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칼럼] 침봉상대(針鋒相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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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랑 칼럼] 침봉상대(針鋒相對)
  • 이정랑의 고금소통
  • 승인 2019.02.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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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針)으로 봉(鋒)을 상대 한다.

외교 활동 중 상대를 맞이해서 날카롭고 힘 있게 정면 반박하여 상대방의 공세를 막고, 미쳐 숨 돌릴 틈도 없이 상대의 추태를 드러나게 하여 대응을 궁색하게 하며, 끝내는 자신을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하는 것이 ‘침봉상대’의 계략이다.

 

‘침봉상대’를 사용한 전술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이정랑 언론인 (중국고전 연구가)

모순 관계에 대한 분석을 자유자재로 운용, 적의 요해를 정확하게 지적하여 상대의 말 또는 행동의 실질을 폭로한다. 정면으로 강공을 가하면서 요점을 파악하고 썩은 부분을 완전히 도려내는 전투력을 발휘하여 상대가 정체를 감출 수 없게 만든다.

1983년, 미국 국무장관 슐츠가 중국을 방문하여 등소평을 만났을 때의 일이다. 쌍방은 호광(湖廣) 철도 채권문제를 놓고 설전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었다.

등소평은 이른바 호광 철도 채권으로 빚어진 사태는 일부 사람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물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언제든지 중‧미 관계에 골칫거리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국 정부가 이 행위를 중지 시켜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슐츠 : 미국의 사법 제도는 독립되어 있어 정부가 어쩌고저쩌고 할 권한이 없습니다. 기소된 일부 미국인들은 약간의 배상을 요구한 것이지 사건을 일으킨 것이 결코 아닙니다.

등소평 : 그렇게 말한다면 미국은 실제로 국회‧내각‧법원이라는 세 개의 정부를 가지고 있는 셈인데, 그럼 도대체 어느 정부와 상대해야 한단 말입니까? 만약 미국인들이 우리에게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면, 우리 중국인들이 백여 년 이상 제국주의의 침략과 압박 때문에 입은 막대한 손실을 당신들이 모두 배상하겠단 말입니까? 당신이 나를 보자마자 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이번 회담에서 무슨 발전적 관계를 맺을 수 있겠습니까?

등소평은 슐츠의 변명에 맞추어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 및 본질로부터 분석해 들어가, 미국에는 세 개의 정부가 있는 셈인데 대체 어느 것이 미국을 대표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횡적으로 모순을 분석해 들어간 것이다.

또 중‧미 관계의 역사 발전 관계에 맞추어 종적인 분석도 아울러 했다. 등소평은 종적인 사고와 횡적인 사고방식을 결합하여 종횡으로 모순을 분석함으로써 그 문제의 실질을 드러내 반박했던 것이다.

 

영화 ‘풍우하종산(風雨下鐘山)’을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온다.

주은래(周恩來)를 대표로 하는 중국 공산당 대표단과 장치중(張治中)을 대표로 하는 국민당 대표단이 북평(北平-지금의 북경)에서 회담을 가졌다. 회담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인민해방군이 남경을 점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장치중은 고개를 숙이고 탄식했다.

“하늘의 뜻이로다!”

주은래는 장치중의 이런 관점이 인민의 혁명적 역량을 긍정하지 않고, 국민당 정부가 인심을 얻지 못해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실질을 감추려는 의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은래는 장치중의 말을 겨냥하여 그가 한 말 중에서 ‘하늘’이라는 단어를 바꾸어 응수했다.

“인민의 뜻이로다!”

‘침봉상대’는 돌발적으로 상대의 말이나 의도를 겨냥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겨냥이 정확하면 할수록 전투력은 더욱 강해진다. 언젠가 영국 보수당 의원 윌리암이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데 처칠이 연신 머리를 가로 저으며 윌리암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런 처칠의 모습을 본 윌리암은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

“존경하는 의원님께 주의를 환기시켜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있을 뿐입니다.”

처칠은 즉각 응수했다.

“저 역시 연설하시는 분께 주의를 환기시켜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제 머리를 흔들고 있을 뿐입니다.”

한쪽이 자신의 관점을 발표할 자유가 있듯이, 다른 한쪽도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처칠은 ‘침봉상대’의 역량을 유머를 통해 발휘했던 것이다.

어떤 국제회의 석상에서 한 서방외교관이 중국 대표에게 도전적인 발언을 했다.

“만약 당신들이 미국에 대해 무력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 대표는 이렇게 응수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부 문제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든 중국 국민들이 알아서 하는데, 다른 나라에 무슨 확답을 하란 말입니까? 당신네 존슨 대통령더러 중국에게 무슨 보증 내지 확답을 하라면 하겠습니까?”

 

외교중의 논쟁은 전쟁과 마찬가지로 힘과 지혜를 겨루는 치열한 싸움이다.

연합뉴스

2. 27 하노이에서 있을 북조선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두 정상 간의 제2차 세기적 회담을 눈앞에 두고 있다. 관심의 대상은 당연히 세계 인류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정착시키는 확고한 신념과 노력이다.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 노력했던 원대하고 통 큰 결과물들을 속속 창출하여 두 정상 모두 위대한 정치‧전략가로 세계사에 기록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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