라 경제에 외부 투자가 줄을 잇는다. 사실 경제 성장의 측면에서는 미래 가치가 더 큰 영역을 차지할 수도 있다.

미국이 대북제재를 계속하면 미국 자본이 북한에 투자할 기회가 사라진다. 북한의 미래 가치에 참여할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다. 현 양상을 볼 때 이렇게 되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 같다. 최근에도 거물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국 자본가들의 대북 투자 의향은 강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2월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경제가 개방된다면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국제자본의 대북투자는 북한의 경제개방이 아니라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다. 국제자본이 왜 투자하나.

그만큼 미래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들의 투자를 막는 것은 분명 미국에게 손해다. 만약 미국이 일시적 손해를 감수하고 대북제재를 통해 북한을 무너뜨리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는 것일까? 즉, 미국이 북한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미래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남·북·중·러 경제협력을 추구한다. 이런 경제협력을 통해 동북아 공리·공영을 이루려 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대북제재를 고집한다면 한·미·일은 북·중·러 경제협력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북·중·러 경제협력은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일단 무궁무진한 지하자원과 우수한 노동력, 낮은 임금, 국가 핵무력이 보장하는 평화적 환경,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첨단기술 등은 북한의 강력한 경쟁력이다.

여기서 잠깐 북한의 낮은 임금을 ‘노동 착취’로 바라보는 견해에 대해 짚어보자. 개성공단 사례에서 보듯 북한 노동자 임금은 중국은 물론 베트남보다도 낮다. 예전에는 한국은 물론 세계 여러 기업들이 낮은 임금을 찾아서 중국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 노동자 임금이 많이 올라서 선호도가 떨어진다. 중국은 이미 자본주의화가 많이 돼서 노동자들도 자기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 한 달이나 지속되는 중국 춘절 기간이 끝나면 더 많은 돈을 주는 기업을 찾아 떠나버려 연락도 없이 직장에 복귀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속출한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베트남보다 임금이 낮은데도 노동자들의 직장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 노동자들은 ‘취업’의 개념이 아니라 국가에 의한 ‘배치’ 개념으로 기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가의 명을 받아 지정된 일을 하니 마치 전 국민이 공무원인 셈이다.

북한의 튼튼한 사회주의 복지제도에 의해 완성된 사회안전망은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아도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노동자들은 기업에게 임금을 받는다는 개념이 없고 국가로부터 생활비를 받는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내용은 개성공단 기업주들에 의해 분명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의 저임금은 ‘노동 착취’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아무튼 북한이 이런 경쟁력을 가지고 중국,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하면 지역 경제번영은 물론 세계 경제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중국의 동북3성은 인구 1억910만 명에 달해 대규모 시장이 될 수 있으며 막강한 중국 자본, 5G 기술에서 미국을 멀찌감치 따돌린 화웨이와 같은 최첨단 기술력 등은 중국의 강점이다.

러시아 극동지역 역시 막대한 양의 시베리아 천연가스, 연간 어획고 220만 톤을 자랑하는 수산자원과 함께 최근 공개된 최첨단 무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기술력까지 더해 강력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중국, 러시아 모두 극동지역 개발전략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리고 북·중·러 모두 미개척 영역이 더 많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미국이 대북제재를 고수하면 한국은 이런 동북아 경제협력에서 소외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러시아가 한국의 참여를 기다리지도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경의선, 동해선 연결이 되지 않아도 중국, 러시아는 북한의 라진항을 이용해 물류 운송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동북아 경제협력은 세계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만약 미국이 여기에 참여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의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 자본주의의 특성 상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한 자본은 도태하고 몰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몰락과는 반대로 북한은 대북제재와 무관하게 자력갱생을 통해 성장하고, 동북아 지역도 번영하고, 세계 경제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다.

 

4. 경제 영역에서 북·미는 누가 갑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북한은 경제 번영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인데 한 마디로 미국이 갑, 북한이 을이라는 소리다.

반면 북한의 논리는 대북제재를 하든 말든 자력갱생으로 경제부흥을 이루고 자국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와 협력해 공영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동북아 경제협력에 참여하려면 북한의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북한이 갑, 미국이 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논리보다 북한의 논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은 북한에 압박을 가할 때가 아니라 과거를 덮고 경제협력을 해달라고 요청해야 할 처지다. 이렇게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얼마나 허세인지가 분명해진다.

일반적인 국제관례와 인류 역사를 고찰해보면 핵무력에서 우위에 선 북한이 미국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동북아 지역의 미군을 모두 철수하고 대북제재 등으로 그간 북한에 끼친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에게 받은 막대한 피해도 배상 요구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상태였기에 요구하지 않았지만 종전선언을 하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다. 원래 전쟁이 끝나면 승전국이 패전국에게 당연히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이런 문제를 꺼내지 않고 있다. 공존·공리·공영의 입장에서 미국 자본에게도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정신이라면 이 기회를 덥석 잡으면 된다.

자기 처지가 ‘을’인 줄도 모르고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하는 건 자기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짓이다. 70년 넘는 대결에서 무수히 반복한 패배를 다시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감안하면 아무리 봐도 미국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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